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SBS에서 방영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이 책으로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절망의 벼랑에서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산속 생활을 집중 취재한 내용을 담아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와 산의 치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 산속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정보에 대한 것을 세세하게 정리해서 암 환자들은 물론 산림 치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198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입산해서 22년째 산속 생활을 하고 있는 심광명 씨, 1992년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입산을 해 13년째 산속 생활을 하고 있는 안희상 씨 등 총 4인의 생생한 산속 생활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산이 주는 풍부한 혜택과 인체 면역력 증강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 산 속에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은 물론 산속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전원주택과 요양시설, 휴양림에 대한 요긴한 정보는 물론 환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치유 프로그램까지 소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요약)
암은 왜 생기고 어떻게 고치는가
사람의 몸은 60조 개에 이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세포는 각기 다른 성장과 분화, 죽음의 과정을 밟는데, 이 모든 과정은 각각의 기능과 필요성에 의해 엄격하게 조절된다. 암은 바로 이들 세포의 유전자 중 일부에 이상이 발생하는 유전자 질환으로, 세포의 성장과 조절에 이상이 발생해 기형적으로 성장한 경우를 가리킨다.
암의 발생기전: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데는 유전, 외부에서 유입된 발암 물질, 발암성 병원체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이렇게 변이를 일으킨 세포가 분열하여 축적되면 암이 발생한다. 이 같은 과정은 보통 10~30년에 걸쳐 이루어지며, 개시, 촉진, 진행 등 3단계로 구분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이들 단계에 관여하는 요인들이 동시에 장기간 지속되므로 각 단계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선은 인체의 면역 기능이다. 면역 기능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몸에서 생기는 종양세포를 1,000만 개까지 이겨낼 수 있다. 즉 암 발생 1,2단계에서 면역 기능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면 유전자 변형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면역 기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3단계에 이르면 변이 세포가 10억 개를 넘어서게 돼 인체의 면역 기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다.
1단계 암 유발 개시 단계_ 발암원이 유전자를 공격하여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2단계 암 유발 촉진 단계_ 발암원의 작용을 촉진하고 유지하여 양성 종양을 유발한다.
3단계 암 진행 단계_ 양성 종양이 악성 종양으로 전환되어 악성 종양의 특성이 드러난다.
산이 알아서 암을 고쳐주는 것은 아니다
산에서 암을 이기는 원리 - 인체의 마법
운동_ 등산과 노동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화학 요법 등의 암 치료는 암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법인 동시에 인체를 공격하는 고강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 같은 심신의 피로감을 극복하는 데는 휴식과 수면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환자라고 해서 지나치게 안정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운동 부족에 빠질 수 있다. 이 같은 운동 부족이 지속되면 심폐 기능과 골격근의 산화 능력이 감소되어 조금만 움직여도 많은 양의 산소를 소모하게 되어 에너지가 고갈될 뿐 아니라 지구력도 떨어지게 된다. 결국 일상의 작은 움직임도 버거울 만큼 신체 기능이 감소되어 전반적인 삶의 질이 저하되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암 치료의 예후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면 운동이 필수적이다. 운동은 암환자의 심폐 기능과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증가하여 식욕과 수면을 증진시킨다. 또한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켜 기억력, 집중력, 주의력 등의 정신 기능을 향상시키고, 오심과 체중 감소를 방지하여 삶의 질을 높여준다.
암환자의 운동은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 암환자는 운동도 전문의나 운동처방사에 의해 처방을 받아서 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의 6% 강도 이하로, 일주일에 3~4일 정도, 회당 30~40분 정도 운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종목 선택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역동적인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고, 스트레칭이나 걷기 같은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점차 건강이 회복되면 그에 맞춰 강도를 높여 가는데, 이때도 욕심을 부려서는 절대 안 되며 피로를 느끼면 바로바로 휴식을 취해 주어야 한다. 암환자의 운동은 운동 능력의 신장이 아니라 인체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파파_ 사람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숲이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숲에 대한 회귀 본능이 내재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숲은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요소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설은 숲속에 들어갔을 때 뇌파 중 알파파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뇌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은 숲속: 사람의 뇌파가 주파수와 진폭에 따라 베타파,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로 나누어진다. 이들 뇌파는 각기 다른 정신과 심리상태를 나타내는데, 알파파는 마음이 편하고 안정되어 있을 때 나타나며, 베타파는 긴장하거나 집중해서 일할 때 나타난다. 세타파와 델타파는 주로 수면 중에 나타나는 뇌파로, 우리가 깨어서 활동하는 동안은 알파파와 베타파가 교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심신의 긴장을 풀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파파가 생성되도록 해야 한다. 알파파는 세로토닌파라고도 불리는데, 이 뇌파를 극대화하는 열쇠가 바로 숲속에 있다. 깊은 숲속에서 산림욕을 한 뒤 뇌파를 측정해 보면 알파파가 눈에 띄게 증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멀리서 숲을 바라보거나 숲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파파가 많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만큼 알파파는 증가한다: 알파파가 활성화되면 기억력과 창의력, 집중력이 좋아진다. 특히 기억력은 알파파와 비례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치매 우려가 있는 노년층에서는 알파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알파파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소화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영양 섭취와 면역력 증강 면에서 장 건강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알파파의 가치를 방증해준다 하겠다. 최근 국내에서 이루어진 한 실험은 1박 2일의 숲 체험만으로 알파파가 46%나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은 그와 비슷한 비율로 떨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숲에서 게임을 하고 맨발로 걷거나 명상, 나무 껴안기 같은 활동만으로 이처럼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은 숲의 효용을 잘 설명해 준다.
