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260

취미에 대하여!

취미에 대하여! 17세기 중반 ‘취미’라는 용어는 그라시안(1601~1658, 스페인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작가)의 책이 번역되면서 유럽의 모든 나라로 전파된다. 하지만 그라시안이 ‘취미’라는 단어를 문학예술에 한정해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취미란 세상 모든 것에서 섬세함과 세련됨을 알아보는 능력이었다. 작가이자 비평가였던 샤를 드 생테브레몽은 세련된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성향으로서 ‘취미’의 개념을 사용했다. 17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취미’는 새로이 ‘느낌’, 즉 프랑스인들이 ‘상티망’sentiment이라 부르는 어떤 막연한 느낌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 미각의 은유는 프랑스에서 유럽의 모든 나라로 확산된다. 영국 미학이 취미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데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이는 조셉 애디슨(1..

독서 자료 2024.03.06

살기 위해!

직장에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저녁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잠만 잤네 놀라 깨어 일어나 보니 밤9시 식구들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집 안은 늪처럼 괴괴한데 모래 씹듯 홀로 저녁밥을 먹고 며칠째 하지 못한 집 안 청소를 하는데 마룻바닥에 웬 개미 한 마리 집채만한 빵조각을 져 나르네 바빠지고 고꾸라지고 나둥그러지면서 …… 개미야, 개미야 네 외로움 내가 안다 네 서러움 내가 안다 - 양정자, 때려치우고 싶어도 살기 위해 일합니다. “직장에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저녁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잠”들기 일쑤입니다. 그러다가 “놀라 깨어 일어나 보니 밤9시/ 식구들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일 때도 있습니다. 갑자기 산다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습니다. 만사가 귀찮아서 내쳐 잠을 자기도 합니다. ..

독서 자료 2024.03.03

서로를 알지 못한다!

새벽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추어탕을 펄펄 끓는 가마솥 곁에서 플라스틱 수조 얕은 물을 튀기며 미꾸라지들이 아주 순하게 놀고 있다. - 이시영 에서 삶이 죽음과 함께하지만 서로를 알지 못한다! 삶이 죽음 옆에 있습니다. 죽음 옆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모르거나 무관심한 것으로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의 생과 죽음이 별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하나의 형식으로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시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죽음이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그 죽음이 삶을 침해하지 않고 삶도 죽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죽음을 알고 죽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면 어찌 생이 생답다고 하겠습니까? 니체도 이런 현상을 반가워하며 말합니다. “… 얼마나 많은 향락..

독서 자료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