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나를 찾아서!

[중산] 2025. 1. 14. 20:33

 

제주 송악산 해안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신자를 비난하거나 우상화하는 현상은 우리의 삶 어딘가에 우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석가모니와 히브리서 예언자들이 반복해서 지적했듯이 우상은 회피 기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꿈에 머물러 있거나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을 읽다보면 불편할 정도로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침묵이라는 것, 소로의 작품 <윌든>에는 그가 마을 사람들이나 여행객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는 이야기, 가벼운 환대의 미덕을 칭찬하는 장문의 구절이 가득하다.

 

휠든 호수는 황무지와는 거리가 멀다. 콩코드 중심가에서 걸어서 쉽게 갈 수 있으며, 여행객과 낚시꾼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고독을 추구하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두 가지다. 소로처럼 조롱하거나 토머스 머튼처럼 우상화하는 것. 소로는 캐나다로 도망치는 노예를 도왔다는 이유로 상당한 벌금과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다.

 

소로는 <윌든>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고독을 찬양했다. <윌든>을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렸는 데 이는 소로가 윌든 호숫가에서 보낸 시간의 4배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그의 손길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의 책에는 출처를 알지 못한 채 인용했던 경구가 가득했다. “대부분 소리 없이 절망의 삶을 살고 있다.” “만족의 비결은 만족도가 낮은 데 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소로의 글은 우리에게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라고 가르친다. 그는 “그 어떤 방법이나 규율이 경계의 필요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라는 말로 불교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소로는 경험주의의 선도자다. 세잔이 설탕 그릇에 영혼을 그려 넣고자 했던 것처럼 소로는 작품을 통해 잘려 나간 도로와 농업용 저수지가 어떻게 신성함으로 채워지는지 보여 주었다.

 

천사를 새로 대신하고, 하느님의 모습을 소나무와 바위로 표현했다. “지구는 온통 돌기로 뒤덮인, 살아 숨 쉬는 유기체다. 커다란 연못은 튜브에 든 수은만큼이나 대기변화에 민감하다.”

 

얼음이 녹는 것은 “얼어붙었던 피”와 같으며, “유기체가 아닌 것이 없다. 지구는 나뭇잎처럼 살아 숨 쉬는 시다.”라고 표현한다.

 

소로는 산문의 형태를 빌려 생명체 내부로의 여행을 노래하는 ‘생명력 넘치는 시'를 쓴다. "우리는 대부분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때 더 외롭다. 신은 혼자다. 하지만 악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악마는 어렷이 어울리며 무리를 이룬다.“

 

그는 심리학자들의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그리고 모든 양육자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동반자, 양육, 부양 등 모든 관계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이 되어 어느새 관계에 혹사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고독이란무엇인가? 그 의미를 물어보면 대부분 ‘혼자 있는 것’이라고 단순한 사실만을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오랫동안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참지 못한다. 하지만 소로는 고독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적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머슨은 소로에게 <바가바드 기티>의 번역을 의뢰했고 소로는 이것을 가장 좋아하는 지혜의 글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 철학에 빠져 있었고 이단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하버드 신학대를 나녔다.

 

“나의 부모님은 보수적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손을 잡지 않았다. 여유가 없었을 텐데 부모님은 내게 늘 경제적 도움을 주곤 했다.

 

넓은 땅과 채소밭, 언제든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작은 사냥감과 사슴이 있는 들판, 그리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에겐 서로를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야망, 분노, 고독만 생각했다면 나는 집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태어날 때부터 늘 나를 떠나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재정적 지원이 없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질적인 면은 부족했지만 창작과 영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종교란 무엇인가?” 소로는 일기에 이렇게 쓰고 바로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을 달았다. 은유, 비유, 상징, 우화처럼 진리를 빗대어 말하는 방식은 종교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실에 집착하는 우리시대는 진실을 놓치고 만다. “진리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서와 헌법 앞에서 약삭빠르게 서서 그곳에 담긴 진리를 경건하게 한편으론 인간답게 단숨에 삼켜 버린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된 진리가 저 호수로, 저 웅덩이로 조금씩 서서히 들어오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은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고 진리의 근원을 찾아 순례를 이어 간다.”

 

소로는 우리에게 근원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우리 사회의 근원을 두고 누군가는 사랑이라 하고 누군가는 신이라고 하고 또 현명한 누군가는 아무것도 거론하지 않는다.

 

소로의 충고, 그 바탕에 깔린 분명한 의미는 지혜란 궁극적으로 침묵과 고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로의 말이 마음에 와닿아 나를 계속 끌어당긴다.

 

물질주의 시대에 어떠한 형식적 서약 없이도 즐겁게 가난하고 순결한 삶을 살 수 있는 모델을 그가 제시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소로는 그의 삶과 글을 통해 부정적 의미의 ‘가난’과 ‘순결’이라는 말을 내치라고 가르친다. 어느 누가 소로만큼 부자이겠는가? 어느 누가 그보다 많은 사랑을 주고받았겠는가?

 

나는 소로를 속세에 사는 수도사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린 선택을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소박하고 올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독의 창조적 기쁨’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펜턴 존슨 지음, 김은영님 옮김, 카멜북스출판> * 펜턴 존슨 : 창의적인 논픽션과 소설을 쓰는 작가. 미국 정부의 국가예술기금 및 LGBT문학상인 람다 문학상 수상. 에리조나 대학교 명예교수로 미국 전역에서 창작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송악산에서 바라본 가파도와 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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