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내 이름 석자!

[중산] 2022. 12. 21. 10:23

직장동료이면서 먼저 근 9년 전에 퇴직한 선배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반가운 안부를 나누다가 한 가지 부탁을 한다고 하였다. 자기가 예전에 중국 여행을 가서 선물로 받은 작품이 있는데 뜻풀이를 원한다고 하였다. 궁금해도 지금껏 지내왔는데, 죽기 전에는 꼭 알아야겠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탁하기에 얼른 보내라고 하였다. 이름 석 자로 적은 칠언시인데 카톡으로 받아 풀이를 해보았다.

 

 

 

 

李挑界芳碧草靑 (이도계방 벽초청)

오얏과 앵두나무 사방에 울긋불긋 푸르고,

定宇軒亭輕*五岳(정우헌정경오악)

집 마루정자에 앉아서 유명산을 편히 바라본다.

凌雲 揚鴻帆 (훈부능운양홍범)

훈은, 뭉게구름이 기러기 떼를 이끌고 있고,

福瑞盈門松鶴徒(복서영문송학도)

상서로운 복이 대문에 가득 차고

학 무리들이 소나무에 모이도다!

 

*오악은 중국의 전설속의 다섯 유명산

 

☞ 종합 : "이름 풀이가 참 좋습니다! 집에 편안히 머물면서 자연(산,구름,기러기)을 즐기게 되고, 복이 집안에 가득하고 장수(학)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칠언 절구의 정형시로는 좀 아쉽지만 글씨는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보냈더니, 궁금증도 해소 되어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나이 칠십이 되어도 "복이 넘치고 장수를 한다" 하니 많이 기뻤던 모양이다. 

나 또한 덩달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 거 같아 즐거웠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이후 그림자 처럼 붙어 다니는 그저 무덤덤한 느낌의 내 이름 석자.

남들이 지어주지 않더라도 내 이름 석자로  아름다운 삼행시를 지어보면 어떨까~!!

 

 

나를 바라보며 불러 본 적이 없는 내 이름

남이 부를 때만 짐짓 알아 차리는 내 이름

부모님이 지어 기쁘게 불러주시던 내 이름

 

쉼없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는데도

정작 나는 나를 잊고 무덤덤하게 대했구나. 

 

타인의 영상에 비친 이름보다 내 청징한

마음속 거울로 나의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보자! 

 

찬 어름 위에서 졸고 있다~!
얼음 조각 무늬들~!
겨울의 병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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