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이면서 먼저 근 9년 전에 퇴직한 선배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반가운 안부를 나누다가 한 가지 부탁을 한다고 하였다. 자기가 예전에 중국 여행을 가서 선물로 받은 작품이 있는데 뜻풀이를 원한다고 하였다. 궁금해도 지금껏 지내왔는데, 죽기 전에는 꼭 알아야겠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탁하기에 얼른 보내라고 하였다. 이름 석 자로 적은 칠언시인데 카톡으로 받아 풀이를 해보았다.
李挑界芳碧草靑 (이도계방 벽초청)
오얏과 앵두나무 사방에 울긋불긋 푸르고,
定宇軒亭輕*五岳(정우헌정경오악)
집 마루정자에 앉아서 유명산을 편히 바라본다.
勳部凌雲 揚鴻帆 (훈부능운양홍범)
훈은, 뭉게구름이 기러기 떼를 이끌고 있고,
福瑞盈門松鶴徒(복서영문송학도)
상서로운 복이 대문에 가득 차고
학 무리들이 소나무에 모이도다!
*오악은 중국의 전설속의 다섯 유명산
☞ 종합 : "이름 풀이가 참 좋습니다! 집에 편안히 머물면서 자연(산,구름,기러기)을 즐기게 되고, 복이 집안에 가득하고 장수(학)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칠언 절구의 정형시로는 좀 아쉽지만 글씨는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보냈더니, 궁금증도 해소 되어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나이 칠십이 되어도 "복이 넘치고 장수를 한다" 하니 많이 기뻤던 모양이다.
나 또한 덩달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 거 같아 즐거웠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이후 그림자 처럼 붙어 다니는 그저 무덤덤한 느낌의 내 이름 석자.
남들이 지어주지 않더라도 내 이름 석자로 아름다운 삼행시를 지어보면 어떨까~!!
나를 바라보며 불러 본 적이 없는 내 이름
남이 부를 때만 짐짓 알아 차리는 내 이름
부모님이 지어 기쁘게 불러주시던 내 이름
쉼없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는데도
정작 나는 나를 잊고 무덤덤하게 대했구나.
타인의 영상에 비친 이름보다 내 청징한
마음속 거울로 나의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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