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개인을 속박하는 유연사회!

[중산] 2011. 9. 6. 13:50

 

 

이상화된 유연사회: 오늘날 세상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 무연사회, 그 반대말은 유연사회다. 무연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희박해지고 사람들은 고립된 채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그 끝에는 곁을 지키는 사람 하나 없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이와 달리 유연사회는 인간관계가 농밀하고 사람들끼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죽음 역시 가족이나 친척이 지켜보는 가운데 맞이한다. 유연사회 속에서라면 무연사가 일어나려야 일어날 수 없다. 무연사회가 내비치는 적막감이나 고독함을 접하고 나면 유연사회는 따뜻한 인간관계가 넘실거리는 살기 좋은 사회처럼 보인다. 그리고 무연사회보다는 유연사회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연사회에서 벗어나려는 방법을 찾는 담론의 마지막 지점에는 이처럼 이상화된 유연사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유연사회는 과거의 유물이자 하나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유연사회의 제1원칙, 만장일치: 벼농사 촌락은 유연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알맞은 인격을 키워낸다. 그런 인격을 갖춘 사람은 고향을 떠나더라도 그곳에서 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집단과 일체화하려는 성향을 띤다. 결과적으로 일본 조직은 대부분 촌락사회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며 촌락사회 정신을 간직한 사람들의 손으로 유지되어 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촌락사회의 원칙이란 만장일치무소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일반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고수한다. 하지만 촌락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일반적인 민주주의와 다르다. 다수결로 결정하면 다수파와 소수파가 생긴다. 다수결에서 패배한 소수파는 어쩔 수 없이 다수파의 뜻에 따라야 하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응어리가 남게 마련이다.

 

 

촌락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료에게 응어리나 불신을 품으면 어느 순간 그것들이 폭발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촌락사회를 유지하는 데 번거로운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촌락사회는 구성원들이 단결해서 이루어야 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논에 물을 대는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수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끌어간다면 소수파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촌락사회는 다수결 대신 만장일치를 선호한다.

 

 

만장일치를 끌어내려면 논의에 많은 시간을 써야한다. 한 번 논의로 만장일치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몇 번이고 의견을 나누어 일치점을 모색한다. 이것이 촌락사회의 의논 방식이며 사회적인 원리다. 어떻게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렇지만 의견을 계속 나누다 보면 상대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논의에서 자기 의견을 마음껏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자기 생각을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상대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생긴다. 이렇게 논의를 반복하다 보면 이제 슬슬 타협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수없이 논의를 반복해 타협안을 찾아냈다면 그걸로 만장일치가 된 것이다. 결국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의견을 나누고 서로 양보하는 논의 방식이 촌락사회의 만장일치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나아가 촌락사회의 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연사회의 제2원칙, 무소유: 무소유는 논농사를 짓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전농업은 이웃한 논끼리 물길로 연결된 상태다. 한쪽 논이 다른 쪽 논의 수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각각의 논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마을 전체의 논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논 주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할 수 없다. 또한 논 소유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 자식이 물려받는다. 이때 후계자가 한명이면 부모가 소유한 논 전체를 물려받고, 자식이 둘이면 논을 분할 상속받게 된다. 이렇게 논을 분할하면 자식이 경작할 논의 면적은 부모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식이 셋이면 세 등분을 해야 한다. 이제 논농사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울지 모른다. 이래서야 다 같이 망할 뿐이다. 그래서 장남에게 논을 전부 주고 남은 자식들은 후계자가 없는 집에 양자로 들어가거나 아예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도 한다.

 

 

한 농부가 죽은 뒤 논을 분할 상속하면 각각의 농가가 소유하는 논 면적은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특별히 넓은 논을 소유한 대지주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논을 평등하게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촌락사회가 고안해낸 현명한 소유 구조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완벽한 평등은 불가능하다. 일찍이 남들보다 훨씬 넓은 논을 소유했던 일가도 있을 것이며, 성실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촌락사회는 내부의 원칙과 조정을 통해 다른 사람보다 넓은 논을 소유한 사람들이 면적을 더 늘려 다른 농가를 지배하려 드는 행위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이런 구조를 찾아볼 수 없다. 유연사회 특유의 구조이기 때문이다.<“사람은 홀로 죽는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시다마 히로미 지음, 역자 이소담님, 미래의창>

                                                           <거제도 남부 신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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