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적 성장의 위험성
인류의 미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가장 중요한 개념이 기하급수적 증가다. 예를 들어 투자수익률이 5%라고 할 때 1천 달러를 투자해 이것을 2천 달러로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른바 ‘70의 법칙’을 사용하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두 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려면 70을 증가율로 나누면 된다. 연간 수익률이 5%라면 투자금이 2배 증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년(70/5=14)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매달 5%씩 증가한다면 이것이 두 배로 되는 데는 14개월이 걸린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하겠다. 어떤 것이 28년 동안 10% 비율로 증가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28년 동안 총 증가량은 어떻게 될까? 직관적으로 계산하면 7년마다 2배 증가하니까 28년 동안 2배씩 4회라 치면 총 8배가 증가한다고 답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8이 아니라 16이다. 2의 두 배는 4이고, 4의 두 배는 8이며, 8의 두 배는 16이 된다. 이 법칙을 실생활에 적용해 보자. 2000~2009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8%를 약간 웃도는 비율로 증가했다. 8%는 큰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70의 법칙을 이용해서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9년 마다 2배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현재 500개 가동하고 있다면 9년 후에는 이런 발전소 1천 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더 던져 보자. “중국이 지난 9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양이 많을까, 아니면 중국 역사 이래 지금까지 사용한 총 에너지의 양이 더 많을까?” 직관적으로 답하자면 수천 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양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답이다. 유사 이래 지금까지 사용한 에너지의 양을 통틀어도 지난 9년 동안 사용한 양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배증에 관한 진실이며 이는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기하급수적 증가와 배증의 시간 등을 논한 이유는 우리 주변은 온통 기하급수적 증가 사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미래는 기하급수적 증가 개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성장에 관한 거짓말
오늘날은 경제 성장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보인다. 성장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재정의 숨통을 터준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 성장이 곧 경제모형과 사고의 중심이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경기 후퇴와 마이너스 성장을 동의어처럼 사용한다. 사람들도 경제 성장은 바람직한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새 경제의 중심 화두는 성장이 되어버렸고, 성장과 번영은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과 번영은 동의어가 아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성장과 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만큼의 잉여 에너지가 항상 존재했기 때문에 두 개념은 인식을 같이 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관계성은 성장의 내재적 속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가 충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종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인구의 증가가 번영을 낳는다면 인도 최대의 항구 도시 캘커타가 가장 번성한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통화 공급량의 증가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면 짐바브웨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장만으로는 번영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이 두 가지를 모두 구현할 만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성장은 오히려 번영의 살을 갉아먹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와 자원이 풍부해 성공과 번영 모두를 실현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잉여물을 제공하는 부국이라면 이 두 가지를 모두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성공과 번영 가운데 하나만 지원할 수 있는 빈국에서는 성장(인구의 증가)만 이룰 수 있을 뿐이다. 영구적으로 에너지 공급량이 증가하는 한 성장과 번영 사이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총 에너지의 양도 감소할 것이고 그제야 세상 사람들은 성장에 대한 집착이 번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크래시 코스”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크리스 마틴슨 지음, 역자 이은주님,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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