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은 철학을 발명함으로써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들은 철학에서 사고 자체를 발견해 사고의 대상이 되게 했으며, 종교의 질곡에서 해방되었고 스스로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논리의 법이다. 철학은 연설과 답변연설로 발전하며, 토론의 기술로, 그리고 사태를 전체적,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변증법이라 불렀으며, 철학은 특히 소피스트들에 의해 발전했다. 이들은 유랑하면서 정치가들에게 연설에 필요한 수사학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기회주의적 행동들을 많이 해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위대한 철학자 3인, 즉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과 구분되며 오늘날까지 서양 사상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은 한 부류에 속한다. 왜냐하면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이기 때문이다.(소->플->아)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는 페리클레스의 통치시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시대를 체험했고, 플라톤(기원전427~347,80)은 아테네의 중흥기에 활동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384~322,62)는 마케도니아의 상승기를 체험했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이 되었다.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71)는 글로 된 기록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제자 플라톤의 철학적 대화들의 기록에 따른 것이다. 그 대화들은 매우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오늘날 유럽인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소크라테스는 조각가인 부친과 조산원인 모친사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자신도 조각가로 일했고 그 다음에는 소피스트가 되었으나 이들의 동업조합 규율을 위반하는 데 이르렀다.
즉 그는 능숙한 말재간을 전달하고 돈을 받는 것보다는 정치의 도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열중했다. 그는 종교가 그것을 밝히는데 충분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아테네의 엘리트들이 교육을 통해서 독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정치가의 자질을 갖추도록 노력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아마도 아마추어 민주주의가 군중독재로 타락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자신은 평범한 시민 출신이며 소박하게 생활했지만, 주로 귀족들을 제자로 삼았다. 그의 아내 크산티페는 식탁위에 오를 음식보다도 도덕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일을 더 중시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 자주 큰 소리로 부부 싸움을 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연구대상을 자연에서 인간과 사회로 바꾸어놓았다. 여기에서 그는 소피스트들의 속임수를 진리 발견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소크라테스식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고, 확신에 차 있는 상대방에게 그 확신이 과연 얼마나 확실한지에 대해서 물었다. 계속되는 질문으로 상대방을 걷잡을 수 없는 모순에 빠져들어 비틀거리게 하여,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풀이 죽은 상대방에게 마침내 자신의 확신이 일종의 무지였음을 깨닫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유도된 자기파괴는 소크라테스의 반어irony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방법은 무척 스펙터클한 것으로 당사자의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또한 이 방법은 철학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주연의 참석자 중 아리스토파네스는 상상속의 구형 球形 인간에 대해 말한다. 신들은 이들의 오만함을 징계하기 위해 몸을 둘로 갈라놓았고 에로스만이 이들을 예나 지금이나 다시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소크라테스는 사랑에도 단계가 있다는 철학적 주장을 펼친다. 사랑은 관능에서 시작해서 아름다운 영혼과 지식에 이르며 신적인 불멸의 신비까지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플라토닉 러브는 후에 기독교의 사랑과 결부되어 유럽사에서 큰 역할을 하며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다시금 일깨워진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사망한 다음에 여행을 떠나 시라쿠사(시칠리아 섬의 도시)에 가서 정부의 자문위원이 된다. 그 다음에는 한 동안 노예 신세가 되는 불운을 겪으며, 그 후로 아테네로 귀환해서 대학을 건립한다. 이것은 아카데메이아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며 그 후 거의 천년동안 존속한다. 그는 세계를 영원한 존재의 세계와 有爲轉變하는 현상들의 세계로 구분했다.
그는 현상들의 세계를 동굴로 비유한다. 거기에서 우리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아른거리는 불을 등지고 앉아서 벽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와 불 사이에는 실제적인 형상들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팔락거리는 그림자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참된 현실은 기본 유형들이며, 개별 사물들은 단지 그것들의 모사본에 불과하다. 이 기본유형들을 플라톤은 이데아라고 부른다. 세계를 현세와 내세로 구분함으로써 플라톤은 형이상학 또는 관념론의 기초를 놓는다. 비록 감각적 인지는 인간으로 하여금 현상들의 그림자 세계에 포로가 되어 살게 운명짓지만, 그럼에도 이데아의 세계와의 접점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환상에 빠짐으로써 제한된 감각들을 극복하고 떨쳐버리며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출생 이전의 영혼상태로 접어들게 되며 이데아의 제국을 기억해내게 된다. 우리의 영혼이 살았던 그 제국을 사유를 통해 다시 유산으로 물러 받게 된다.
플라톤의 철학은 도덕론(윤리학), 인식론 그리고 예술론(미학)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의 국가론은 별로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거기에서는 가족과 소유제도가 폐지된다. 그 대신에 국가가 교육을 전담하여 우생학에 따라서 엘리트들만을 출산하게하여 모두가 확정된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의 아들로 칼카디케 섬에서 태어나 17세부터 프라톤의 아카데메이아에서 20년 동안 공부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주의자 플라톤의 현실주의적 쌍둥이 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데아의 세계와 현상의 세계간의 차이를 두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차이를 일반화 했다. 그는 이데아와 현상이라는 단어 대신에 형상과 質料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차이는 두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내에 함께 존재한다. 예컨대 진흙은 질료이지만, 벽돌은 형상이다. 그러나 벽돌은 또 다른 형상을 위한 질료가 될 수 있다. 즉 벽돌은 진흙의 형상이지만 집의 질료다. 오늘날의 이론(예컨대 시스템 이론)은 형식과 매체에 관해 말한다. 음성은 언어의 형태를 위한 매체이고, 언어는 텍스트의 형태를 위한 매체이며, 텍스트는 시행(詩行) 따위의 형태를 위한 매체다. 이와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을 질료-형상 관계의 연속 단계들로 정리했다.
수다스런 잡담에서 시가 생겨날 수 있는데, 이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대리석 덩어리에서 생겨나는 것과 똑 같은 원리다. 형상은 질료를 잠에서 깨워 긴장된 존재가 되게 한다.
순수한 형식,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것은 신의 정신이다. 이 정신은 질료가 형상이 되게 하는 최초의 원인이다. 다른 모든 사물들에는 형상과 질료가 뒤섞여 있다. 이로써 신체-영혼 문제도 해결된다. 영혼은 형상이며, 신체는 질료다. 우리는 영혼의 내면에 식물적 영혼, 동물적 영혼 그리고 합리적 영혼의 단계화되어 나란히 공존함을 볼 수 있다. 사물이 변화하고 운동하는 한 아직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불변과 안정은 완성에 대한 최고의 표지다. 신은 안정적이다.
안정과 불안정의 이 대립 쌍은 나중에 중력이론을 완성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로 밝혀질 운명에 처했다.
이렇게 질서 잡힌 세계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의 토대위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를 위시한 스콜라 학자들은 중세의 세계상을 건축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세 최고의 철학자로 등극했고, 그의 통치는 플라톤 르네상스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오늘날 중세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 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박사 외 3인 박사 옮김, 들녘>
디트리히 슈바니츠 ; 1997년까지 독일 함부르크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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