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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까?

[중산] 2024. 12. 2. 06:13

 

 

 

훌륭한 책은 독자에게 많은 경험을 주기 때문에

읽고 난 다음에는 역간의 피로를 느끼게 한다.

그런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보통 인생의 몇 배나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 윌리엄 스타이런, 미국의 작가

 

 

 

최대 장수자!

 

믿을 만한 최대 수명자는 1997년 122세로 세상을 떠난 잔 칼망이었다. 그녀는 고흐가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냈던 남프랑스의 소도시 이를에서 살았다. 칼망은 평생 아주 건강했다. 100세가 되어도 자전거를 탈 정도였다.

 

그녀는 생애 마지막 5년을 빼고는 줄곧 담배를 피웠다. 항생체를 비롯해 현대의학의 혁신들이 일어나기 전에 태어난 사람이 그토록 오래 살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연간 기대수명 증가 속도는 2015~2019년에 정체기를 맞은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했다. 이번 팬데믹은 1918~1919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추정되는 독감 유행과 마찬가지로 예외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팬데믹 전에도 수년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어쩌면 비만이 갈수록 유행하면서 제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질병이 계속 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100세까지 사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지만, 칼망이 사망한 후 25년간 기록을 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극히 오래 산 사람들의 눈에 띄는 특징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뉴잉글랜드 백세인 연구를 이끄는 토머스 펄스는 수십 년간 100세 넘게 산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 그는 백세인들의 건강력, 개인 습관, 생활 스타일, 가족력과 유전적 요소를 조사했다.

 

연구에서 백세인들이 세 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약 38%는 80세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연령관련 질병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이들을 생존자Survivors라고 부른다.

 

또 다른 43%는 지연자Delayers,즉 80세 이후에 그런 질병을 받은 사람들이다. 마지막 범주는 회피자Escapers로, 100세가 될 때까지 가장 흔한 연령관련 질병 열가지 중 한 가지도 진단받지 않은 19%를 가리킨다.

 

사실 백세인의 약 절반이 피부암을 제외한 암, 심장병, 뇌졸중에 걸리지 않고 100세 생일을 맞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펄스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백세인의 게놈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웹사이트를 열어 방문자에게 질문한 후, 추정 수명을 알려주고 더 오래 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안하는 많은 것이 이미 익숙하다. 예컨대 커피보다 차를 권한다든지, 철분 섭취량을 줄이라든지(철분은 종합 비타민 제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규칙적으로 치실을 사용하라는 것 등이다.

 

적당한 양을 먹고, 패스트푸드와 가공육과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를 피할 것,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할 것,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 스트레스를 피할 것, 활발한 정신활동을 유지할 것,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것 등은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가까운 가족 중에 90세 넘게 산 사람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노화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분자, 세포, 조직이 입은 손상이 축적되어 점점 쇠약해지고 결국 죽음을 맞는 현상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노화의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에 주목한다. 노화의 특징이라고 하려면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늙어가는 몸에 나타나야 한다. 둘째, 그 특징이 늘어날수록 노화가 빨라져야 한다. 셋째, 그 특징을 감소시키거나 없애면 노화가 늦어져야 한다.

 

이런 특징은 분자에서 세포와 조직을 거쳐 몸이라는 상호 연결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 존재한다. 어떤 특징도 고립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모두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 베니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님 옮김, 김영사출판> * 베니 라마크리슈난 :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자생물학자. 1952년 인도 태생으로, 인도 바로다 대학 물리학,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또 공부했고, 미 유대 대학을 거쳐, 영국 캐임브리지 MRC분자생물학 연구소에 합류해 지금까지 그룹 리더를 맡고 있다. 2009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유전자 기계>,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등의 공동 저서가 있다.

 

 

 

왜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까?

 

한동안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지 궁금해 했다. 빅토리아대학교 심리학 교수 로버트 기퍼드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완화에 기여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주요 장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지적 한계

간단히 말해, 기후변화는 너무 복잡해서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선천적으로 장기적인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으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하기를 반대하는 다양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세계관에 정면으로 맞서 분노, 비꼬기, 헐뜯기로 대하면 사람들이 설득되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더 단단히 굳히는 역효과가 생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는 다루기에 까다로운 문제일 수 있다.

