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의 독특한 성과 사랑
일본에서는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가고도 한 번도 남자와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여자아이에게는 일종의 치욕이다. 그녀가 이성의 사랑을 받지 못할 정도로 매력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자아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처녀 딱지를 떼고 싶어한다. 반면 남자친구를 많이 사귀어 본 아이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전쟁 후 일본에서 점점 딱딱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신발이고 또 하나는 여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뚜렷이 나타난 여권의 상징은 성에 대한 개념의 변화라고 한다. 일본의 한 잡지에서 300명의 회사 여직원에게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은 6~10명 정도의 남성과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에게 파트너의 용모나 체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나를 즐겁게 해 주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은 성애를 추구하고 즐기는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경험을 글로 표현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용기도 보여주었다. 오늘날 여성이 성애소설을 쓰는 것은 일본의 유명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불러일으킨 누드사진 촬영 열풍처럼 유행하고 있다. 2003년 한 잡지는 성애를 주제로 일반 여성이 쓴 소설을 모아서 『검은 책』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했다. 22편의 작품을 실었는데 모두 성교 자체를 중심으로 각종 욕망과 쾌감을 직접적이면서 섬세하게 묘사했다.
바람난 부부의 성애를 묘사한 『뒷모습』이라는 소설은 작가 이이 가지요가 쓴 작품이다.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몇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성애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이라는 소재에 대해 예전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성에 대해 관대한 오늘날에 와서야 제 내면의 잠재의식을 발휘하고 성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중시되지 못하는 일본 여성에게 성애소설 창작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가 되기 때문에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분야다.
원조교제란 여자 중고생이 자발적으로 성인 남자에게 성을 제공하고 남자로부터 현금이나 옷 등 물질적 원조를 받는 것을 가리킨다. 본질적으로 성을 매매하는 것인데도 ‘원조교제’란 애매모호한 단어로 지칭하고 있다. 원조교제 현상에 대한 일본의 포용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2 여학생의 32.3%, 고3 여학생의 44.7%가 원조교제를 한다고 한다. 원조교제 열풍은 이제 각계각층에 번져 여대생, 간호사, 여교사, 가정주부까지도 원조교제 대열에 합류했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원조교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일본사회에서 이에 적합한 토양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데 매우 관대했다. 일본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이며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성을 만족시키는 것은 여성의 천직이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아직도 일본 여성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자기 몸의 주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남성의 장난감인 셈이다.
일본의 기혼자에게 외도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야시 마리코의 소설 『금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외도를 하는 이유는 단지 한 번 해보고 싶어서이다. 마음속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자기 뜻대로 참아지지 않는다.” 불륜을 저지르는 일본 여성들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일본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불륜을 다룰 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상황은 꼭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와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즐기고 싶을 뿐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유부남하고만 사랑하는 여성들도 있다. 또 어떤 여성들은 불륜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일본 여성의 도
일본 여성이 다도의 세계로 들어온 것은 메이지 이후의 일이다. 당시 여성교육은 현모양처를 만들기 위한 성품과 재능 양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위해 여학교는 다투어 다도과정을 개설하였다. 쇼와 30년대 이후 경제 발전에 따라 가정주부는 많은 여가시간과 금전을 누리게 되었으며 이때 등장한 문화센터는 그들에게 다도를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 TV의 발달도 다도의 보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현대 일본 다도 인구의 대부분을 여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다도를 분석해 보면 여성의 깊은 내면을 움직이는 요소가 많다. 우아한 분위기, 운치, 교묘한 기교 등이 역사적으로 객체의 위치에 놓여 있던 일본 여성들에게 받아들여져 공감을 이루었다. 차의 색 역시 여성을 사로잡는 매력 중 하나이다. 녹색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따라서 녹색 차가 만들어내는 거품에 대해 일본 여성들이 호감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또 하나의 원인은 다도를 진행할 때의 장엄하고 우아한 의식이다. 다도의 기법과 절차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여성의 형체와 자세를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여성의 자기표현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이케바나는 일본의 전통 꽃꽂이 예술로서 일본 여성이 온화한 마음을 기르기 위한 필수 과목이다. 고대 일본에서는 꽃으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12세기 들어 꽃꽂이는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감상의 기능이 강조되었고, 15세기에는 화도로 발전하여 여성의 품성 수양 항목이 되었다. 일본의 화도 문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루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화도의 비조 센리케의 집 꽃밭에 나팔꽃을 구경하러 갔다. 그러나 집에 도착하니 나팔꽃이 모두 파 내지고 없었다. 대신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만이 다실 내 어두운 구석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 한 떨기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감탄을 연발하며 홀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활짝 핀 한 송이야말로 대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이 이야기가 꽃의 진정한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꽃을 꽂을 때 종종 자신의 여러 가지 사상과 감정을 더해 꽃에 생명을 불어넣고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이케바나 예술을 통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독자적으로 표현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본인의 능력도 엿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이케바나는 단순한 꽃꽂이가 아니라 도덕수양과 관계되는 여성의 필수과목으로 되었다. 여성은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이케바나를 배워야 하며 만약 딸이 이것을 못하면 부모가 부끄럽게 여길 정도이다. 반면 이케바나에 능하면 당연히 집안의 영광이 된다.
서예도 일본 여성의 도와 관련이 있다. 일본인은 서예를 ‘영혼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서예는 일본 총인구의 1/4이 배울 정도로 보급되어 있으며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소설 『실락원』의 여주인공 린코도 서예에 조예가 깊은 여성으로 나온다. 서예가 그녀에게 부여한 독특한 매력 때문에 남자 주인공 구키의 관심을 끌게 된다. 린코는 말한다. “마음이 어지럽더라도 먹을 갈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사라져요.” 아마도 서예에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점점 많은 일본 여성이 그 매력에 빠지는 것 같다.
<“일본 여성”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츠위화 지음,역자 김현정님, 시그마북스>
▣ 저자 츠위화
중국 강소성(江蘇省) 출신으로 복단(復旦)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했다. 다년간 국제부와 문화부 기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취재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중국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사(光明日報社) 편집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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