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 국민들의 행복 총량이 클수록 좋은 사회라는 사회철학
도표를 보면서 얘기하자. 아래 도표는 ㉮, ㉯, ㉰ 세 가지 사회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숫자는 상, 중, 하 세 가지 계층의 사람들이 얻게 되는 이득(행복)을 말한다. 자, 과연 어느 사회가 가장 좋은 사회인가?
사회제도 |
계층 |
사회 총 이득 (행복) | ||
하류 |
중류 |
상류 | ||
㉮ |
6 |
8 |
18 |
30 |
㉯ |
1 |
10 |
30 |
41 |
㉰ |
5 |
6 |
7 |
18 |
상, 중, 하 계층이 고르게 이득을 보장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에 따르면 ㉰ 사회제도가 가장 좋다. 이게 바로 공산주의적 입장이다. 비록 사회 전체의 총 이득은 가장 적지만 균등하게 이득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 전체의 총 이득을 기준으로 본다면 ㉯ 사회제도가 가장 좋다. 비록 하류층이 얻는 이득이 지나치게 적지만 그래도 사회전체로 보면 이득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공리주의적 입장이다. 공리주의는 사회구성원들이 얻게 되는 이익, 즉 행복의 총량이 가장 큰 사회가 가장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그런데 이런 공리주의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공리주의는 모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행복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쾌락이다. 공리주의는 쾌락주의이다. 그렇다고 마약 하고 도박 하면서 느끼는 쾌락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공리주의가 말하는 행복은 일생을 통해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총 행복을 말한다.
둘째, 앞 도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공리주의는 인간이 느끼는 행복을 수치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벤담은 강도, 계속성, 확실성, 원근성, 생산성, 순수성, 연장성 등 7가지 기준을 가지고 행복의 총량을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리주의는 개인주의이며 자유주의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무작정 허용할 수는 없다. 정부는 개인들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행복을 추구하도록 질서 잡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공리주의는 여러 가지로 비판받는다. 첫째, 위 방식의 공리주의는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다. 밀은 벤담과 달리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밀은 국가의 역할을 벤담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단순히 자유를 보장해주는 규칙을 제공해주는 선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분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나 밀도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사회 전체 행복이 양으로 그 사회에 대한 평가가 결정된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리주의적이다. 이에 따라 벤담의 공리주의를 양적 공리주의, 밀의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라 한다.
둘째, 공리주의적 주장은 지나치게 개인의 행복에만 초점을 두어 개인을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만 묘사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불행을 슬퍼하는 존재이다. 즉 개인의 시선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가령 앞에 나온 도표에서 보듯 ㉯ 사회제도는 다른 사회제도에 비해 최고의 최대행복을 보장해주지만 하류층의 행복이라는 점에서는 지나치게 야박하게 군다. 이럴 경우 중류층 이상의 국민들이 하류층의 열악한 상황을 보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행복의 총량은 클지 모르지만 그 행복의 내용에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느끼는 갈등과 시기심, 배려와 연민이 빠져 있다.
따라서 다른 사회구성원에 대한 시각을 고려하여 새로운 사회제도가 요청된다. 이런 새로운 사회제도는 비록 중상류층의 이득에 손해를 줄지언정 하류층에게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해주고자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보다 ‘최하층의 행복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려도 최하층이 비참한 생활을 한다면 그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롤즈가 제가한 바 있으며 앞 도표에서 ㉮ 사회제도에 해당한다.
과연 이 세 가지 사회 가운데 어떤 사회가 가장 좋을까? 공산주의자들과 공리주의자들은 도표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평등한 사회가 보장된다면 하, 중, 상류층의 행복이 15, 16, 17 정도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리주의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반박할 것이다. 중, 상류층의 행복이 보장된다면 중, 상류층이 마냥 이기적으로 자기 이득만 취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자유주의란 개인의 이득이 보장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공리주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10, 20, 30 정도의 행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철학 개념어 사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채석용 지음, 소울메이트>
<백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