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는 잘못인가?』
칸트는 거짓말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런데 친구가 당신 집에 숨어 있고, 살인자가 문 앞에 와서 그 친구를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옳은 행위가 아니겠는가? 칸트는 아니라고 말한다.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는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유효하다. 칸트와 동시대 사람인 프랑스 철학자 뱅자맹 콩스탄은 이 비타협적 입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는 진실을 알 자격이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며, 살인자 같은 사람은 당연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칸트는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가 잘못인 이유는 살인자에게 해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원칙은 이렇다. “회피할 수 없는 발언에도 진실을 담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상대로 지켜야 할 엄연한 의무다. 그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나 아무리 큰 불이익이 닥친다 해도 마찬가지다.”
칸트는 선의의 거짓말을 거부한다. 결과론자의 주장을 근거로 도덕법에 예외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배려한다는 의도는 존경받을 만하지만, 그것을 추구할 때는 정언명령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행동의 바탕이 되는 원칙을 얼마든지 보편화할 수 있어야 한다. 목적을 따져보고 예외를 인정해도 좋다 싶을 때마다 예외를 인정한다면 도덕법의 정언적 성격, 즉 절대성이 무너지고 만다. 이와 반대로, 맞는 말이지만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은 정언명령을 위협하지 않는다. 실제로 칸트 자신이 딜레마에 빠졌을 때 이 차이에 의존한 적도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댈이 지은 정치 철학서이며 저자가 1980년부터 진행한 '정의'(Justice) 수업 내용>
<노루귀>
봄에 난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전초를 <장이세신>이라하여 한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