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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속임수!

[중산] 2010. 12. 23. 18:05

위대한 속임수!

우리나라에서 식품첨가물로 허가되어 있는 화학물질은 400가지가 넘고 여기에 1,800여 가지에 달하는 향료 기초 물질은 별도라고 한다

이 책은 식품첨가물을 통해 본 가공식품 고발서다. 우리가 첨가물에 길들여진 입맛인지도 모른 채 화려해 보이는 무대 뒤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덮고 나면 식탁이 새롭게 보인다. 식품을 구입할 때 대부분 유통기한과 가격만을 보는데, 더 나아가 어떤 첨가물 표기가 되어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게 될 것이다.(요약)

 

먼저 철저한 현장주의자가 되자.고 현장 공부를 하다보니 어떤 식품에 어느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이 제품은 다 좋은데 말이지, 변질 문제 때문에 골치야. 하고 한 영세업체 간부가 고민하고 있을 때면 나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요. 프로필렌글리콜을 써보시지요. 금방 달라질 겁니다. 여기에 PH 조정제를 같이 써주면 효과가 더욱 좋아지죠.라고 대답한다. 다짜고짜 자기 물건을 써달라며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일반 영업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서비스의 양보다 질을! 이것이 내가 철저히 신봉하는 영업철학이었다.

 

첨가물이란 무엇일까. 그야말로 마법의 가루다. 식품 보존기간을 늘려주지요. 원하는 색상을 내줍니다. 품질을 향상시킵니다. 맛을 좋게 하지요. 비용을 절감시켜 줍니다. 첨가물에 대한 신앙적인 찬사, 이것이 평소 나의 첨가물관이었다. 첨가물은 그야말로 미다스의 손이다. 그것만 있으면 기술이란 것이 무의미해진다. 공장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많은 고민거리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물론 원하는 품질은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말이다. 첨가물은 나의 둘도 없는 자부심이다.

 

그 날은 큰딸의 세 번째 생일이었다. 당시 나는 회사 일에 푹 빠져 귀가 시간이 거의 매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딸아이 생일이니 그 날만큼은 일을 미루어 놓기로 했다. 일찍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갔다. 식탁에는 아내가 준비한 생일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내 시선을 끈 것은 미트볼(meatball). 미키마우스가 앙증맞게 디자인된 나뭇개비들이 하나하나 꽂혀 있었다. 식탁에 앉은 나는 무심코 미트볼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내 몸이 돌처럼 굳었다. 그 미트볼은 내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100가지 정도의 첨가물을 맛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

 

 

아내는 값도 싸구요, 애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이것만 꺼내놓으면 서로 먹으려고 난리예요. 과연 딸애는 물론이고 아들놈까지 미트볼을 입 안 가득 물고 맛있다는 듯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 있었다. , 저, 잠깐, 잠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미트볼 접시를 막았다. 돌발적인 아빠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는 가족들의 표정이란!

 

 

그때까지만 해도 그 미트볼은 나의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그 원료육은 그냥 두면 폐기될 것이 분명했으나, 내 노력으로 인해 사랑받는 식품으로 거듭나지 않았는가. 이는 환경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하거니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더 없는 축복이었다. 게다가 내가 사용한 첨가물은 모두 나라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허가해준 것들이 아닌가! 나는 식품산업 발전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귀살쩍게도 허황된 나의 영혼을 크게 꾸짖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미트볼을 내 자식에게만은 먹이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구나. 나도, 내 가족도 소비자의 한 사람이로구나! 그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그 날 밤, 나는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첨가물산업은 군수산업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첨가물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나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나 다른 게 무엇인가. 인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두 산업은 빼닮았다. 또다시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에게 그토록 신바람을 불어넣던 열정이 사그라지더니 아예 회사에 출근할 의욕마저 없어졌다. 나는 차분히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톱 세일즈맨이었던 만큼 나는 보수도 제법 많았다. 가장으로서 앞으로 생활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하지만 결론은 양심을 저버릴 수는 없다였다. 이튿날 나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회사를 그만둔 후 나는 무첨가 명란젓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상 부딪쳐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결국 나의 도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무첨가 명란젓이 탄생한 것이다. 조금씩 판매도 할 수 있었다. 무첨가 제품 비즈니스를 새롭게 하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첨가물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나의 첨가물 이야기는 알음알음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활동반경을 넓혀나간 나는 어느덧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강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에게 첨가물의 실상을 고발하라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과거의 행적은 지운다고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겠지만, 첨가물에 대한 나의 새로운 소회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알도록 한다면 그만큼 나의 책임은 희석되지 않을까. 나의 머릿속은 산만하기 그지없었지만 할 일은 뚜렷했다.

