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콩코드 강둑 위에 서서 모든 진보의 상징인 강물의 흐름을 바라보며, 우주와 시간과 모든 피조물이 따르는 같은 법칙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강바닥의 물풀들은 물결의 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럽게 하류로 몸을 굽힌 채 아직도 씨앗이 가라앉은 곳에서 자라지만, 머지않아 그들도 죽어 물결처럼 떠내려 갈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바람도 없이 그저 빛나는 조약들, 나뭇가지들과 잡풀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떠내려 오는 통나무들과 나무줄기들은 나에게 아주 묘한 흥미를 일으켰다. 드디어 나는 이 강이 나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그 물결의 가슴팍위에 띄워 보낼 결심을 했다.
강둑의 경치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화려한 꽃들의 빛바랜 색깔에서 계절이 이미 한 해의 오후로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두운 빛깔이 더 듬직하게 느껴져, 여전히 식지 않는 열기 속 차가운 샘의 이끼 낀 가장자리처럼 쉽게 항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콩코드의 호수와 강에는 여러 종류의 수련이 살고 있다. 나는 여름철 어느 날 해뜨기 전, 수련이 꽃잎을 오므린 채 잠들어 있는 수련 밭 사이로 배를 타고 강을 따라간 적이 있다. 강둑 너머에서부터 햇살이 엷게 내리비치기 시작하자 수련 꽃이 어찌나 예민하던지, 내 앞에서 흰 꽃밭 전체가 펼치듯 일제히 꽃봉오리를 여는 것이다.
시는 삶이 흘러넘쳐서가 아니라 가라앉아 써지는 것이기에, 시인의 발밑에서 나온다.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단련이 필요하다.
사디는 여행을 다녀도 좋은 사람으로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대로, 자신의 손으로 근면하게 살림을 꾸려갈 수 있고,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번번이 자신의 믿음을 걸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직공”을 으뜸으로 쳤다. 잘 일궈진 땅에서도 야생 과일이나 사냥한 고기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여행해도 좋다. 재빠르게 걸으면서 살림을 꾸려 갈 수 있는 사람은 여행해도 좋다.
가장 값싸게, 가장 빠른 길로, 가장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법은 국자하나, 숟가락 하나, 낚싯줄, 그리고 옥수수 가루와 소금과 설탕을 약간씩 지니고서 걸어가는 것이다.
여행자는 길에서 다시 태어나 자신에게 힘을 주는 주된 요소인 자연의 요소에서 여권을 얻어야 한다. 밤에는 피로가 그의 베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체험을 통해 비 오는 날들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산책을 하고 나면 아무리 맛이 없고, 영양가가 낮은 음식이라도 식욕이 당겨 먹고 싶어진다. 사어(死語)로 쓰여진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을 집에서 읽으려면 너무나도 힘이 든다. 그렇더라도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여행할 때 갖고 다니는 게 가장 좋다.
끊임없이 여행하는 건 조금도 생산적이지 않다. 여행을 지나치게 많이 다니는 사람은 다음 생이 무척 고달파진다. 참되고 솔직한 여행은 전혀 심심풀이가 아니며, 오히려 죽음, 즉 인생 여정의 한 부분에 못지않게 심각하므로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단련이 필요하다.
나는 즐거운 바람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른다.
새로운 경치,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생각들을 찾으리.
탁 트이는 물길, 불쑥 솟아오르는 땅
조심해야 할 것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간 곳들.
