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GM의 사례

[중산] 2011. 11. 17. 13:03

 

 

GM은 규제가 없어서 몰락한 것이 아니다

 

장하준은 이렇게 말했다

장하준은 GM의 예를 들면서 기업을 위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GM의 사례가 기업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유익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GM이 경쟁력 제고보다는 정부에 대한 로비, 금융 진출, 경쟁 업체의 인수 합병 등 단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행동만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GM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 납품업체, 그리고 국가에 손실을 끼쳤으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자체에도 손해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즉, 기업에 대해 규제를 적게 한 것이 부동 주주 및 경영진을 제외한 기업의 이해 당사자와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GM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장하준은 주주 가치 극대화가 기업과 국민경제에 더 부정적이라는 근거로 GM의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는 달리 GM의 몰락은 경영진이 주주 가치 극대화가 아닌 이해당사자, 특히 노조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1990년대 빈번하게 발생한 파업을 수습하기 위해 GM 경영진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며 임금 인상과 더불어 근로자와 그 가족의 퇴직자 및 미망인에게까지 의료비 및 연금 혜택을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복지에 드는 비용이 급증하여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이는 GM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또한 1990년대 GM과 노조의 합의는 기존 사업장 이전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업의 신축성을 크게 감축시켰다. 기존 사업장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노조와의 합의로 기존 생산라인의 교체가 어려워졌으며 구형 모델의 생산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구형 모델 생산의 지속은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신규 모델 개발을 위한 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GM의 경쟁력 약화, 시장점유율의 감소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GM의 예는 주주 가치 극대화의 문제가 아니라 주주가 아닌 다른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에 경영진이 부응하여 기업경영이 비효율적으로 돌아감으로써 몰락에 이르게 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GM이 몰락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GM의 사례는 장하준의 주장처럼 기업이 단기적 이익을 위해 노동자, 하청 기업을 쥐어짠 것이 아니라 주주를 제외한 여러 이해 당사자가 경영에 간섭함으로써 비효율적인 고비용 구조가 되었고 신축성이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한 경우이다. 1990년대 빈번했던 파업의 수습을 위해 전미자동차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과 연금 확충을 계속 수용하여 퇴직자를 포함한 근로자들에 대한 연금 및 의료비 지원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퇴직자와 이미 사망한 근로자의 미망인에 대한 연금과 의료비까지 회사에서 부담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한 대당 2,000달러의 직원 및 가족의 복지비용이 소요되는 고비용구조가 심화되었고 이것이 GM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GM은 1990년 노사 간 합의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해고도 어렵게 하였다. 또한 공장 이전이나 폐쇄와 같은 경영 사안에 노조가 참여하도록 하여 경영의 신축성을 감소시켜 경쟁력을 상실했다. 비효율적인 사업장을 유지하도록 노사가 합의함으로써 기존에 생산하던 다양한 차종이 디자인과 품질 개선 없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소비자 선호의 변화에 대해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GM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임금인상, 연금 의료비 혜택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수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경영 참여까지 함의한 GM의 경영 방식은 한때 이해 당사자가 경영을 감시하는 모범적인 기업 지배 구조로 칭송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의 경영 통제가 반영된 기업 지배 구조가 결과적으로 GM의 몰락을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반면에 유럽, 일본, 한국의 경쟁 업체들은 GM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선호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였다. GM의 몰락을 근거로 기업에 대한 과소 규제가 이해 당사자와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을 왜곡한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가격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시장 경제에서 가격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 행해지는 경제활동이 얼마나 유용한지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평가에 따라 생산자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고 어떻게 판매하며 어느 정도의 위험을 부담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기업은 이러한 시장의 평가에 따라 이에 적합한 기업 조직을 구성하고 재무구조를 결정한다. 소비자도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소비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데 정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격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경우, 시장의 평가는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왜곡된다. 왜곡된 가격에 의해 전달되는 인센티브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가격은 신호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왜곡된 가격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시장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재화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게 되며 시장 평가에 비해 과소한 수준의 자원이 배분된다. 또한 이 재화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하려는 노력도 사라진다. 반대의 경우, 즉 정부가 특정 재화의 생산에 보조금을 주거나 가격 하한제를 실시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 이 부문에 과도한 자원이 몰리고 가격이 시장평가에 비해 높게 형성되므로 이 역시 혁신을 하려는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특정한 분배나 자원 배분 결과를 얻기 위해 가격을 규제하면 규제되는 부문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가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자원 배분이 지속적으로 왜곡되면 자본주의가 지탱하는 근간인 이윤을 남기겠다는 동기가 희미해진다. 즉, 기업에 대한 규제는 자원분배를 왜곡시켜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지속 성장을 어렵게 한다.<“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송원근박사, 강성원박사 지음, 북오션>

 

▣ 저자

송원근: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과 뉴욕주립대에서 석사학위,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주)원정제관 대표이사,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연구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유수의 대학에서 국제무역론, 정치경제학, 응용미시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성장 및 고용 전략」, 「대중영합주의의 경제정책에 대한 영향 분석」 등의 연구 자료를 발표하며 자유시장에 대한 경영정책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강성원: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현재는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울주군 대운산 내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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