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지혜_ 사랑의 이유를 따져 묻는 너에게
얼마 전 실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조카와 술을 마셨다. 비록 스물 몇 살에 불과한 짧은 인생이지만, 그의 생애에서 처음 해본 연애다운 연애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큰 것 같았다. 조카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고 넋두리했다. 그녀 또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으며,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구구절절이 회상했다. 그랬는데, 그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 1년도 안 되어 공수표가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상실감과 배신감이 크겠는가. 녀석은 술주정처럼 그녀에 대한 원망과 사랑에 대한 불신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스무 살의 문턱을 넘어선 많은 이들이 사랑 때문에 웃고 울고 고민하고 있을 거다. 20대의 가장 큰 화두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물론 새로운 경험과 많은 선택과 다양한 인생의 통과의례도 중요하겠지만, 그 중심축은 역시 사랑일 것이다. 30~40대의 중심축이 일과 가족, 성공에 있다면 20대의 중심축은 사랑에 있다. 그들은 사랑 때문의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을 경험하며 한 뼘씩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나의 20대 역시 사랑 때문에 웃고 울고 고민하고 방황했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이 중요했으니까. 사랑이 시작될 때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내 심장에 들어와 버리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누가 내게 왜 그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까. 나는 나니까’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 몽테뉴
몽테뉴의 이 말처럼 오직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 마음이 끌리는 거다. 그 사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그 무엇, 예를 들어 쾌락이나 행복, 경제적인 지원 같은 것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그 사람을 원하는 거다. 그래서 사랑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그 사람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진다. 보통 이런 상태를 두고 사람들은 “미쳤다.”라고 말한다. 사실 틀린 표현은 아니다. 눈에 콩깍지가 완전히 씌어서 상대의 ‘장점’과 ‘좋은 점’들만 보이는 상태이니까.
하지만 사람이란 완전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나에게는 상대가 좋아하는 점도 있지만, 못마땅한 점도 있을 것이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남이 거듭되면서 점점 서로의 단점과 못마땅한 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못마땅한 점과 고쳤으면 하는 점이 보이면서 상대에 대한 불만도 차츰 늘어간다. 그리고 갈등과 싸움이 잦아지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은 끝나고 점점 갈등과 고통의 시간이 늘어난다. 보통의 사랑과 연애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파국의 과정을 파스칼은 매우 냉정하고도 단호하게 결론지었다.
“그러므로 사람은 결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장점들만을 사랑하는 것이다.” -《팡세》567편
파스칼은 참으로 잔인하다. 그는 내가 눈물 콧물 짜면서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한 방에 삽질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사람은 결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파스칼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마도 이 문장에서 말하는 사랑은 ‘진실한 사랑’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파스칼이 진실한 사랑을 완전히 부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세상에 진실한 사랑이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런 사랑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했던 게 아닐까? 세상에 ‘진실한 사랑’의 표본이나 기준이 정해져 있는가?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진실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에게 “이것이 진실한 사랑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점은 없다.
사랑은 찬란한 무지개 같지도 않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끝없는 인내와 희생과 양보를 장시간 요구하는 게 사랑이다. 이기적이고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에게 사랑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모두 진실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자신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람은 결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파스칼의 말은 바로 이런 뜻이다.
철학을 안다는 것은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아는 것이고 본질을 알고 나면 더는 그 대상이 두렵지 않다. 저자는 철학을 알게 되면서 매우 용감한 사람이 되었고 겁이 없어졌으며 어떤 상황에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철학을 삶의 지혜로 바꾸는 기술도 습득하게 되었다. 이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공항 구석에 있는 환전소에 들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계획한 여행이 끝까지 여유롭길 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철학이 지혜가 되는’ 실용적 기술을 이야기하려 한다. 더불어 철학이 실용적 삶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철학을 안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힘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질 뿐 아니라 부조리한 것을 극복하는 힘까지 포함된다.
이 책의 모티브는 일곱 번째 꼭지 ‘인생을 멋진 소설로 남기려는 그에게’에서 비롯되었다. 그 꼭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했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실패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덕에 휘둘리지 말고 결과가 어떻든 ‘확고하고 단호하게’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것이다.”
철학을 알지 못한다면 이것은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아직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도대체 뭐가 맞는지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독자들이 이 말 하나만 제대로 건져도 평생 후회 없는 인생을 살 거라 확신한다.
생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과 우발성이 지배하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세계 안에 툭 던져진 존재다. 그러니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젊어도 불안하고, 나이 들어도 불안하다. 그럼 우리는 이렇게 평생 불안과 싸우며 살아야 할까? 안 그럴 방법은 없는 걸까? 답은 나왔다. 불안하지 않는 삶을 원한다면 최대한 ‘직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선의 삶을 가기 위한 가장 완벽한 준비물은 ‘끈기’와 ‘결의’다.
인생을 좋은 길로 만드는 것은 중간쯤 나 있는 근사한 비상구가 아니라 그 길을 가는 사람의 결의다. 자신의 인생길을 망치는 것은 불확실성이 던져준 혼란이나 선택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변덕 때문이라는 지혜. 그런 빛나는 깨달음을 이십 대의 시작점에서 만났다면 그것은 복권 당첨 못지않은 행운이다...(요약)
<“스무 살에 만난 지혜가 평생을 먹여 살린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역자 이주희님, 명진출판>
▣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
1969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젊은 여성 철학자이다. 데카르트를 전공했으며 철학 박사 및 교수 자격 소지자로서 현재 파리 가톨릭 대학과 파리 예수회 신학원인 상트르 세브르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다. 그녀의 첫 번째 대중서인 이 책은 철학 교수로서의 지적 탐험과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이 잘 어우러진 세련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철학을 소재로 삼았으나 이십 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유효한 ‘지적인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강의 시간에 미처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 그러나 정말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를 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외 전공 관련 저서로는 『데카르트와 신의 이해』, 『페늘롱』,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영원한 진리』 등을 집필했다. 강의와 저술 외에도 프랑스 3대 명문 출판사인 쇠유의 편집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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