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2

시몬, 너는 나의 눈, 나의 사랑.

눈 시몬, 눈은 너의 목처럼 희고 시몬, 눈은 너의 무릎처럼 희다. 시몬, 너의 손은 눈처럼 차고 시몬, 너의 가슴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의 키스에만 녹고 너의 가슴은 이별의 키스에만 녹는가? 눈은 소나무 가지에서 슬픈데 너의 이마는 밤빛 머리칼 밑에서 슬프구나. 시몬, 너의 동생 눈은 정원 속에 잠들고 있다. 시몬, 너는 나의 눈, 나의 사랑. -레미 드 구르몽 시몬. 혹은 시몬느. 화자(시인)가 남성이니까 당연히 여성의 이름이겠지. 아무렇지도 않은 누군가의 이름이 그 다음에 오는 수식들로 하여 대번에 단아하면서도 차갑도록 아름다운 여성으로 바뀐다. 그렇게 변신한 읽는 이의 가슴으로 옮겨와 거만한 애인이 되기도 한다. 내 사랑은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느리게 옵니다. 시간은 용기 없는 사..

독서 자료 2021.12.20

청춘(61세와 16세)

성찰의 시 묵화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회화는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회화다.”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인 시모니데스가 한 말이다. 시는 이미지다. 그렇다보니 회화성이라는 게 필수다. 를 읽으면 머릿속에 수묵으로 그린 듯한 평화로운 그림 한 점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단 6행으로 이런 기막힌 그림을 그려낸 김종삼 시인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이 시 한편에는 그 어떤 소설책보다도 두꺼운, 그 어떤 사설보다도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구구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 않는 미덕, 이것이 이 시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하이쿠 3수 -마쓰오 바쇼 1. 너무 울어서 텅..

독서 자료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