 

여기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20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한 식품에 들어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첨가물의 유해성 논란에서 늘 빠지지 않는 주장이 화학물질의 복합적인 섭취로 인한 문제다. 쉽게 말해 여러 유해물질이 체내에 동시에 들어왔을 때 폐해는 더 커진다는 이론이다. 여러 첨가물을 동시에 먹을 때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검토되어 있지 않다. 이를테면 A라고 하는 첨가물이 있다고 치자. 그 물질 하나만 먹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렇다면 A, B, C 등 여러 물질을 동시에 먹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안전성 실험에도 문제점이 있다. 독성이나 발암성 테스트를 할 때 인체에 직접 투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동물 실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사용량 기준도 동물 실험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가짜로 얼룩진 부엌의 맛

 

리들 부엌의 양념통은 아무도 모르는 새에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고 있다. 모조품이 오늘날 조미 재료의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릇 조미료란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기본 재료다. 그렇다면 이는 현대인의 음식문화가 뿌리째 흔들리는 중대국면에 처해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모조 간장 제조 방법을 보자. 간장의 구수한 맛은 단백질의 분해 산물인 아미노산이 만든다. 무엇이 되었든 단백질만 있으면 아미노산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백질원으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탈지대두다. 탈지대두는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이니 가격도 싸다. 어떤 업체에서는 조류의 깃털을 이용해서 아미노산을 만든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간장의 기초 물질은 얻을 수 있었는데, 맛이 무미건조하고 간장 고유의 색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오리지널 제품과 흡사하게 만들 것인가. 하지만 해결책으로 첨가물이 있는 한은 식은 죽 먹기다. 우선 화학조미료인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맛을 내고 감미료로 살짝 단맛을 보탠다.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산미료를 넣고 걸쭉한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 증점제를 넣는다. 색은 캐러맬 색소로 해결하고 보존료를 넣어 보존 기간을 늘려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자연숙성 간장을 조금 섞어주면 맛이 더욱 그럴듯해진다.

 

 

업계에서는 발효를 통해 만드는 전통 간장을 대두간장이라고 하는데 반해, 이처럼 변칙적으로 만드는 모조 간장은 신개념 양조간장이라고 부른다. 두 간장의 차이는 라벨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대두간장에 표기된 원료는 콩, 밀, 식염, 오직 세가지뿐이다. 첨가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신개념 양조간장은 첨가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실 모조 간장에는 간장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간장맛 조미료 또는 간장맛 염수와 같은 용어를 써서 정통 제품과 확실히 구별해야 마땅하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를 보자. 진품은 귀한 만큼 엄청나게 비싸다. 그러나 모조품인 인공 다이아몬드는 어떤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전혀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대두간장신개념 양조간장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도시락, 그리고 면류 제품들, 여기에 붙어있는 소스들은 당연히 모조 조미료로 만든다. 냉동식품이나 각종 반찬류는 물론이고 포장된 초밥이나 낫도(일본식 청국장)에 이르기까지, 이들 식품에 딸려 있는 작은 팩에는 여지없이 간장맛 조미료가 들어 있다. 언제부턴가 가정의 조미료통을 가짜가 점해버린 세상,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음식의 왜곡된 맛을 진짜 맛으로 잘못 알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미료는 음식의 혼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조미료로부터 붕괴되어가고 있다.

