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나는 지금 행복한가?

[중산] 2011. 5. 4. 13:07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약음기를 연주하는 떠돌이 약사A Wanderer Plays on Muted Strings』에서 크누트 함순(Knut Hamsun)은 처형 장소로 끌려가는 죄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죄수는 수레에 앉아있는데 못이 자꾸 엉덩이를 찌른다. 아파서 자세를 바꾸자 죄수는 즉시 편안함을 느낀다. 행복한 순간이나 기분 좋은 경험, 함순은 우리 모두에게 그런 때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 나는 행복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답이 나왔음에도 나는 곧 그 대답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에 대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죽기 전에 체포되어 사슬에 묶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묶여 있던 다리의 사슬이 풀려나가자, 그 사슬이 얼마나 아팠던가를 느꼈다. 사슬이 없어지고 나자 그 아픔이 반추된 것이다. 상호 보완하면서도, 서로를 불러일으키고 쫓아내는, 기쁨과 고통의 단계를 몸소 경험하는 것이다.

 

 

행복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 대개 중요한 것들이 그러하듯 복잡하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왜 행복한가? 그 행복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정말로 행복한 것이냐고 묻는다. 예를 들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말로 좋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보다 깊게 생각하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누구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어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온 사람은, 앉아서 피자를 먹으며 자신이 대박을 터트리게 될지 어떨지 기대감에 들뜨던 순간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점은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얼음 위에서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을 전체론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잠재성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들은 행복한 삶을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끝이 올 때까지 결론은 유보되어야 한다. 나는 더 큰 그림이 나와야 인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 생각에 동감한다. 동시에 나는 순간의 상태를 음미하기 위해 이따금 내가 가던 길에서 멈추어서는 것도 좋아한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가 지나고 다시 따뜻함이 찾아올 때나, 막내딸이 기쁨에 겨워 두 팔로 나를 껴안아 올 때, 멋진 축구 경기를 볼 때… 인생은 멋지고 나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제 행복한 기분이 들면 그 행복을 그대로 인정한다. 그렇게 인생의 최종 평가를 미뤄둔다. 나는 확실히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좋은 책을 읽거나, 가족과 함께 있거나, 나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뭔가 인정 넘치는 일을 할 때, 혹은 숲이나 언덕, 새로운 도시에 나가 있을 때. 즉, 나와 관계없다고 느껴지는 일이나 내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없는 일이 아니라거나 스스로 선택한 도전을 할 때 말이다(슬프지만 학교 교과과정은 대체로 그렇지 못했다). 잊어버리기 쉽지만 우주는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한 자신만의 조건을 정립해야 한다. 삶에는 늘 고통이 따른다. 그러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에서 극히일부 요약발췌, 엘링 카게 지음, 라이온북스>

 

 

저자 엘링 카게

노르웨이의 엘링 카게는 현존하는 탐험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그는 전 세계 최초로 걸어서 남극점에 도달하였으며, 북극점, 에베레스트까지 정복하여 해트트릭을 달성한 최초의 탐험가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극지 탐험가 외에 또 다른 타이틀이 존재한다. 변호사, CEO, 미술품 수집가 그리고 눈싸움을 즐기는 세 아이의 아빠가 그것이다. 대학교 때부터 시작된 세상 탐험은 19년 동안 계속 됐지만 그러는 틈틈이 그는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루고, 예술품 관련 서적을 읽으며 미술품을 사 모으고, 출판사를 차리고, 한 가정을 꾸려 세 아이를 돌보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춥고, 가장 힘들고, 가장 고단한 극지 탐험과 똑같이 인생 탐험 역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는 우리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일 뿐이다.

 

역자 강성희님

동아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론을 전공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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