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파리 목숨!

[중산] 2010. 12. 24. 12:58

파리 목숨!

파리의 눈을 보면 4,000개의 작은 수정체들로 이뤄져 있는데, 먼 곳의 물체를 세세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는 않다. 사람이 파리를 공격할 때 눈이 나쁜 파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잽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리는 얼마나 빠르기에 최고 속도로 덤벼드는 주먹을 피할 수 있을까? 파리는 위에서 천천히 빛을 내뿜는 형광등 덕분에 다가오는 위험을 똑똑히 보았고, 서두르는 기색 없이 찬찬히 비행을 준비한다. 눈부신 속도로 긴급발진에 성공한 전투기 조종사라도 8000만 년이나 기술을 진화시켜온 작은 파리 앞에서는 비행 실력을 뽐내기 힘들 것이다.

 

우선 파리의 뇌는 삼각법을 동원해 닥쳐오는 주먹의 경로를 예상하고 어느 방향으로 날아야 목숨을 부지할지 계산한다. 다음에 흉곽 바깥에 있는 시동 근육이 최초의 신호를 감지하고, 날개가 이어진 부분에 덮여있는 유리섬유 같은 막을 잡아당긴다. 날개를 잠갔던 걸쇠가 안쪽으로 찰칵 열리면 드디어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되었다. 물론 연료가 필요하다. 파리는 성난 주먹이 식탁 위 5센티미터까지 들이닥친 이 시점에서 연료 밸브를 활짝 열어젖힌다.

 

파리의 연료는 가솔린이 아니라 순도 높은 당이다. 당이 날개를 잡아주는 근육으로 흘러 들어가면, 이를 점화시키기 위해서 가느다란 은빛 공기구멍을 통해 산소가 들어온다. 산소와 연료가 잘 섞인 후에야 파리는 발진 근육에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다. 파리는 이륙을 시도하여 남자에게서 탈출하고는, 연료 공급을 잘 조절하여 빠르게 날고 있다.

 

 

앞서 보았듯 파리는 시각적 인지가 빠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을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비행하는 셈이 된다. 부엌 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도 마찬가지다. 조종사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어둠 속에서 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형광등이 켜진 부엌에서 주기적으로 암전을 경험하는 파리는 날개 아래에 튀어나와 있는 자이로스코프, 즉 평균공 한 쌍을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한다.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갑자기 몸이 흔들리거나, 기울거나, 요동치거나, 어질어질해지면, 평균공들이 잽싸게 뇌에 주의를 주어 진로를 수정하게 한다. 그 정보가 비행 근육에 전달된다. 덕택에 파리가 원하는 곳을 향해 제대로 날아갈 수 있다.

 

이제 거실로 날아 들어온 녀석은 천장으로 바싹 다가가 여행을 마무리 짓는 최고의 묘기를 펼쳐 보인다. 천장에 거꾸로 붙는 묘기다. 파리는 앞다리 두개가 천장에 닿자마자, 곡예를 하듯 가뿐하게 몸통 전체를 접어 올려 그 반동으로 회전하며 천장에 붙는다.

<시크릿 하우스“에서 일부 요약발췌,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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