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에 담배가 도움이 될까
‘심리적 문제’라 하면 스트레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담배, 술, 도박 · 게임, 여자 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여기에서는 담배를 예로 들며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 한다. 물론 도파민 신경을 약화시키는 구조 자체는 같으므로 니코틴을 술, 섹스, 도박 · 게임 등으로 바꿔 읽어도 상관없다.
니코틴은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킬 뿐 아니라 α파라는 뇌파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α파는 치유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동이 규칙적이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피운 담배는 과도한 자극 때문에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반복해서 피우는 동안 점점 반응이 둔해진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α파의 양은 비흡연자에 비해 적다고 한다. 그리고 흡연자의 α파는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의 수준까지밖에 회복되지 않는다. 요컨대 흡연자의 일상은 다음과 같은 사이클로 되어 있다.
담배를 피운다 → α파의 빈도가 증가한다 → 일단 안정된다 → 니코틴이 떨어진다 → α파의 빈도가 감소한다 → 불안해진다 → 다시 담배를 피운다 → 일단 α파가 상승한다 → 다시 감소한다…….
그런 까닭에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얘기지만 실은 여기에 뜻밖의 함정이 숨어 있다. 먼저, 니코틴의 부족으로 α파의 빈도가 감소했을 때 나타나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입이 심심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분해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막연히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거나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왜 이렇게 따분하지” 하면서 슬슬 담배 생각이 난다. 이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면 α파가 회복되어 일단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뇌는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런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아, α파가 부족할 때는 담배를 피우면 되는구나.” 따라서 니코틴이 떨어져 α파가 감소하면 자동으로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α파가 감소한다는 현상 자체는 니코틴이 떨어진 경우에 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교통 정체에 걸려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α파는 감소한다. 혹은 성가신 일을 하게 되어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 하고 생각할 때도 α파는 줄어든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니코틴이 부족해 생기는 스트레스든 일반적인 스트레스든 똑같이 α파가 감소한다면 뇌는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 뇌는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지금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금연하기 힘들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담배가 제일이니까” 하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이중세뇌 二重洗腦“에서 일부 요약발췌,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더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