 

베일에 싸인 첨가물의 세계

 

커피 프리머. 우리에게 프림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근한 그것들은 왜 무료로 서비스되는 것일까. 평소에 우리는 당연한 듯 여기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나는 강연회 같은 곳에서 가끔 커피 프리머를 무엇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다. 대부분 이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약 절반 정도가 머뭇거리다 대답을 하는데 우유 또는 생크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커피 프리머의 주원료는 유지다. 식물성유지에 물을 넣어 섞되, 밀크 제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첨가물로 탁하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커피를 탈 때 습관적으로 넣는 이른바 프림의 정체다. 유지를 사용하니 우유나 생크림을 사용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즉 무료로 서비스해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과 기름을 섞어 탁하게 만들면 마치 우유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이 두 물질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을까? 그렇다, 물과 기름은 그대로는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첨가물이다. 계면활성제의 일종인 유화제가 바로 그것. 말 그대로 이 물질을 넣으면 물과 기름의 경계가 없어져 순식간에 유화(乳化)된다. 즉 우유처럼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유화물은 색깔만 비슷할 뿐이지 우유에서 느껴지는 점성이 전혀 없다.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역시 첨가물이다. 이번에는 증점제를 넣는다. 다행히 유화제와 증점제는 일괄표시 품목이다. 따라서 이 두 물질과 동일한 목적의 첨가물들은 아무리 여러 종류를 사용한다 해도 별도로 표기할 의무가 없다.

 

 

마무리 단계에서 캐러맬색소를 넣는다. 이 색소를 넣는 이유는 갈색톤을 희미하게 비치게 함으로써 진한 우유로 만든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보존 기간을 늘리는 PH조정제를, 맛을 비슷하게 하는 향료를 넣는다. 이런 방법으로 만든 변칙 프리머, 많은 사람들이 우유로 만드는 줄 알고 있지만 실은 물과 기름과 첨가물로 만든 모조품인 것이다. 차라리 밀크맛 샐러드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 낫겠다.

 

 

가짜가 판치는 오늘날, 식품 소비자에게 절실한 덕목은 의문과 문제의식이다. 의문과 문제의식을 가지면 정통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식문화는 영원히 매도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가공식품과 관련된 첨가물의 현주소는 너무나 복잡하고 또한 불투명하다. 일반 소비자로서 그 내막을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식품에 어떤 첨가물이 얼마만큼 또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일까. 밤과 낮이 묵묵히 이어지듯 때가 되면 여지없이 우리 입을 찾아오는 수많은 식품들. 그것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알 길이 묘연하다.

 

 

정보의 균등분배는 현대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의료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 금융 등의 세계에서는 요즘 한창 정보 공개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어떤가. 정보 공개의 당위성이라면 식품업계라고 뒤지지 않는다. 다른 분야는 구태를 벗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건만 유독 식품업계만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왜곡되어 가는 아이들의 미각

 

인스턴트 라면국민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식생활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국민식품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특히 라면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스프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여기서 잠시 인스턴트 라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라면 스프를 도마 위에 올려보자. 라면이 담백한 맛이냐, 된장 맛이야, 아니면 돈골(豚骨) 맛이냐는 스프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들은 라면 스프가 고소한 간장이나 미림 또는 돼지뼈 국물 등을 졸여 만든 진국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라면 스프에는 그런 재료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라면 스프는 백색가루, 즉 첨가물들을 조합하여 만든다.

 

 

라면 스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나는 과거에 라면 스프를 직접 개발한 경험이 있다. 돈골 스프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식염을 2.5-3.5그램을 준비한다. 이 식염은 값싼 볶음염이다. 여기에 화학조미료를 넣고 돈골 농축파우더와 치킨 농축파우더 등을 소량 첨가단백가수분해물을 넣는다. 단백가수분해물이란 아미노산 성분을 고도로 농축하여 만든 조미료의 일종이다. 맛을 보며 계속 해서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조금씩 첨가한다. 여기에 참깨와 건파를 넣고, 산미료와 증점제를 차례로 넣는다. 산미료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점 이외에도 국물을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주며, 증점제는 걸쭉한 맛을 강화시켜준다. 이런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스프는 보시다시피 천연 국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식품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공업제품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가공식품을 먹으며 미각이 왜곡되면서 첨가물들을 남용함에 따라 식품에서 정성이란 의미가 희석되기 시작했다. 식품이란 누구든 값싸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전락했다. 식품은 싸구려이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정크(junk)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그들이 열어갈 미래의 식생활은 암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다. 인체가 고귀하듯 음식도 고귀한 것이다. 비록 식사는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만, 한 끼 먹을 음식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땀이 어려 있다. 이런 사실을 자녀에게 깨닫게 하는 것도 첨가물의 유해성을 알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정성이 담긴 음식은 자녀들의 몸뿐만이 아니고 마음까지도 건강하게 한다.

