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빈배(虛舟) 와 근심걱정!

[중산] 2011. 3. 3. 14:18

 

시남(市南)에 사는 의료(宜僚)라 하는 선생이 노(魯) 나라의 제후를 만났는데, 노 나라의 제후가 근심스러운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시남의 선생이 물었다. “군주께서는 근심스런 얼굴을 하고 계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노 나라의 제후가 말하였다. “나는 고대의 성왕들께서 전한 도(道)를 배우고, 노 나라의 옛 군주들의 유업을 닦아 왔습니다. 나는 죽은이들의 혼령을 존중하였고 어진 사람들을 귀중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친히 실행하면서 잠시도 이로부터 벗어나거나 방치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환란을 면치 못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 근심하는 까닭입니다.”

 

 

시남 선생이 말하였다. “군주께서 환란을 없애는 방법이 너무 얕은 것입니다! 저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여우나 우아한 무늬를 가진 표범은 산 깊은 숲 속에 살며 바위 동굴에 웅크리고 쉬니 ‘고요하다(靜也)’고 합니다. 밤에만 다니고 낮에는 가만히 있으니 ‘조심한다(戒也)’라고 합니다. 비록 굶주리고 갈증이 나도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강과 산을 따라 먼 곳에서 먹이를 구하니 ‘일정하다(定也)’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물이나 덫에 걸리는 환란을 면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어찌 저들에게 죄가 있어서이겠습니까? 저들이 지닌 가죽이 그들에게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지요. 이제 노 나라야말로 오로지 군주의 가죽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원컨대 군주께서는 일신의 욕망을 벗어 던지고 가죽을 없애 버리십시오. 마음을 깨끗이 닦고 욕심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사람 없는 들에서 노니시기를 바랍니다.

 

 저 남쪽 월 나라에는 어떤 마을이 있는 데 그 이름을 ‘덕을 세운 나라’라고 합니다. 그 마을의 백성들은 어리숙하면서 소박하고 사사로움이 적고 욕심이 작습니다. 지을 줄은 알면서 숨길 줄을 모르고, 줄 줄을 알면서 그에 대한 보답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마땅한 것을 알지 못하고 의식을 차릴 곳을 모릅니다.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일정한 격식 없이 옮겨 다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저 대도(大道)를 따라 거닙니다. 살아서는 삶을 즐기고, 죽어서는 편안히 묻힙니다. 원컨대 군주께서는 나라를 버리고 세속의 번잡한 일을 내던지고, 도(道)가 인도하는 대로 길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노 나라 군주가 말하였다. “나에겐 그 길이 멀고도 험하겠습니다. 또한 가는 길에는 강도 있고 산도 있는데, 나에겐 배도 수레도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시남의 선생이 말하였다. “군주께서는 ‘거만하지 말라. 집착하지 말라’ 이런 말씀을 군주의 수레로 삼으시면 될 것입니다.” 군주가 말하였다. “나에겐 그 길이 아득히 먼데 게다가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가 누구와 더불어 동행하겠습니까? 나에게는 비축해 놓은 곡식이 없어 가다가 허기져도 먹을 것이 없을 터인데 어찌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시남 선생이 말하였다. “주군께서 비용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가지신다면 비록 비축해 둔 양식이 없다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주군께서 강기슭을 지나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으면 멀리까지 바라다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도가도 그것이 끝나는 곳을 알 수 없습니다. 주군을 전송하던 사람들이 모두 강기슭에서 돌아가면 주군께서는 이제서야 비로소 멀리 벗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늘 이런 일 저런 일에 매이게 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힘써 일하는 사람은 이런 저런 근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요 임금은 다른 사람을 다스리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애써 일하지도 않으신 것입니다. 제가 원컨대 이런 일 저런 일로 주군을 매이게 하는 것을 내던져 버리고 주군을 근심하게 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홀로 도와 더불어 ‘대막의 나라’에서 노니시기 바랍니다.

 

막 배를 타고서 강을 건너 가는데, 어떤 빈 배가 와서 제 배에 부딪힌다면 아무리 속이 좁은 사람이라해도 화를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方舟而濟於河 有虛船來觸舟 雖有惼心之人不怒). 그런데 그 배 위에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으면 소리를 쳐서 멀리 떨어져 돌아가라고 할 것입니다(有一人在其上 則呼張歙之). 한 번 소리쳐서 듣지 않고 두 번 소리쳐도 듣지 않고 세 번째로 소리를 치게 되면 반드시 욕을 해 가며 소리지를 것입니다(一呼而不聞 再呼而不聞 於是三呼邪 則必以惡聲隨之). 앞의 경우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의 경우에는 화를 내는 것은 앞의 경우에는 빈 배였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向也不怒而今也怒 向也虛而今也實). 만약 사람이 이와 같이 자기 스스로를 비우고 세상에 노닌다면 누가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人能虛己而遊世 其孰能害之)!”

산목에서

저 자 장주(369286 B.C.)

남화진인(南華眞人)이라 일컫는 도가(道家)사상의 중심인물, 스스로 그러한 것을 도(道)라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자연관 및 인간관을 전개한다.

장자는 성이 장(莊)이고 이름을 주(周)라 한다. 그 옛날 찬란한 문명을 과시했던 상(商)의 유민들에게 주어진 땅에 세워진 송(宋)나라의 몽(蒙)이라는 마을에서 기원전 369년에 태어나 그곳에서 칠원(漆園) 즉, 옻나무 동산을 관리하는 낮은 벼슬을 지냈다고 전해지며, 기원전 286년에 죽었다고 한다. 『맹자 (孟子)에서 먼 길을 온 맹자에게 우리 나라에 무슨 이익(利)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던 개혁 군주 위(魏)나라의 혜왕(惠王)과 만났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며, 특히 위 나라에서 재상까지 지냈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혜시(惠施, 370-310 B.C.)와는 막역한 친구 사이로 전한다. 또한 부인의 상을 당해 슬퍼하기는커녕 춤추며 노래했다는 기이한 행적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장자는 결혼했고 몇 명의 자식이 있었던 듯하다. 이같은 단편적인 일화들을 제외하면 우리가 장자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장자(莊子)”에서 일부 요약 발췌 ,장주 지음,  김시천박사글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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