아름다운 경치들을 돌이켜보니
그대만이 굽지도, 휘지도 않은
곶머리, 영원의 기슭인 듯
영혼을 맑게하는 건강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평생 사귀어야 하는 길동무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맑게 하는 진실한 책만 읽어라. 통계, 소설, 뉴스, 보고서, 정기간행물 따위는 읽지 말고, 위대한 시만 읽어라. 그것들이 동이 났을 때는 되풀이해서 읽거나, 아니면 스스로 더 많이 쓰려고 해보라. 우리는 신들에게 희생 재물보다는 자신의 온전한 생각을 시나 찬송으로 바쳐야 한다.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늘 보살핌이나 칭찬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피곤하다고 읽기 쉬운 소설책에 엎드리기보다는 낮잠을 자두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훌륭한 생각을 제대로 앞쪽에서 누리기 위해서는 그 생각이 다다르는 지점에 서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삶의 길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루가 온종일 대낮일 필요는 없으나, 하루가 저절로 싹틔울 수 없는 시간이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있어야 한다.
굽실거리는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니라, 그 속에 든 생각 하나하나가 보기 드물게 담이 큰 책, 게으름뱅이는 읽을 수 없고, 마음 약한 이는 즐기기 어려운 책, 심지어 현존 제도에서는 읽는 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책을 나는 좋은 책이라 부른다.
가장 매력적인 글은 지혜가 가득 담긴 그이 아니라,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는 진솔한 글이다. 말하는 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안다는 듯, 탁 터놓고 잘라 말하기에, 슬기로운 글은 못된다 해도 적어도 확실히 터득된 글이기는 하다.
그는 가운을 입고 아테네로 가서
많은 교육을 받은 바보로 천천히 돌아온다.
실제로 그들은 지식의 요소들이 아닌 무지의 요소들을 가르친다. 가장 높은 진리의 경지에서 생각해보면, 지식의 바탕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식과 무지 사이에 놓인 틈새는 과학의 이치로는 건널 수 없는 틈새이다.
땅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한 번도 항해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항해 기술이 아니라, 배가 부서져 바다를 떠도는 뱃사람들이 얼핏 본 마른 땅과 같은 그런 순수한 발견을 책에 담아야 한다. 지은이가 꼭 밀과 감자를 거둬야 할 필요까지는 없고, 열매 자체가 지은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거둔 삶의 열매라야 한다.
우리의 삶은 배경이라는 위안을 필요로 한다.
누구에게나 야생자연은 가까울수록 소중하다. 인간이 뜰에서 커다란 이점을 얻는 것 이상으로, 오래된 마을도 자신을 둘러싼 숲에서 커다란 이점을 얻는다. 새로 생긴 마을을 에워싼 숲, 때로는 마을 한가운데까지 불쑥 들어와 있는 숲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일으킨다.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강직함은 자연의 오랜 청렴함과 활력을 힘주어 말한다. 여전히 우리의 삶은 소나무가 우거지고 어치가 우짖는 이런 배경의 위안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무명지붕을 뚫고 가물거리는 별 하나를 꿈꾸며, 반은 깨어 있고 반은 잠들어 있었다. 한밤중에 한 사람은 자신의 어깨에서 찌르륵 찌르륵 울어대는 귀뚜라미나 자신의 눈을 헤집는 거미에 놀라 깼다가, 바위 많고 숲이 우거진 골짝을 졸졸 흘러가는 이웃 실개천 소리에 다시 포근히 잠이 들었을 것이다. 머리를 낮게 바닥에 두고 딸랑거리는 풀밭이 얼마나 바쁜 실험실인지 귀 기울이는 일 또한 즐거웠다.
그때 게으른 시간이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며
내게 영원을 남겨놓았나니,
나는 소리의 경계 너머를 듣고
경치의 끄트머리 너머를 본다.
나의 비밀을 만물로 넓혀놓고
나를 군중 속에 홀로 남게 한다.
*소로우는 1817년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3년 하버드대 입학, 시인이자 초월주의 사상가로 변신,1845년 윌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어 자연 속에서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자족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소로우의 강‘은 그의 첫 작품이고 ’윌든‘은 19세기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가 되었다. 노예제도 폐지에 앞장섰고 1862년 결핵으로 별세 함.<’소로우의 강‘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님 옮김, 갈라파고스 출판>
가을을 품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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