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간,
죽어버린 시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살아라.
-파리 시의 구호
말콤 엑스는 범죄자였다. 그는 10년형을 선고받았다. 1946년 2월이었고,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스물한 살이었다. 누군가가 정당한 재판 절차를 통해서 유죄 판결을 받고 오랜 세월 감옥에 갇혔다면, 이 사람의 인생은 확실하게 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놓고 보더라도 실패한 인생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기본적인 기준과 도덕성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말콤 엑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렇게 그는 수감되었고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의 몸은 새장 속에 갇힌 것과 같았다. 말콤은 무엇을 하면서 이 긴 시간을 보냈을까?
그는 작가 로버트 그린이 나중에 ‘살아 있는 시간인가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시간인가’라고 부르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린은 사람의 삶에 존재하는 시간의 유형을 죽은 시간과 살아있는 시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죽은 시간은 사람이 수동적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고, 살아 있는 시간은 무엇이든 배우고 행동하며 1분 1초라도 활용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다.
모든 실패의 순간, 본인이 의도적으로 선택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모든 상황은 우리에게 이 선택을 요구한다. 살아 있는 시간을 원하는가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시간을 원하는가?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말콤은 살아 있는 시간을 선택했다. 그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종교를 탐구했으며, 책을 읽을 때는 연필과 사전으로 모든 문장과 개념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는 그때부터 출소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면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읽지 않으면 자신의 침상에서 읽었다. 역사를 읽었고 사회학을 읽었고 종교를 읽었고 고전을 읽었고 또 칸트와 스피노자의 철학을 읽었다. 나중에 어떤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출신학교가 어디입니까?” 그 질문에 말콤은 딱 한 마디로 대답했다. “책입니다.”
감옥은 그에게 대학교였다. 그는 책에 빠져들어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다는 현실조차 초월했다. 그는 훗날 회고하기를 교도소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은 채로 몇 달이 훌쩍 지나버린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그때보다 더 진정으로 자유로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 끔찍한 상황들, 예컨대 투옥이나 유배, 경기 침체, 강제 징병 등에 부딪치지만 태도를 바꾸고 접근법을 달리해서 그 지독한 상황을 위대함의 밑거름으로 삼았는지 알지 못한다.
취소된 약속, 당신이 다루고 싶지 않는 문제들, 손을 대봐야 가망이 없어 보이는 어려운 제도상의 문제들..... 당신이 이런 것들과 마주한다고 생각해보라. 죽은 시간을 우리가 오래 전부터 꼭 해야 할 일을 할 기회로 활용할 때, 이 죽은 시간은 부활한다.
죽은 시간이 죽어 있는 이유는 시간의 소유자가 게으르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말콤은 교소도에 있는 시간을 보다 더 유능한 범죄자가 되거나 범죄 세계의 인맥을 확대하는 데 그리고 다음 범죄를 계획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었다.
설령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말콤은 수감되어 있는 동안 교도소에 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인생 경로를 집중적으로 성찰했다.
로버트 그린이 말하기를, 감옥에서는 생각하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중요한 사상가들이 감옥에서 배출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문자 그대로의 감옥이든 혹은 비유적인 의미의 감옥이든 간에 교도소는 패배자와 포기자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해왔다.
만약 우리가 이런 말을 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나에게 좋은 기회야. 나는 내가 정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 기회를 활용할 거야. 이것을 죽은 시간으로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죽은 시간은 우리가 에고의 통제를 받고 있을 때의 얘기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는 살아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은 누구나 죽은 시간에 붙잡힐 때가 있다. 그 자체는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에 잇는 것을 활용해보라. 괜히 고집을 부리고 억지를 써서 현재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마라.
노예 출신의 흑인 인권운동가 부커 워싱턴은 말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당장 두레박을 드리워서 물을 퍼 올려라.”
* 프로이트는 비유를 들어서 에고를 설명하길 좋아했는데, 그는 인간의 에고를 밀을 타고 있는 사람과 같다고 했다. 여기에서 말은 인간의 무의식적인 충동을 뜻하고 이 충동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에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에고티스트egotist(자기중심주의자)’라는 단어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위험할 만큼 자기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을 이르는 용어로 사용한다.
<‘에고라는 적’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님 옮김, 흐름출판>
* 라이언 홀리데이 : 미디어 전략가이자 작가, <권력의 법칙>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제자가 되었으며, <믿어줘, 거짓말이야>의 베스트 샐러가 되었다. <크로스 해킹>, <이겨내는 용기> 등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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