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참된 가치는 죽은 후에 비로소 드러난다

[중산] 2011. 8. 4. 22:27

 

참된 가치는 죽은 후에 비로소 드러난다

 

R(랄프 비너) :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인품을 살펴볼 때 눈에 띠는 특징 중 하나는 이 대大 염세주의자가 철학의 궁극 목표는 초월에 두면서도 동시에 항상 현세의 사람으로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즉 그는 심지어 생의 의지를 부정하라고 요구할 때조차 생의 실재적 문제들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가장 진지한 고찰을 하는 중에도 유머러스한 시각을 잃지 않았다. 이 점에서 그는 철학자들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였다.

 

쇼펜하우어 : 온 세상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이 저의底意로, 대개는 저속하고 야비하고 악한 저의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저의를 배제하고 전적으로 오직 통찰에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장 중요한, 모든 사람의 최고 관심사에 관한 통찰에만 개방하기로 합의되어 있는 한 작은 장소가 있다. 그것이 철학이다. 아니면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시는가? 만일 그러시다면 모든 것이 농담이고 희극일 뿐이다. 사실 정말로 때때로 그렇긴 하지만.(괴테의 『파우스트』 제1부 중 「밤」의 한 구절)

 

쇼펜하우어 :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온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 나는 간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즐거우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R : 이 지혜는 그의 모든 염세주의적 고찰들에 녹아 있다. 그런데 이 고찰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뜻밖의 익살로 결론을 맺는다.

쇼펜하우어 : 사람들은 나의 철학이 침울하고 비관적이라고 야유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내가, 나중에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지옥이라는 곳을 꾸며내는 대신에 세상에 죄가 있는 곳에는 이미 지옥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데 따른 것일 뿐이다. 그것을 부인하려는 자는 때가 되면 어렵지 않게 그것을 체험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R : 서로 은밀하게 엮어 하나의 총체를 이루는 생과 사의 관계를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단상斷想으로 표현한다.

쇼펜하우어 :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이리저리로 비틀대거나 구석에서 쉰다. 겨우 예전 자기의 그림자, 허깨비일 뿐이다. 죽음이 거기서 무엇을 더 파괴할 수 있겠는가? 그는 결국 어느 날 마지막 잠이 들것이고 그러면 꿈들을 꿀 텐데……. 그 꿈들은 바로 이미 햄릿이 그 유명한 독백에서 묻던 꿈들이다. 내 생각으로는 우린 바로 지금도 그 꿈들을 꾸고 있다.

R : 이것은 칼데론의 『인생은 꿈』에서 영향을 받은 생각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종종, 때로는 유머를 섞어가며 인간의 참된 가치는 죽은 후에야 비로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쇼펜하우어 : 불어 꺼서 연기가 나고 있는 양초가 서 있는, 테두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진 묘비석도 그 한 예다. 꺼진 후에야 수지樹脂 양초였는지 밀랍蜜蠟 양초였는지 알 수 있다.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랄프 비너 지음, 역자 최흥주님, 시아>

 

                                                                    

                             익모초: 전초를 말려서 산후의 지혈과 복통에 사용하며 혈압강하·이뇨·진정 및 진통작용이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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