친환경 도시
친환경적으로 살고 싶다면, 도시에서 살아라. 이 말은 진실이지만 20세기식 관점에서 보면 직관에 어긋나는 것 같다. 주택과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도시가 푸릇푸릇한 교외나 작은 시골 마을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렇다. 교외의 나무와 잔디가 푸르러 보이긴 하지만, 실상 그것들은 교외 거주자의 갖가지 소비 및 오염 활동을 시야에서 가려 버린다. 교외의 마당에 풀숲과 새들이 있을지 몰라도, 교외 거주자가 매일 도시로 통근을 하느라 대기는 스모그에 덮이고 물은 기름에 오염되며, 지나치게 큰 교외의 주택들은 지구에 부담을 준다. 새는 눈에 들어오지만, 매달 내는 전기요금이나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 같은 것은 눈여겨보지 않는 것이다.
미국 녹색건축협의회의 제니퍼 헨리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밀도 높은 동네의 낡고 허름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신식 주택에서 효율 높은 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교외 거주자들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며, 오염도 적게 일으킨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시커먼 검댕이가 빤히 보이는 뉴욕의 아파트가 녹지에 세운 주택보다 친환경적일까? 답은, 밀도가 높을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동네를 넓게 분산시켜서 주택과 가게와 사무실과 학교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지게 하면, 자가용을 운전할 수밖에 없다. 동네를 빽빽하고 촘촘하게 엮으면, 필요한 것들이 가까이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교외에서는 우유 한 병 사려면 5분 동안 차를 몰아 슈퍼마켓가지 가야 하지만, 도시에서는 모퉁이 식료품 가게로 냉큼 걸어갔다 오면 된다. 계획가들은 이것을 ‘근접성에 따른 접근성’이라고 부른다.
밀도가 높은 동네에 살면 지속가능한 삶을 꾸리기 쉽다. 주거지 밀도가 약 4000제곱미터당 12가구 수준이 되면 대중교통의 비율 효율이 성립하고, 주거지 가까이 위치한 가게들이 손님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밀도가 4000제곱미터당 40가구에 달하면 도보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며, 난방, 전기, 하수도, 기타 기반시설들을 비롯한 각종 재화의 가격이 싸지고 공급이 쉬워진다.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공유할수록, 각 개인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다. 한마디로 밀도 높은 도시가 효율도 높다.
밴쿠버
캐나다의 밴쿠버는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 사례들에서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근사한 풍경, 역동적인 경제, 풍부하고 활기찬 문화를 갖춘 밴쿠버는 지난 20년 동안 인구가 절반 이상 늘었다. 그러나 밴쿠버 시민들은 성장을 내부로 돌려서 도시 확산을 거의 막았다. 밴쿠버는 시내를 재개발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공동주택과 아파트를 수만 채 지었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는 효과도 거뒀다. 현재 밴쿠버 시민의 62퍼센트 이상이 빽빽한 주거 지구에 살고, 11퍼센트는 고층 건물로 구성된 밀도 높은 동네에 산다. 만약 밴쿠버가 이웃에 위치한 미국 도시 시애틀처럼 성장했다면 지난 20년 동안 650제곱킬로미터의 땅을 더 흡수했을 것이다. 그러는 대신 밴쿠버는 확산을 막았고, 삶의 질도 높였다. 대기 질을 개선하고, 역동적인 동네들을 만들고, 북아메리카 서부 해안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환경을 구축했다.
<“월드 체인징“에서 일부 요약발췌, 알렉스 스테픈 지음, 바다출판사, 미래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 알렉스 스테픈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지속가능성을 전파하는 선구적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사회를 혁신하는 그의 자유롭고 대담한 기획은 《뉴욕타임스》, 《르몽드》,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 저널》 등 전 세계의 대표적인 매체들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되었다.>
<밴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