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근원은 무엇인가!
아우구스티누스가 경험했던 방황과 고민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악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묻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성향이고 그 대답을 알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그가 『고백록』에서 밝히는 행복의 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인간의 조건이란 인간이 무한하고 변하지 않는 행복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도 인간 심리의 근본법칙으로 되어 있다.
다만 아우구스티누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구별되는 점은,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인간의 행복에 초자연적인 덕과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 반면,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자연적인 것을 넘어서서 초자연적인 것으로 이행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봤다. 바꿔 말하면, 이성적인 덕의 완성 속에서가 아니라 신적인 정신 안에서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물은 선 그 자체인 신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에 세계의 만물은 모두 선하고, 따라서 모든 사물은 무엇이나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사랑하는 모든 대상은 그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과 행복을 줄 것이다. 그 자체가 악한 것은 없다. 악은 실제적인 사물이 아니라 뭔가 부재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이나 그가 사랑하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방식과 사랑의 결과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에 있다. 즉 사물들을 올바른 우선순위에 따라 배치하고 그것들이 지닌 참된 가치에 따라 그것들을 평가해서 더 가치있는 것은 더 사랑하고 덜 가치있는 것은 그만큼 덜 사랑하는 질서를 유지한다면, 이는 미덕으로서 ‘올바로 정리된 사랑’이고, 사물들의 참된 가치와 우선순위를 파괴하고 무시한다면, 이는 악이며 죄다. <“고백록 Confessione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