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목격한 사람들
1950년대에 테이프 녹음기가 발명되자, 사진사 본 살리아가 망자와의 대화를 테이프로 녹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자 음성 현상’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신봉자들은 변화가 없는 소음을 사후세계에서 온 메시지라고 해석했지만, 사실 전파방해와 희망적인 사고가 있다면 설명이 충분하다.
이렇듯 무작위 자료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이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아포페니아apophenia’라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가정용 녹음기가 보급되면서 대중음악을 거꾸로 틀면 숨겨진 메시지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그러자 녹음 테이프를 거꾸로 듣는데 집착하는 별난 광경이 연출되었다.
아포페니아는 청각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어떤 감각이든 혼란스럽게 해서 우리의 인지를 왜곡할 수 있다. 세상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므로 우리가 지각적 착각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변상(變像)은 자극을 받으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알려진 패턴을 인지하는 심리 현상이다. 선천적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얼굴과 사람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성향이 있다.
게다가 인간은 대부분 얼굴에서 ‘감정’을 찾을 수 있다. 명백히 어리석은 짓이지만 우리가 본능적으로 하는 일인 만큼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NASA가 1976년 바이킹 1호가 화성에 접근해서 찍은 사진을 전송했을 때, 지역을 찍은 사진 하나에 희미한 인간형 얼굴을 떠올랐다. ‘화성의 얼굴’은 바이킹호가 보낸 사진의 해상도가 낮아서 생긴 착시였다.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면 결함이 있는 지각은 제멋대로 우리를 속인다.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고도 수백 년이 흘렀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7년 유고브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0퍼센트가 유령의 존재를 믿었고, 2015년 퓨리서치 설문에서는 응답자 18퍼센트가 유령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실험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사람은 회의주의자보다 무작위적인 빛의 패턴 속에서 ‘걷는’ 형상을 더 많이 보았다. 뇌 영상 실험에서도 의도와 연관된 뇌 영역의 활동이 늘어났다.
유령과 조우하는 장소는 대개 불길하거나 모호한 곳이다. 묘지나 외딴집, 어두운 지하실이 자주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널리 알려진 바로는 우연히 유령을 만난 사람은 형체 없는 유령을 볼 뿐 아니라 틀림없는 존재감과 변함없는 두려움도 경험한다고 한다.
제3의 인간증후군
인간의 뇌는 서로 충돌하는 신호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존재감은 종종 조현병이나 뇌전증 증상이기도 하다. 전두두정피질이 손상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증거가 있다.
‘제3의 인간’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 경이다. 그는 남극 탐험 도중 영적 존재를 느꼈다. 특히 등산가, 마라톤 선수, 난파선 생존자. 혼자 항해하는 선원도 흔히 느낀다.
에베레스트산을 혼자 등반한 영국 등반가 프랭크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유령 등반 파트너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한 나머지 빵을 떼서 그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제3의 인간 증후군은 어둠과 황량한 풍경 속에서 지루함과 고립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추위, 부상, 굶주림과 갈증 역시 연관성이 있다.
극단적인 피로와 수면부족은 우리의 감각을 교란하고 그에 따라 인지 역시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뇌는 전기 및 화학 신호가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므로 우리는 전기나 화학적 붕괴에 따른 지각 왜곡에 취약하다.
환각은 이런 지각 왜곡의 하나로 원인은 다양하다. 입면 환각은 잠이 들거나 깨어날 때 환청과 환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통은 잠들기 전에 환각이 스치고, 실체가 없는 환청이 덮쳐오고, 촉감이 느껴지기도 하며, 이를 경험한 사람은 대개 이 자극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지각을 왜곡시키는 수면 상태
렘REM수면에서는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무긴장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무긴장은 약간 비틀린 상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몽유병이 그 결과 중 하나다.
수면마비는 여전히 무긴장으로 근육이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의식은 깨어 있지만 움직이거나 말할 수 없다. 수면 마비는 수초에서 수분까지 이어지며 대개는 악의를 품은 침입자가 있다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침입자가 잠자는 사람의 가슴을 짓누르는 감각 같은 출면 환각(잠에서 막 깨어날 때 나타나는 감각)으로 더 악화한다.
