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개인의 자존감과 활력

[중산] 2011. 12. 16. 18:09

 

개인의 자존감과 집단적 자신감을 높이는 처방전

 

 

개인의 자존감과 활력

 

역사학자 로렌스 굿윈이 말한 대로 개인의 자존감이 결여된 대중은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할 수가 없다. 자존감이 없는 개인들은 수용자 문화가 주입하는 다양한 위계질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위계질서에는 경제력과 학력에 의한 구분이 포함된다. 자존감이 없는 개인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위계질서의 꼭대기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느끼고, 따라서 자신은 국가의 정책에 대해 발언할 자격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없으면 우리에게 더 나은 전문지식을 알려주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주려는 진짜 전문가들과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지혜도 없으면서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엘리트주의자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존감이란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위계질서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와 무관하게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조직 능력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가 조직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존감이 없다면 그들은 자기에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을 것이며 싸움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일관성이란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일관성이 없는 사람은 진짜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 일관성을 지키려면 우리의 여러 가지 믿음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판단해서 핵심적인 믿음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무기력한 사람은 핵심적인 믿음에 따라 행동하지 못해 일관성과 자존감을 잃게 된다. 자존감은 학대를 거부하고 자신의 핵심적인 믿음과 가치관에 맞게 행동할 때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관성과 자존감이 높아질 때마다 힘을 얻고 다른 영역에서도 자존감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자존감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회복력이다. 회복력이란 실패에 굴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회복력이 좋은 사람은 실패를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신뢰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앞날이 불투명하더라도 인내하고, 악재를 기어이 호재로 바꿔 낼 가능성을 찾는다.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원하고, 그 삶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지금은 오로지 돈을 위해 일을 할지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노숙자가 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든 간에 가족을 안전하게 부양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은 높아진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식주를 해결하려고 하는 일은 무엇이든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다. 만약 회복력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후 마침내 자기 신념에 부합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자존감은 더 커진다.

 

 

집단적 자신감: 연대와 승리

개인의 자존감은 노력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반면, 집단적 자신감은 주로 성취를 통해 얻는다.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집단적 자신감을 얻으려면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라도 비관주의자들이 예상한 것보다는 큰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미국 독립혁명의 초창기에 식민지 민중들은 그들보다 강한 영국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둘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영국군에게 참패를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당시의 예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승리를 거두기만 해도, 아니 비기기만 해도 집단적 자신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부 베트남 동맹군 역시 미군이 집단적 자신감을 얻을 만큼 큰 승리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따라서 승산이 적은 일(예컨대 기업정치와 싸워 이기는 일)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어떤 전투에 임하고 어떤 전투를 피할지를 사려 깊게 선택해야 한다. 특히 약자의 입장에서는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전투를 선택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 한 번의 패배가 완전한 항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승리)은 사기를 높여주고, 사기는 연대를 강화하며, 연대는 더 큰 성공의 필수조건인 에너지를 창출한다. 그래서 노련한 조직가들은 연대를 형성하는 일과 연대의 파괴를 방지하는 일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1970년의 미국 우편노동자 대파업은 승리의 경험이 되었다. 1969년 7월 1일(1970년 3월의 우편노동자 대파업이 일어나기 전) 킹스브리지 역과 뉴욕 브롱크스의 스로그넥에서 닉슨 대통령의 쥐꼬리만 한 임금 인상안에 반발한 우편배달부들과 우체국 직원들이 단체로 병가를 냈다. 그러자 경영진은 그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36지부의 평조합원들은 우체국의 조사와 징계를 겁내지 않았다.

 

브롱크스 우편노동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다수의 뉴욕 우편노동자들에게 신선한 쾌감을 선사했다. 뉴욕 우편노동자들은 뉴욕 전체는 물론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과의 연대감을 느꼈고, 경영진과 그들 자신들에게 무관심했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아니라 평조합원들이 진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을 얻었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경영진이 브롱크스의 노동자들에게 부과한 징계를 받아들였지만 평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파업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식의 지연전술을 쓰면서 평조합원들의 전투성을 거세하려 했지만 평조합원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았고 파업 찬성에 표를 던졌다. 다른 지역의 우편배달부들과 우체국 직원들도 동참했다.

 

 

1970년 3월 18일, 맨해튼과 브롱크스 우체국 앞에 피켓을 든 노동자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롱아일랜드와 뉴저지의 파업 노동자들도 곧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3월 23일이 되자 파업 참가자는 약 25만 명에 이르렀다. 닉슨이 군대를 투입해서 파업을 해산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전국의 우편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 시작했지만, 뉴욕 시의 파업 노동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뉴욕 시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전국의 우편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었다. 결국 우편노동자들은 승리해 완전한 단체교섭권을 인정받고 임금 인상을 이뤄냈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다가 나중에 우편노동조합 지도자가 된 빈센트 섬브로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저는 혁명이 어떻게 잉태되고, 정부가 어떻게 전복되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세워졌는가를 더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걸었던 소수의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Get up Stand Up(깨어나라 일어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브루스 E. 레빈 지음, 역자 안진이님, 베이직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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