 

세계관의 편향은 우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파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이유는 우파가 기후변화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좌파가 기후변화를 믿는 이유는 좌파가 기후변화를 믿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교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판단하고 동기를 부여받는 경향이 있다. 시스템에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유명인이나 정치인이 전기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 개인용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면, 기후변화에 끔찍한 악영향을 미친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몰비용

어떤 일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우리는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환경에 좋지 않은 물건에 투자하지만 포기하기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세탁기를 포기하고 손빨래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한편으로 작은 집에 살고 자동차와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기는 어렵다.

 

불신

2009년 헤커들이 기후과학자들로부터 훔친 이메일과 파일 수천 건을 공개했다. 이 이메일에 따르면 기후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보수 미디어가 문맥에서 벗어나 일부 진술을 편집했다고 불평했다.

 

인지된 위험

행동의 변화에는 항상 인지된 위험이 따른다. 인지된 위험이 당장의 이익보다 크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가 어렵다

 

제한된 행동

사람들은 도덕적 목표를 향한 작은 행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비용이 들지 않는 재활용은 기꺼이 실천하지만, 더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마겟돈 주장

2019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총회 의장 가르세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비가역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선언하며 ”우리는 지구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했다.

 

꽤 무서운 말이지만 이런 경고가 효과가 있을까? 몇 가지 기본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첫째, 모호하게 대격변을 경고하는 말은 환경 운동가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다.

 

나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경고를 하는 사람은 ‘양치기 소년’이 되기 쉽다.

 

어떤 학자가 ‘지옥에서 온 소식’이라고 부르기도 한 즉각적인 위기의 언어는 무력감을 일으킬 수 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중요한 이슈를 둘러싼 담론은 대개 설득보다 비난과 오해의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만다. 최종 목표에 다가갈 수 없다고 해도 비난이 더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꼬면서 우쭐대는 정치적인 밈을 퍼뜨리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더 키우고 기후변화의 해결을 늦추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데이터는 설득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후 게이트의 가장 큰 실패다.

 

둘째, 분노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실제로 효과가 없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이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도록 돕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셋째, 침착을 유지하고 상대방이 흥분하는 것 같으면 우선은 물러나고, 나중에 다시 시도하자. 넷째, 적어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종말이 임박했다거나, 채식을 해야 한다거나, 건조기 대신 빨래를 널어 말려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다섯 째, 상대방이 정당한 지적을 하면 기꺼이 인정하자. 이를 특이성 크래딧idiosyncrasy credit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기여를 인정하면 상대방도 열린 마음으로 나의 주장을 경청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섯째, 예의를 지키자. 모욕하거나 인신공격을 하지 말자. 일곱째, 진실하게 대하자. 논리적 오류, 가스라이팅, *모테 앤 베일리 오류 등에 빠지지 말자.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화나게 하지 말자. 도로에 자기 몸을 붙이는 일은 그만두자. 이런 말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개선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지만 확실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 모테 앤 베일리(Motte - and - Vailey)오류 : 모테와 베일리의 성에서 명명되었으며, 이것은 논쟁의 한 형태이자 비공식적인 오류이며, 한쪽은 겸손하고 방어하기 쉬운 것(모테)이고 다른 쪽은 훨씬 더 논란이 많은 것(베일리)입니다. 논란의 여지에 입장을 제시하면, 논쟁자는 더 겸손한 입장만 제시한다. 본론으로 후퇴하면, 베일리에 대한 공격과 모테에 대한 공격을 동일시 함.

 

<‘나만 옳다는 착각’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크리스토퍼 J.퍼거슨 지음, 김희봉님 옮김, 선순환출판> 크리스토퍼 J.퍼거슨 : 미국 플로리다 스탯슨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범죄와 폭력과 반사회적 행동을 주로 연구한다. <Violent Crime>의 편집자이며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한다. <How Madness Shaped History> 등을 썼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배운다는 것이다.

돈이란 잃거나 도둑맞을 수 있고,

건강과 정력은 약해질수 있다.

그러나 머릿속에 넣어 둔 것은 영원히 당신의 것이다.

 

- 루이스 라무르, 미국의 작가

 

올해 마지막 단풍을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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