 

 

 

 

식생활의 미래를 위해

 

현대인은 식단의 많은 부분을 가공식품에 의존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첨가물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식생활이 과연 가능할까. 식품의 독성이나 유해물질 문제는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한다. 좀 더 멀리서 나무 보다는 을 본다는 마음으로 첨가물 세계를 들여다보자.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이 절체 절명의 과제라고 해서 자동차를 없애야 할까. 첨가물 문제에도 그와 같은 역설이 존재한다.

 

 

첨가물이 무조건 추방해야 할 공공의 적은 아니다. 첨가물에도 틀림없이 이점이 있다. 오늘날 누리는 풍족한 식생활, 언제 어디를 가든 먹을 것이 넘치는 편리함, 그것은 가공식품의 발달로 얻은 혜택이다. 그리고 그 가공식품의 발달을 선도해온 수훈자는 단연 식품첨가물이다. 첨가물의 장단점을 모두 이해하는 것, 그러한 균등한 사고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유연한 사고 속에 식생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첨가물 만능 시대를 살아가는 지침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표기 내용을 꼼꼼히 읽고 구입하는 습관이다. 대부분 가격과 디자인 또는 유통기한 정도만 보고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품의 뒷면도 꼼꼼히 살펴서 첨가물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자. 둘째, 가공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첨가물 사용량은 가공의 정도와도 관계가 있다. 셋째, 먹더라도 알고 먹자. 가공 식품을 피할 수 없다면 일주일 단위로 날을 정해서 먹는 것이다.

 

 

넷째, 가격으로 판단하지 말자. 큰 식품 매장에 가보면 가격파괴라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경을 많이 본다. 흔히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비용을 대폭 줄였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가격파괴의 뒷면에는 첨가물 업자들의 술수가 숨어 있다. 질이 다소 떨어지는 재료를 쓰면서 첨가물을 넣어 맛이나 외관을 그럴듯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제품들이 싼 것만 찾는 소비자에게는 더 없는 인기 품목이다. 다섯째, 사소한 의문을 갖자. 그것이 첨가물 이해의 첫걸음이다. 이 햄버거는 왜 이렇게 싸지? 이 포장 야채는 왜 늘 싱싱한 걸까? 커피 프리머는 어딜 가든 무료로 나누어줘. 왜 그럴까? 명란젓 색깔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일단 의문을 품으면 어떤 형태로든 정답이 주어진다. 식품과 첨가물 상식에서는 그 점이 중요하다.

 

최근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현상이나 청소년 폭력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흔히 영양 불균형, 첨가물의 과잉 섭취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영양상의 문제나 화학물질도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은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만든 건 맛 없어요. 편의점에서 사면 맛있는데.라고. 이 말은 이미 첨가물 맛에 깊이 길들여져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우리 식탁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식탁의 붕괴는 가정의 붕괴를 의미하고, 나아가 사회의 붕괴를 의미하며, 결국 나라의 붕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식생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요즘 아이들에게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릇 음식이란 여러 과정을 거쳐 우리 입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어려 있다. 하다 못해 양파만 하더라도 농부가 부지런히 일해서 얻은 땀의 산물이다. 아무리 하찮은 식품이라도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식에 대한 고마운 마음, 소중한 마음을 갖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아이들이 하루빨리 갖추어야 할 귀한 덕목이다.

 

 

우리 일상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큰 선택도 있고 작은 선택도 있다. 식품 매장에서 쇼핑하는 일, 식단을 짜는 일등은 작은 선택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작은 선택이라고 해서 함부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소비자 각자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그릇된 식문화를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에서 일부요약 발췌, 식품첨가물 아베 쓰카사 지음, 국일미디어 >

 

저자 아베 쓰카사

1951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났다. 야마구치대학 문리학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식료·첨가물 전문회사에서 톱 세일즈맨으로 근무하다 어느 날 자신의 가족 역시 소비자임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아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후 각종 강연을 통해 첨가물의 위험성을 설파하고, 식품 정보 공개를 주장하는 첨가물 반대 전도사로 변신했다. 현재는 자연해염 사이신노시오 연구기술부장, 유기농업JAS 판정원, 수질 제1종 공해방지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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