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은 성스러운 것인가?
장미에 맺힌 이슬방울 같은 우아한 은유적 표현에서부터 포르노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성에 대한 인식의 편차는 시적인 성과 성에 대한 경시의 간격만큼이나 극심하다. 과거에 성은 종교적 법열에 이르는 수단이나 고차원적이고 영적인 영역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코란에서는 결혼의 테두리 안에서 여성의 쾌락과 욕망에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카마수트라나 탄트라 같은 경전에서는 성행위를 영적 고양을 위한 수단으로서 종교적 법열과 금욕으로 가는 통로로 인식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도교 또한 성행위에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성의 양과 여성의 음이라는 두 원리의 조화로운 만남이 성행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이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서구에서는 욕망을 악마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본능의 문명적 제어, 즉 육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 본능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강조했다. 이런 관념으로 인해 성적 욕망은 일종의 자산이 아니라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교회의 권위는 간음한 여자들과 도덕규범을 어긴 여자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용서가 없었다.
욕망의 시초
① 모성 : 욕망은 나이가 없다. 그것은 생의 첫 순간에 탄생한다. 욕망은 몸과 그 몸의 근본적인 안락감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이 안락감은 어머니와 젖먹이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엄마의 젖을 빠는 것을 기분 나빠하는 행동은 아기들의 감정 상태에 정말 좋지 않다. 우울증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일련의 연구에서, 쾌활한 어머니의 태도가 아기들에게 욕망의 권리를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아기 때 아기와 엄마가 맺는 관계는 그 아이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② 청소년기의 질풍노도 : 유아기 때 욕망은 몸짓으로 드러나고 사춘기에 이르는 시기까지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몸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호기심의 증폭을 통해서 표현된다. 그리고 욕망은 사춘기의 과도한 호르몬 분비로 인해 강화된다. 이 시기에 감정은 격변을 거듭하며, 몸의 상태는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일순간 즐거운 감정에 휩싸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극도로 슬퍼진다. 성에 대한 무관심과 감정적 ‘폭발’의 순간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기도 한다. 이 연령대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엄청난 욕구를 느낀다. 또한 열여섯 살가량의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욕망은 때로 너무 강렬해서 위험할 정도이다. 청소년들은 종종 그칠 줄 모르는 이 강렬한 욕망에만 집착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며, 영화에서 보고 꿈꿔왔던 감정들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마치 전기의 도선처럼 인간의 욕망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스무 살 정도의 나이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불안정한 욕망들이 나타난다. 실제적으로 이 연령대부터 인간은 이성과의 진정한 관계를 수립하고 둘만의 계획을 설계한다. 이 때부터 연인간의 문제들, 즉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욕망이 본격적인 주제로 떠오른다.
③ 50대 이후의 사랑 : 부부의 욕망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는 것은 정해진 이치가 아니다.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행복한 성은 신화가 아니다. 사실 노년은 필연적으로 성생활이 박탈된 시기라고 여겨져, 최근까지도 노년의 에로스는 금지된 주제어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록 왕성한 성적 활력은 없지만 노인들에게도 욕망은 존재하고 있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저서로 유명한 콜레트 다울링(Colette Dowling)이 지적하는 중요한 사실은, 나이 든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가 여러 가지 생리적 요인 때문에 어렵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리비도의 감소나 욕망의 결핍으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과 관련된 현상은 변화해도 욕망이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욕망의 힘”에서 일부 요약 발췌, 빌리 파시니 지음 / 이옥주 옮김, 에코리브르>
<물매화!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뿌리 제외)를 매화초(梅花草)라는 약재로 쓰며, 종기,급성간염,맥관염에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