자연의 소리가 알파파를 활성화한다: 알파파는 기본적으로 명상을 할 때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생기는 뇌파라고 할 수 있다. 즉, 명상이나 참선을 하는 것은 알파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딱히 명상이나 참선을 하지 않더라도 몸과 마음을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면 알파파가 많아진다.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할 때, 잠들기 직전, 숲속의 바람소리나 새소리나 폭포나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같은 물소리, 바닷가에서 듣는 파도소리, 눈을 밟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알파파가 확장된다. 우리가 여행 중에 자연 속에서 느끼는 쾌감과 안정감은 모두 알파파가 활성화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숲에 많은 음이온이 알파파를 증대시킨다. 음이온이 많은 폭포 근처에서 산림욕을 하면 보다 즐겁고 건강한 마음으로 치유에 전념할 수 있다.
산속 생활은 휴양보다는 노동에 가깝다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 중에는 전기도 없는 집에서 생활한 사람도 많다. 버려진 농가를 고쳐가며 살다 보니 생활환경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는 마땅히 할 일도 없다. 그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몇 시간씩 산을 오르내리거나 밭에서 햇빛을 받으며 일을 한다. TV나 신문도 없으니 세상일에 신경 쓸 일도 없고, 그저 온종일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는 일이 전부인 것이다. 이렇게 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해만 떨어지면 눈꺼풀도 따라서 떨어진다. 자신의 몸속에 있던 생체 시계를 되살려서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것이 편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인 것이다. 어두운 밤에 굳이 불을 밝혀가며 일하는 것도,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며 이부자리를 걷어내지 못하는 것도 인체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자연의 리듬을 받아들이고 몸을 거기에 맞추어 사는 것이 자연에 동화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안락을 버리고 불편을 즐긴다: 오랫동안 도시 생활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산속 생활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다. 직접 먹을 채소를 기른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디에 어떤 채소를 심어야 하는지, 채소를 심는다 해도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모종을 심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몸으로 배워가며 자급자족의 삶을 살기란 생각처럼 녹록지 않은 일이다. 허름한 산골의 가옥은 또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외풍을 막을 만한 튼튼한 창문이 있기를 하나, 뜨거운 물 펑펑 쏟아지는 욕실이 있나, 밥 짓고 반찬 만들 전기나 가스마저 없이 생활한 사람도 많다. 그래도 그들은 절망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삶을 위해 찾아 들어온 산이기 때문이다. 허물어져 가는 화장실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며 볼일을 보노라면 변비 같은 건 모르고 살게 된다. 생활의 불편은 오히려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고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그렇게 자연에 동화되는 가운데 몸은 자연이 베푸는 치유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는 암을 이길 수 없다: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도 대부분 3기 이상, 말기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암에게 자신을 내주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생명의 끈을 엮어 나갔다. 이미 암이 온몸을 점령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기 판정을 받았다 해도 주저할 것은 없다. 암은 죽을병이고, 암 환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순간 암은 그 세력을 키우게 된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마치 암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아니 암에 걸리기 전보다 훨씬 더 활기차게 움직이며 내 몸이 내 말을 듣도록 만들어야 한다. 운동과 노동의 연속인 산속 생활이야말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암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을 길러주는 진정한 휴양처라고 할 수 있다. 암환자의 휴양은 침대 위에서가 아니라 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아이 같은 절대적 믿음이 힘이 된다
심광명(65세. 산 생활 22년째)_ 1988년 대장암 진단. 수술 후 항암 치료 중단하고 입산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항선을 타기 시작해서 한 15년 탔죠. 배 한번 타고 나가면 한 1년 반 걸려요. 뭍에 내려도 한 달 정도 지내다 또 바다로 나가고, 그러니 결혼생활 15년 동안 집사람이랑 함께 지낸 시간은 1년이 채 안 되는데……. 말기 암이라는 거예요. 이제 슬슬 바다생활을 정리하고 가족들하고 함께 지내야겠다 싶은 바로 그때에 말입니다.”