수면 마비는 가장 오래되고 널리 퍼진 악마의 전설, 즉 인큐비(여성에게 나타나는 몽마, 로마신화)와 서큐비(남성에게 나타나는 몽마, 로마신화)전설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인큐비는 기원전 2400년경에 만들어진 수메르인의 기록부터 <성경>의 <창세기>, 잠자는 사람의 가슴 위에 올라타 악몽을 선사하는 독일의 암말 전설까지(여기서 나이트는 밤, 메어mare는 암말을 뜻한다) 어디에나 숨어 있다.
포러 효과, 바넘 진술 효과
1948년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격 분석문을 작성했다. 모두에게 똑같은 평가가 담긴 ‘분석문’을 보냈고 이 분석문은 다양한 별자리 점괘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문장들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별자리 점괘에서 무작위로 선택하여 작성한 성격 설명이 자기에게만 특별하게 적용된다고 믿고 높은 점수를 매기는 성향 (포러 효가,Forer effect)이 있다는 관찰 결과를 학술적으로 증명했다.
이것은 전설적인 서커스 기획자이자 사기꾼인 바넘의 이름을 따서 바넘 진술Barnum statement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평가자의 권위를 믿을수록, 읽는 글이 자기에게 특화되었다고 믿을수록 잘 속았다.
포러 효과는 오래전에 파훼된 신념을 고수하려는 인간의 집단적 성향을 보여준다. 행성과 별의 움직임이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점성술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오랜 비판의 대상이었다.
12세기 철학자이자 의사인 마이모니데스는 “점성술은 질병이다. 과학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전면적으로 점성술을 거부했는데, 현대 전문가가 할 법한 말이다. 2010년 미국인 45%는 점성술이 ‘일종의’ 과학이거나 ‘매우’과학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재미있는 점은 독실한 점성술의 신봉자는 잘못된 예측을 들었어도 자신의 점성술 결과가 매우 정확하다고 단언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 접목한 금융 점성술 시장도 번창하고 있다.
은행가 존 피어몬트 모건은 개인적으로 점성술사를 고용했으며, 그는 “백만장자는 점성술사를 믿지 않지만 억만장자는 믿는다”라고 말했다.
금융 점성술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리기 위해, 영국과학진흥협회는 2001년에 금융 점성술사와 투자자, 다섯 살 어린이에게 각각 5000파운드를 주고 FTSE100에 투자하는 실험을 했다.
금융 점성술가는 투자금을 가장 많이 잃었다.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무작위로 투자한 다섯 살 어린이가 금융 점성술사보다 나은 투자 수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플라세보 효과
심리학에서 기대감과 믿음만으로 현실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른바 플라세보 효과 placebo effect가 있다. 가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질병이 뚜렷하게 나아지는 현상이다. 통증반응은 플리세보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다.
플라세보 효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며 기대감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효과는 온전히 지각에 의한 현상이며,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신비로운 사례도 아니고,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아졌다는 지각은 감기나 일반적인 통증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더 심각한 질병의 의학적 치료를 대체하지 않는다.
<‘페이크와 팩트-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기보은 님 옮김, 디플롯출판>
* 아일랜드의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 암 연구자다. 더블린시립대학교에서 자외선방사선물리학 박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의학물리학 및 종양학 박사후연구원을 지냄.
철학 상식 한 토막 - 자아
뜻 : 自我 : self : 자신의 의식
예) “남에게 좌우되지 말고, 확실한 자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자아란 타자나 외부 세계로부터 구별되는 자신의 의식을 가리킵니다. 이 개념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한 사람은 근대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입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의식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인간의 본질을 의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근대 철학자들이 모두 이 자아의 정체를 둘러싸고사색을 전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칸트가 시작헤서 헤겔이 완성한 독일관념론은 자아와 그 대척점에 있는 비아(非我, not-self)와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관념론은 인간의 주관, 다시 말해 자신의 의식이 비아, 즉 나 이외의 사물의 존재를 성립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아는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의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아가 본능(이드)과 규범의식(초자아)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마음의 기능이라고 보았습니다.
<교양 있는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수업‘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용택님 옮김, 빌리버튼출판> * 철학자이자 야마구치대학교 교수이다. 교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나고야 시립대학 대학원에서 인간 문화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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