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울 때는 인생의 깊이도 몰랐을 때다. 그저 의무감에서 양육에만 힘썼을 뿐 즐길 줄을 몰랐다. 자식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근 30년이 지나서야 또 다른 씨앗인 예쁜 손자를 보게 되었다. 생의 한 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어린 자식을 키웠던 추억에 대한 무관심과 휴면기간이 길어져 그 만큼 새 생명의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유교풍의 가부장적 영향이 컸던 우리 세대에서는 가면에 가려져 오감이 무디어진 상태라 그랬는지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아마 복합적인 영향이라 봐야 할 듯하다. 자식이 결혼하였으니 ‘때가 되면 손자가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이런 생각이라면 얼마나 심심한 얘길까 반문해본다.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자본주의에서는 혼을 빼는 일들이 많아 자칫 한 눈 팔면 꼭 즐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