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과 거인: 면적, 부피, 크기에 관한 놀라운 통찰
벙어리장갑, 화학공업, 사람의 허파, 캠프파이어에 불붙이기, 그리고 연립주택의 낮은 난방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 모든 것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이 어떤 물체의 표면적과 부피, 그리고 특징적인 크기 사이의 수학적 관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기본 개념: 정육면체에는 정사각형 면 6개와 직선 모서리 12개가 있다. 이 12개 모서리의 길이는 모두 같다. 이 길이를 기호 L로 표기해보자. 만일 누가 “정육면체가 얼마나 큰가요?” 또는 “정육면체의 크기가 얼마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정육면체의 크기가 L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육면체의 총 표면적은 얼마나 될까? 6L2이다. 그렇다면 정육면체의 부피는 얼마나 될까? L3이다.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부피는 표면적보다 값이 더 빠르게 커지므로, 크기가 커질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은 감소한다. 이것을 모서리 길이가 각각 L=1, 2, 3인 세 정육면체에 대해서 나타내보자. 정사각형 면의 면적은 각각 A=1, 4, 9이므로 정육면체의 표면적은 각각 A정육면체=6, 24, 54가 된다. 정육면체들의 부피는 V=1, 8, 27이다. 그러면 이 세 정육면체에서 표면적 대 부피의 비율은 각각 6/1, 24/8, 그리고 54/27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L이 증가함에 따라 표면적 대 부피의 비율이 감소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주 중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크기가 감소함에 따라 표면적 대 부피의 비율이 증가한다.
그럼 이번에는 과일, 돌덩어리, 동물처럼 모양이 불규칙한 도형을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에는 부피와 표면적을 구하는 간단한 공식이 없다. 하지만 모양이 불규칙한 도형이라 해도 표면적은 어떤 특징적인 길이의 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하고, 부피는 그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모양이 불규칙한 경우에는 특징적인 길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는 않지만, 굳이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도 없다. 우리는 표면적이나 부피의 정확한 수치에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불규칙한 모양들이 정육면체 특성들과 대략 같은, 즉 이제 우리가 잘 알고 있을 특성들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상에서 모양에 상관없이, 물체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부피는 항상 표면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작은 물체는 큰 물체에 비해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더 넓다. 바위처럼 크고 불규칙하게 생긴 물체를 모래 알갱이처럼 작고 불규칙한 수없이 많은 물체로 갈아낸다고 생각해보자. 모래의 총 부피는 처음의 바위와 부피가 같다. 하지만 바위에 비해 모래의 표면적이 훨씬 넓다. 코끼리는 생쥐에 비해 표면적이 더 넓지만, 생쥐는 그 부피에 비해서 코끼리보다 표면적이 훨씬 넓다. 만일 우리가 코끼리와 같은 부피가 될 만큼 생쥐를 모아놓으면, 생쥐들의 총표면적은 코끼리의 표면적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과학과 삶의 적용: 그렇다면 생쥐가 코끼리보다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더 넓다는 것은 어떤 차이를 가져올까? 사실상 이 사실로 인해 많은 차이가 생긴다. 동물들은 몸의 열을 피부, 즉 체표면적을 통해서 발산한다. 열이 피부의 표면을 통해서 방출되기 때문에, 생쥐는 체중에 비해서 코끼리보다 훨씬 빠르게 몸속의 열을 잃는다. 이 열은 동물이 먹은 음식물로부터 나오므로, 생쥐들은 (체중에 비해서) 코끼리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왜 벙어리장갑은 손가락이 있는 장갑보다 손을 따뜻하게 하는 데 더 효율적일까? 우리는 생쥐처럼 우리 몸의 노출된 표면적을 통해 몸의 열을 잃는다. 사람의 손가락은 몸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기 때문에,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표면적을 노출하게 된다. 손가락마다 감싸는 장갑 역시 손의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많이 노출되는 반면, 벙어리장갑은 손가락을 한꺼번에 크게 감싸기 때문에 부피당 표면적이 더 작고, 그에 따라 열이 더 적게 빠져나가게 된다. 한편 부피가 일정한 어떤 물질은 한 물체로 존재할 때 표면적이 가장 작다. 그 똑같은 부피를 작은 물체 여럿으로 나누면 표면적은 늘어난다. 이 물체가 작을수록(즉 그 수가 더 많을수록), 표면적은 더더욱 크다. 자연과 인간은 이 원리를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이용한다. 한 가지 놀라운 예로 생물의 세포를 보자. 세포는 세포막을 통해서 영양분을 얻는다. 따라서 세포가 필요한 물건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세포의 표면적에 비례한다.
하지만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의 양은 세포의 부피와 비례한다. 세포가 커지면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의 양은 그 필요한 양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는 부피와 면적이 크기에 대해 갖는 수학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며 세포의 최대 크기를 제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단세포 동물은 전부 크기가 작다. 물론 자연에는 큰 생물들이 있다. 자연은 이 크기의 한계를 다세포생물이라는 방법을 통해 비껴갔다. 세포의 크기는 여전히 작으나, 그 대신 여럿이 모여 있는 것이다.
