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시기심
‘아니! 난 시기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지 마라.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만 우리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시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자들을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여러분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한번 얘기해보겠다. 이 사례를 보면 당신도 한때 시기했던 적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두 사람이 지나가다가 기가 막히게 좋은 외제차를 몰고 가는 청년을 발견한다. 한 사람이 환희에 차서 말한다. “우와 멋진걸. 나도 언젠가는 저런 차를 몰 날이 있겠지?”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사람이 뇌까리듯 말한다. “저 인간도 걸어다닐 때가 있을걸?”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타인을 시기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조금 지나치고, 또 어떤 경우는 그리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 아마 시기심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오늘날에야 비로소 알려진 것도 아니다. 18세기 초 영국 출신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 1670~1733)은 『꿀벌의 우화』(1714)에서 시기심을 자기애의 한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한 번도 남을 시기하지 않을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자신도 그런 적이 있다고 솔직하게 시인하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성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는 이유는 온갖 형태의 자기애를 감추려는 태생적 위선 때문이다.”
비교하지 않으면 시기심도 없다!
자신이 갈망하지만 소유하지 못한 재산을 다른 사람이 가졌다는 사실을 시샘하는 것이 시기심이라면, 시기심은 자신을 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비교에서 나오는 자기 가치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재산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졌느냐 적게 가졌느냐, 또는 그들과 똑같이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적게 소유했다면 자기 가치는 약해질 것이고, 더 많이 소유했다면 강화된다. 무엇을 비교하느냐는 누구를 비교 대상으로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월한 사람과 계속해서 비교하는 것은 시기심을 유발한다. 따라서 시기심을 약화시키기 위해 부러워할 만한 사람들을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효과가 있는 정신적 메커니즘으로 ‘이상화’를 들 수 있다.
누군가를 이상화 또는 미화하면 인지의 폭이 좁아진다. 다른 사람을 이상화하는 자는 상대를 과대평가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상대는 높이 평가받을 만한 장점들만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장점만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은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화를 통해서 한사람의 나쁜 면이 서서히사라지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순수한 모습만 간직하기 위해 이상화의대상은 나쁜점을 가질 필요가없다. 단점을 제외해버리면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초인적이고, 성스럽고, 위엄이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경탄할 만한 빛’으로 보기 때문에, 그들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상화된 사람들은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들은 이를 훌쩍 뛰어넘어 존재한다. 이들과 맺기에 적합한 관계란 경외심을 갖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월함을 함께 나눌 가능성은 있다. 그들을 존경하고 위엄을 찬양하면서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상화는시기심이 일어날수 있는 모든 흔적을 말살한다. 그런데 이상화와 뭔가 다른것이 있다. ‘경탄’이다. 경탄은 늘 가면 쓴 시기심이라는 의혹을 산다. 한편으로 경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 작가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Johan Gottfried Seume, 1763~1810)는 자신에 관해 이렇게 적었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시기심 비슷한 감정이 끓어오르지만, 물론 아주 드문 경우이다. 그런 감정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우울한 것은 아니었고, 어쩌면 시기심이라기보다 열정에 가까웠다.”
타인을 경탄하는 사람은 상대를 본보기로 삼게 된다. 이 경우는 물론 전혀 시기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울한(무기력하게 하는) 시기심이나 적대적인(피해를 주는) 시기심이 아니라 성공을 자극하는 시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시기심은 자신이 예감하지 못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시기심”에서 일부요약 발췌, 롤프 하우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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