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을 찾고 비난하는 강요된 자아: 다른 사람에게 참견하는 것 같아 자주 자제하는가? 자신이 하는 일이 충분치 않다고 믿는가? 긴장을 풀려면 술이나 신경 안정제가 필요한가?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한 일을 못 해내면 마음이 편치 않은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한 것이 아니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자주 걱정하고 우울하고 분노하는가? 만약 앞의 질문에 “Yes”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비판적이고 결점을 찾고 비난하는 ‘강요된 자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 지나치게 가혹한 표준을 설정하고 심한 벌을 내리는 자기 감시 장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심판자를 대면해보자.
이 심판자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는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다. 우리는 어린 나이부터 우리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는데, 이 ‘자기대화’는 주변에 있는 중요한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만약 영향력 있는 어른들이 가혹하고 비판적이라면, 우리의 ‘강요된 자아’ 역시 그럴 것이다. 또한 영향력 있는 어른들의 요구사항이 현실적이라면, 우리 역시 성취할 수 있는 표준을 설정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에게 받은 메시지를 토대로 자기정의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일종의 통제 경계선이다.
이렇게 일단 자기정의가 형성되면, 우리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입증한다. 예를 들어 자신을 형편없는 운동선수로 인식하면, 체육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것은 신체적인 기술을 발달시킬 기회를 잃게 만든다. 나는 학창 시절 이해가 안 되던 것을 알기 위해서 화학 교수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결과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40%가 D 또는 F를 받았지만, 나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 기말고사 이후 교수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던 학생이 단 2명이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멍청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것은 심리학자들이 ‘자기 실현적 예언(깊이 믿으면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부르는 한 사례다. 이처럼 우리가 자신과 자신의 경험을 평가하기 위해 학습한 틀(강요된 자아의 판단 틀)은 우리가 삶을 이끌어나가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이 틀에는 정서와 요구(필요)를 위한 공간이 없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판단 구조에 직면해 어떻게 자기대화를 하는지 묻고, 자신의 감옥을 조금씩 해체시키는 것이다.
명령, 금지, 불완전한 사고가 결합된 덫: 코니는 헤지펀드의 차익거래 위기 분석가로 고속 승진하고 돈도 많이 번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 사교생활은 거의 없고, 한 달에 2~3주는 출장을 가야 하고, 패스트푸드를 과하게 먹고 나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단식한다. 코니는 인간관계와 가족을 삶의 다른 목표로 삼지만, 수주째 밀려오는 일의 파도 속에서 희미해지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코니는 내부의 자아와 다음처럼 흥정한다. “일단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시간이 날 거야. 지금 내가 ‘No’라고 말한다면 일에 무관심해 보일 거야.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잘릴지도 몰라.”
치료 중에 코니는 흥미로운 꿈 이야기를 했다. 꿈속에서 코니의 집이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낯선 사람들이 보석을 훔치고 심지어는 통조림까지 가져갔지만, 그들을 집 밖으로 몰아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꿈속에서 코니는 현재의 위기에 대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자신에게 털어놓았다. 필요한 경계선을 잃어버렸고, 내부 균형점을 넘어서 버렸다. 자신에게 값진 것들을 많이 잃은 것이다. 꿈은 현재 코니의 심리학적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 코니의 심판자는 값진 경험을 훔치고 값진 보석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기본 수단인 음식을 뺏으며 삶을 탈취한다. 만약 우리가 코니의 내면 대화, 즉 자신과의 대화 방식을 들여다본다면, 코니가 명령(조종자), 금지(방해자), 불완전한 사고(혼란자)가 결합된 덫에 걸려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를 긴장하게 하는 조종자: 조종자(driver)는 말 그대로 내부 추진체다. 조종자는 우리에게 “완벽해라, 서둘러라,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라, 열심히 노력해라, 강해져라.”라고 명령한다. 조종자라는 용어는 의욕이나 동기와 같은 심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조종자는 사람 내부의 생동감이나 에너지와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일종의 강요된 자아의 압력과 동기 위에 떠 있다. 코니는 정신분석가 카렌 호니가 만든 용어인 ‘OO해야 해(should)의 폭압’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코니가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조종자가 요구하는 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루는 무한대가 아니다.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으며, 인내심도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심판자는 이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막는 방해자: 코니의 심판자는 코니가 감정과 욕구를 무시하도록 압박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는 것조차 막는다. 흔히 이것을 방해자(stopper)라고 한다. 코니의 방해자들은 코니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균형을 잡지 못하도록 심각하게 방해한다. 예로 코니는 사장이 주말 아무 때나 호출을 해도 받아들인다. 게다가 다른 식으로도 자신을 억제한다. 즐겁지 않다고 휴가를 거의 가지 않고, ‘준비를 못해’ 다음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이 두려워 친구들과 약속을 취소한다. 코니는 완전히 자기 방해자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금당한 것처럼 말이다.
나를 두렵게 만드는 혼란자: 코니는 직장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선을 긋는 것은 살얼음판 위에 있는 것만큼 코니를 두렵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혼란자(confuser)이며, 세상에 대한 명료한 사고를 막는 인식과 사고방식이다. 코니는 혼란자 때문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다. 게다가 매 순간 무장 감시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부정적인 추론을 완전히 믿기 때문에 확인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이 개인 생활을 적절히 해나가는 것을 볼 때조차도 일을 잡고 있다는 믿음에 매달려 있다.
상황 + 자기대화 = 감정과 행동: 코니가 ‘강요된 자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면, 자신과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면의 목소리는 코니를 조종하거나 방해하거나 혼란시키지 않고, 코치를 해주거나 안내해줄 것이다. 그리고 또 내면의 목소리는 코니를 보살펴주고, 코니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는 내면의 동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 내면의 동료는 코니에게 좋은 부모나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이 ‘강요된 자아’가 심판자 기능을 하는지, 아니면 안내자 기능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이렇게 언급했다. “인간은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상황 A는 결과물 C로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중간에 자신과의 대화 B를 거치면서 교정되거나 악화되는 것이다. 인지치료의 시조인 알버트 엘리스가 이것을 ‘A + B = C’로 단순하게 공식화했다. 실제로도 상황이 자기대화를 거쳐 감정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결국 스트레스의 총체적인 수준은 자신과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외부 상황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더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파멜라 버틀러 지음, 역자 박미경님, 소울메이트>
▣ 저자 파멜라 버틀러
캘리포니아 밀 벨리에서 개인 치료실을 운영하는 저명한 임상 심리학자로서 개인, 커플, 가족,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 원리를 이용해 우울증부터 공포증, 불안, 불행에 이르는 문제를 치료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을 이용하는 전문가다. 35년 경력 중에 개인 상담소를 통해, 캘리포니아 대학과 연합해 수많은 워크샵과 전문 트레이닝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한 Westinghouse, Levi Strauss, Macy’s, Buttes Gas and Oil Company, Marsh and MaClendon을 포함한 수많은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트레이닝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전미 베스트셀러인 『Self-Assertion for Women(여성을 위한 자기주장)』이 있으며, 이 책은 인지행동치료 분야에서 처음 출간된 책들 중 하나로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고 중국어와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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