이 원리들을 이용하는 기술적인 예는 화학 촉매와 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촉매는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로, 반응에 의해 변하지 않는 물질이다. 촉매가 작용하는 원리는 반응하는 분자들을 그 표면에 붙게 해서, 분자들이 서로를 쉽게 찾아 반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반응의 결과로 생긴 새로운 분자는 촉매의 표면을 떠나, 새로운 반응물들이 달라붙을 자리를 만들어서 이 과정이 계속될 수 있게 한다. 명백히 여기 묘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촉매의 효율성은 그 표면적이 넓을수록 증가한다. 촉매는 가루처럼 잘게 나뉜 입자 형태로 만들어져서 표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촉매들은 화학공업 활동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와 유사하게 응용된 사례를 물을 거르는 데 쓰는 필터의 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필터의 재질 표면에 불순물이 계속 달라붙어 있게 된다. 이번에도 필터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는 표면적이 넓은 것이 유리하며, 필터의 재질을 작은 입자 형태로 만들어서 표면적을 더 넓게 만들었다. 한 물질의 표면적은 그 물질의 다공성을 높임으로써 늘릴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 물질을 가루로 만들어서 잘 흩어놓는 것과 다름없다. 지하수는 지하수면으로 내려가는 도중 다공성 바위들 사이를 스며들면서 정화된다. 다시 생물학 사례로 돌아가서, 사람의 허파 작용을 생각해보자. 허파는 공기 중 산소를 혈류에 공급해서 적혈구들이 온몸으로 산소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한다. 산소는 공기에서 혈액으로 이동하기 위해 어떤 표면을 통해 운반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혈액에 산소가 공급될 수 있는 속도는 이것을 운반할 수 있는 표면적의 넓이에 제한을 받는다.
만일 우리의 허파가 풍선처럼 그저 속이 비어 있었다면, 허파의 총 표면적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하기에 수백 배나 모자랐을 것이다. 그럼 허파는 어떻게 그 일을 하는 것일까? 허파의 총 부피는 허파꽈리(폐포)라는 작은 공기주머니들로 작게 나뉘고, 각 허파꽈리는 허파 크기의 큰 공기주머니에 비해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엄청 크다. 허파로 공기를 가져오는 관들은 계속 더 작고 작은 관들로 갈라지다가 미세한 허파꽈리에 이른다. 허파꽈리의 벽에는 모세혈관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서로 교환된다. 허파의 부피는 셀 수 없이 많은 허파꽈리들로 나뉘기 때문에 이러한 기체 교환이 일어날 수 있는 표면적 역시 엄청나게 넓어진다.
이 원리들은 지질학에서도 작용한다. 예를 들면, 풍화작용은 기본적으로 표면에서 일어나는 작용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람과 물이 물질을 침식시키려면 표면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화가 진행되면서 물질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하면, 표면적이 더 많이 노출되어 그 과정에서 가속이 붙는다. 금속이 부식되는 과정 역시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풍화와 침식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소금과 설탕이 물에 녹는 속도에도 똑같이 영향을 미친다. 큰 조각은 고운 가루보다 부피당 표면적이 더 작기 때문에, 그리고 녹는 과정은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녹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통나무에 불을 지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통나무에 성냥불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는 불을 붙일 수 없다는 것도 알 것이다. 일단은 종이로 시작해서, 작은 나뭇가지 같은 불쏘시개에 불을 붙인 다음에 중간 크기의 나뭇가지들을 집어넣는다. 이 중간 크기의 나뭇가지들이 잘 타고 있으면, 그때 가서 큰 통나무들을 불에 집어넣을 수 있다. 한편 건물은 외벽을 통해서 열을 잃으므로, 겨울에 잃는 열의 양은 건물의 표면적에 비례한다. 큰 아파트 건물, 또는 한 동으로 이루어진 연립주택은 부피가 동일한 단독주택에 비해 부피당 표면적이 더 작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아파트 건물의 난방비는 아마 단독주택 한 채에 드는 난방비보다 더 많겠지만, 세대별 난방비는 분명 단독주택보다 덜할 것이다. 아파트의 벽들은 대부분이 내벽이기 때문에 그곳을 통해서 발생하는 열 손실이 거의 없다.
마지막 예로, 크기마다 가격이 다른 피자(스몰, 미디엄, 라지) 가격을 생각해보자. 피자 가격은 대개 그 반지름의 길이와 대충 비례한다(선형 차원). 하지만 여러분이 먹는 피자의 양은 그 면적(이 선형 크기의 제곱과 비례하는)으로 측정하는 것이 더 옳다. 우리가 앞에서 했던 수학적 추리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스몰 피자보다는 라지 피자를 사는 것이 돈에 비해 양이 더 많은 피자를 얻는 방법이다.<“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인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그레고리 N. 데리 지음, 역자 김윤택님, 에코리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