암환자라면 누구나 이런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고생해 오다 이제 막 자리를 좀 잡았다 싶으니 암에 걸렸다거나, 내내 가족들을 힘들게 하다 이제 막 마음잡고 새 삶을 시작했는데 암에 걸렸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심광명 씨 역시 그간 배를 타고 세계 각지를 떠도느라 고생이 적지 않았다. 비록 일 때문이긴 했지만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에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병원 측의 반응은 담담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고, 큰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지만 칼 대기 힘든 부위에 전이가 되어 잘 살면 한 3개월 살겠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심광명 씨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해줄 게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렇게 퇴원 후 한 달 정도를 집에서 보내며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독한 화학 요법을 받는 동안 점점 기가 꺾이며 말이 없어지고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주사도, 약도 그에게는 너무 힘이 들었다. 게다가 병원에서조차 굳이 권하지 않는 항암 치료를 발버둥치며 받는 것도 우스운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생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자나이 마흔셋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인생을 정리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전문의들조차 방법이 없다는데 그 역시 불가항력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기회가 다가왔다. 아는 사람이 시골에 집을 지어놓은 게 있다며 공기 좋은 데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라며 그에게 요양을 권한 것이다. 마침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그는 말없이 시골로 내려갔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히 일본 대체의학 관련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물, 공기, 자연 속에서 지내야 하며, 특히 암환자는 산에서 생활하는 것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을 비우니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일까, 심광명 씨는 두 번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산속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조용한 데서 깨끗하게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예고한 날짜가 다가와도 몸이 나빠지는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오늘이 마지막 산행이 되려나?’ 하며 뒷산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하루가 가고, 또 그렇게 다음날도 가고 한 것이 6개월, 8개월이 지나도 죽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산에서 지내는 게 정말 ‘뭔가 있다’ 싶은 생각이 든 심광명 씨는 좀 더 장기적으로 살 만한 곳을 찾아 거처를 옮겼다. 그렇게 한 1년쯤 지났는데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술 이후 계속 줄어들기만 하던 체중이 늘어 있는 것이다. 전부터 듣기로, 체중이 느는 사람은 안 죽는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용히 생을 마감하기 위해 들어온 산에서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환경 좋은 곳에 살며, 최대한 자연식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암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물과 녹즙이다. 물은 지하 115미터를 시추해 어떤 약수보다 더 좋은 암반수를 마시고 있다. 그는 또 8년 전부터 하루도 안 거르고 녹즙을 마시고 있다. 하루 세 번씩 식전 공복에 300cc씩 마시는데, 신선초, 케일, 민들레, 미나리, 돌나물, 비트 등 여섯 가지 건강채소가 들어간다. 그는 물 덕분인지, 녹즙 덕분인지 그전에 비해 체중도 많이 늘었고, 혈색도 한결 좋아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단다.
입산 초기에는 그도 참 많이 힘들었고, 많이 울기도 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통증과 외로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시시각각 마음을 조여 오며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악착같이 버텨내며 산을 오르고 키보드를 연주했다. 산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는 음악이라고는 듣는 것이 전부였고, 자신이 연주나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뭐라도 의지할 게 있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것이 키보드였다. 어느 건반이 ‘도레미’인 지도 몰랐지만 그냥 되는 대로 눌러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음악에만 몰두하다 보니 다른 생각들은 점점 잊혀져 갔다. 어떨 때는 밤을 새워 키보드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음악에 몰입해서 통증과 외로움, 공포심까지, 심지어 자신이 암환자라는 것조차 망각하게 되자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욕심에서 비롯되는 폭력이나 생존을 걸고 덤벼야 하는 사회적 경쟁은 이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는 그냥 새롭게 찾은 인생을 어린애들처럼 즐겁게, 항상 감사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실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은 암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실력 좋기로 이름난 의사도 포기한 사람이 아직 이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간식 한 쪽을 먹을 때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또 죽을 거라던 암환자가 이렇게 오래 살아서, 너무 열심히 일해서 디스크에 걸렸다면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마음을 그렇게 가지면 암도, 고통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그는 산은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산은 거기 그렇게 미동도 없이 버티고 앉아서 신비로운 초록의 향연만으로도 사람을 달라지게 만든다. 성질 급하고 남자다움을 강조하던 심광명 씨조차 계곡에 내려가 앉으면 바람에게도 얘기하고 식물에게도 속삭이는 시인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는 요즘 꽃이나 나무의 색깔만 변해도 계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SBS스페셜 팀 지음, 토트출판사, ▣ 감수 이시형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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