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는 신발 한 켤레가 더 필요하다
중년에게 운동은 차량 관리와 같은 것이다. 관리를 안 해줘도 잘만 굴러간다고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갑자기 멈춰버리기 전에 준비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산타크루즈는 많은 이들이 서핑을 즐기러 찾아오는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겨울에도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리처드 바슨도 서핑광 중 한 명이다. 그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평양의 높은 파도를 즐기고 있다. 그렇게 멀리서 볼 때는 잘 모르지만 가까이서 리처드를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서핑족들 사이에선 최고령인 일흔다섯 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서핑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연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서핑은 체력소모가 상당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운동이다.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솔직히 기분이 좋아요. 그건 내가 젊다는 뜻이잖아요. 사실 서핑은 레저라고 보기에는 좀 힘든 운동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운동 중에선 최고예요. 높은 파도에 올라탔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은 오직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가 없거든요.”
서핑을 즐길 정도의 체력을 보여주듯 리처드의 얼굴과 몸은 젊은이 못지않게 탄력과 건강미가 넘친다. 얼굴은 아무리 많이 봐도 50대 중반으로밖에 안 보일 정도로 초 절정 동안에다 신체지수는 30대다. 도저히 70대 노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을 역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리처드가 원래부터 운동신경이 발달했고 운동을 좋아해서 젊음을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과거 사진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누가 봐도 도저히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니까. 40대 초반의 리처드는 몸무게가 자그마치 110킬로그램이 넘는 과체중 환자였다.
리처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40대 초반까지 택시 운전을 했다. 택시 운전이라는 게 몸을 움직일 일이 거의 없는 직업인 데다 그는 고칼로리 음식과 단것을 무척 좋아했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리처드는 당뇨 합병증과 뇌경색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겨우 마흔세 살밖에 안 됐는데 침대에 누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볼일을 볼 수 있는 기막힌 신세가 되고 만 거죠.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나한테 그럼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지경이 되어서야 그동안 내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죠. 그리고 이런 신세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두려웠어요.”
병원에서 3개월 넘게 치료를 받으면서 뇌경색으로 인한 신체장애는 많이 완화되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침대에 누운 채로 볼일을 봐야 하는 참담한 신세는 면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리처드에겐 운동과 다이어트, 식단 조절이라는 가혹한 처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즉, 몸무게를 75킬로그램까지 줄이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해야 하고, 의사가 정해준 음식들만 새 모이만큼 먹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리처드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당뇨병이 불러오는 온갖 합병증으로 고통에 떨다가 다시 소변줄을 꼽고 침대에 누운 채로 볼일을 보는 비참한 신세가 될 게 뻔했다. “처음에는 진짜 죽을 맛이었죠. 똑바로 앉아 있기도 힘든 비만증 환자에게는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거든요. 나 역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비참한 기분을 맛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못 견뎠을 거예요. 결국 두려움이 고통을 이긴 거죠.”
리처드는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했다. 운동 나갈 때 들고 나간 다섯 장의 수건은 금세 흠뻑 젖어버렸다. 더운 날에는 바다에 들어가서 걸어 다녔다. 물속에서 걷는 건 평지보다 체력소모가 많이 되는 반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더위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한 달 정도 매일같이 운동을 했더니 체중계 눈금에 확실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몸이 운동에 적응하면서 피로감과 부담감도 완연히 줄어들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해요. 그때 뜨거운 맛을 본 게 나한테는 정말 잘된 일이었다고요. 그 일로 난 운동을 하면서 게으름에서 벗어났고 건강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도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거든요.” 리처드는 운동에 취미를 붙이면서 택시 운전을 그만두고 해안구조대에 들어갔다. 그 일은 리처드에게 건강은 물론 일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까지 안겨주었다.
운동은 단순히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건강한 몸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나오고, 그것은 곧 더 나은 삶으로 연결된다. 중년의 운동은 나머지 인생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결심해야 할 투자다. 재테크보다 더 이른 번호표를 주어야 한다.<“나이와 행복을 함께 초대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니븐 지음, 역자 임은경님, 명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