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현명한 사람은...!

[중산] 2012. 5. 10. 18:05

 

존재에 대한 지혜_ 끊임없이 진리의 존재를 의심하는 그에게

 

철학에서 신의 존재 여부는 인간을 논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된다. 영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인 불가지론은 신의 존재에 대한 신학적 명제의 진위를 알 수 없다고 보는 철학적 관점이다. 불가지론자의 입장에서 신은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사람이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신의 존재도 부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신의 존재는 믿음의 영역인 신앙에 속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음이나 공기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으며 증명도 가능하다. 신의 존재 여부는 인간의 인식으로선 알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게 불가지론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불가지론자를 무신론자라고 단정 짓는 건 옳지 않다. 그들은 한 번도 신은 없다.라고 주장한 적이 없었다. 역사상 가장 엄격한 불가지론자였던 칸트는 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이 있다는 근거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지금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는 100탈러는 앞으로 생길 수도 있는 100탈러와 다르다. 나는 머릿속에 있는 100탈러의 단순한 개념보다 지갑 속에 실제로 100탈러가 있을 때 더욱 부유해진다. … 단순히 생각만으로 지식이 풍부해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상인이 장부에 0을 몇 개 덧붙여 자기 재산을 늘려놓아도 돈이 많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순수이성비판》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신의 존재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물의 돈이 아닌,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일확천금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형이상학자들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가상의 가치를 다루는 트레이더와 비슷하다. 그러나 불가지론자들은 신의 개념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현실이 아닌 가능성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신의 개념이란 더는 완벽한 존재를 상상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영원불변의 절대적이고 완벽한 진실이란 생명이 있는 것은 언젠간 죽는다.라는 자연법칙밖에 없다. 절대적이며 완벽한 진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교조주의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주장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게 철학자의 입장이다. 이것은 철학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과거의 진리가 현재에 와서는 폐기되고, 그들의 진리가 우리에겐 거짓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귀족과 평민의 차별을 진리로 받아들였지만, 현대에서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이렇게 진리나 상식, 관습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때로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변하기도 하니까. 중요한 건 모든 건 변한다는 가능성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이용하는 몇몇 불가지론자들이다. 그들은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현재에 대한 확신이나 약속을 꺼린다. 지금은 너를 사랑하지만, 이 사랑이 언제 변할지 모르니 너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지금은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 생각이 변할지 모르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과연 이런 행동이 칸트가 주장하는 불가지론에 맞는 것일까? 이것은 불가지론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철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할 뿐이다. 또한 미래에 받을지도 모를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는 비겁한 회의주의자의 행동일 뿐이다.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은 변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변해야 한다. 스무 살 때 가진 생각을 마흔 살이 되어서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면 이것은 엄밀히 말해 발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의 생각이 바뀌는 것을 거부하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단,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쪽으로 변하려는 노력,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 할 때 겸허하게 바꿀 줄 아는 유연성이다. 현명한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다고 현재를 유보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현재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미래에 그것을 수정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자이다.

<“스무 살에 만난 지혜가 평생을 먹여 살린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역자 이주희님,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명진출판>

                                                                                               <꽃 사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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