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스인가
어느 조직이든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에 책임을 지는 최고 경영자와 그 결정을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종한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버리고 언제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에서도 마지막 결정은 최고 경영자가 내리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실무 책임자와 여러 번 회의를 거쳐 의견을 나눕니다. 이때 책임자는 경영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선택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결혼상담가인 폴 마이어 박사는 명령 계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결혼 생활에서 내가 사장이고 아내는 실무 부사장이다. 우리는 보통 합의를 보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함께 이야기를 한다. 간혹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내 몫이다.” 아내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현명한 남편은 감사하게 이를 받아들여 가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은 사랑을 지키는 기회이자 책임입니다.
연약한 그릇
남편은 아내를 귀히 여겨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권리와 욕구에 신중하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고 아내의 감정에 민감해야 하며 그녀의 지성과 가족에 대한 헌신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아내는 연약한 그릇과 같습니다. ‘연약한’이란 말은 뒤떨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히브리어에서 보면 그 말의 의미는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더 사랑스럽고 섬세하다. 또한 더 복잡하고 우아하며 감성이 풍부하다’ 입니다.
몇 년 전, 아내와 여행을 가서 겪은 일이 있습니다. 여행 도중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오는 길에 어느 두 사람이 휴게소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남루한 옷차림에 며칠 동안 면도와 목욕을 하지 않은 듯 지저분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지나치며 나름대로 친절하고 관대한 마음에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부랑자네. 직장을 얻어 일을 해야 할 텐데.” 그러자 아내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나를 보며 이야기했습니다. “여보, 저 사람들은 분명 운이 아주 없었던 거예요.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그들에게는 우리의 판단과 비난이 아니라 기도와 도움이 필요해요.” 그때 그녀가 내 곁에 평생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완성시켜주고 나도 그녀를 완성시켜 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연애하는 부부”에서 일부 요약 발췌, 지그 지글러 지음, 역자 조동춘박사, 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