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유를 닮아라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젊은 시절엔 몰랐던 태연한 자세를 갖게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나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최소한 예순은 되어야 능숙해지는 능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태연한 자세란 무엇일까? 화가 치밀어도 꾹 참고 얼굴을 씰룩쌜룩하면서 참는 것은 태연함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들이나 진실로 태연할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 시간 동안 자동차로 여행을 해보자. 10분마다 “다 왔어요?”라고 묻는 게 아이들이다. 하지만 여유로운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태연함은 인내심과 관련성이 크다. 태연함은 차분한 가운데 그 에너지를 발휘하며, 충분한 인생 경험이 있어야 얻어지는 현명함이다. 통조림 뚜껑을 열 때 서두르거나 안절부절못한다고 해서 빨리 열어지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무슨 일에든 침착한 태도가 가장 바른 해결 방도가 되는 법이다. 고장 난 물건도 침착한 남자의 손에 닿으면 금세 멀쩡해진다. 이런 걸로 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똑똑한 면도 있지 싶다. 어쨌든 이렇게 침착하고 태연한 사람은 여간 매력적인 게 아니다.
어릴 적 나는 기차 시간이 늦을까 두려워 할아버지 품에 안겨 엉엉 운 적이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를 위로했다. “우리가 미리 역에 도착한다고 해서, 기차가 제시간보다 더 일찍 떠날 일은 없겠지?” 침착하지 못해서, 태연하지 못해서, 인내심이 없어서 망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븐으로 케이크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익었는지 확인해보려고 오븐 문을 너무 자주 열면 그 속에서 잘 익고 있던 케이크는 부풀어오르다가 쭈그러지고 만다. 그래서 어떤 빵집의 요리사는 ‘오븐 문을 자주 열면 케이크가 망가집니다’라는 경고문을 붙여놓는다고 한다.
막 사랑이 싹튼 사람들 사이에도 인내심의 결여로 사랑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하자. 하지만 여자는 그 전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남자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마침 중요한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남자는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전화를 건 인내심 없는 여자에게 실망하고 만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얼마 전에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토마토 씨를 뿌렸다. 성미가 급한 나는 새싹이 났는지 확인하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창가로 달려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이런 내 행동을 보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구나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 걱정스러운 나머지, 화분을 다시 집 안으로 들여놓기도 해보고 다시 내놓기도 했다. 그 탓에 이미 폈어야 할 꽃도 한참 후에서야 폈다. 뿐만 아니라 화분 주변에 벌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과연 열매가 맺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토마토 이야기를 다 하려면 아마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테지만, 이 이야기만으로도 당신은 내가 태연함과 얼마나 거리가 먼 사람인지 금세 짐작했을 것이다. 태연함을 기를 수 있는 명상법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해가 떠오르기 전에 일어나서 일출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둠이 짙게 깔렸던 세상에 점차 파란 빛이 돌면, 잠시 후 은색의 수평선 위로 복숭앗빛 태양이 아주 천천히 위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양은 태연함이 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하다. 일출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태양의 거대한 침착함에 압도되는 듯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여유로움이라고는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파도치는 모습을 한 번 바라보자. 달의 인력에 의해 파도가 몰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운명조차도 내 자신이 아닌 어떤 막강한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새가 가지를 하나씩 모아다가 정성껏 새집을 짓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 가지와 풀을 입으로 물어다가 마침내는 보금자리를 완성한 어미새는 그 안에서 조만한 새끼들을 품고 먹이를 물어다 나른다. 먹이를 모으느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새들을 바라보면 내면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고 점차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심장 박동은 우리의 건강을 반영한다. 마음의 여유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교훈을 주는 ‘아프리카의 사형 방법’이 있다. 한 아프리카 종족은 사형수를 나무에 묶고 수 시간 동안 큰 소리로 북을 친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북 치는 것을 멈추는데, 이때 사형수의 심장도 곧바로 멈춘다.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몸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민감한지 배울 수 있다. 스트레스에 묻혀 사는 사람이 휴가 첫날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그것을 반증한다. 여유 있고 신중한 모습, 중심을 잃지 않고 쉽게 쓰러지지 않을 듯한 그 모습은 상당한 매력을 발산한다. 자, 이제 연습을 시작해보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위안 삼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자 나이 50”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역자 윤미원님, 눈과마음>
<호박꽃 동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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