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의 붕괴, 그 이후의 세계는? - 교회와 종교
충실한 인생이 되려면 본능, 지성, 영혼이 조화롭게 발전하고 긴밀하게 융합하여 하나의 균형 잡힌 전체를 형성해야 한다. 한쪽만 지나치게 발달한 상황이라면 문명 세계에 새로운 생명을 제공하는 지혜나 철학을 찾아낼 수 없다. 본능적인 생활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그것이 조장하는 행동들이 직접적인 유동성을 지니고 있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영혼이 없는 지성은 본능을 타락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으며 본능적 생활에 좋은 것을 더해줄 수는 없다. 이러한 사고와 본능의 대립이 해소되려면 사고와 본능이 영적 생활에 의해 인도되어야만 한다. 앞으로 인간은 더 강렬한 욕구와 영혼의 통찰력에 의해서 본능이 정화되고 그로부터 자양분을 얻는 새로운 생활을 맞게 될 것이다. 영적 생활은 본질적으로 지성과 본능만큼이나 긍정적인 것이며, 개인의 실존을 풍요롭게 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종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본래 종교란 단어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온 특정한 의식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애초에 그런 의식들이 행해져 온 이유는 오래전에 망각 속에 묻혔고, 간혹 의식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신화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가톨릭교도들의 표현에 따르면 신앙인은 교회에 가는 사람, 성찬식에 참석하는 사람,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단순한 의미에서 보면 이것 외에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또 인생과 사람이 속세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신앙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신앙이 깊은 사람 가운데는 실제로는 내가 생각하는 신앙이라고 할 만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는 일면으로 개인적인 영역이고, 다른 일면으로는 사회적인 영역이다. 즉 개신교도에게 종교는 주로 개인적인 영역이고, 가톨릭교도에게 종교는 주로 사회적인 영역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긴밀하게 융합되어야 종교는 강력한 사회적 세력이 된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기부터 종교개혁 시기까지 가톨릭교회가 이룩한 두 가지 요소의 융합(예수와 카이사르의 융합, 겸허한 순종의 도덕과 로마제국의 오만함의 융합)은 믿기 어려울 만큼 특이한 것이었다. 교회의 이런 두 가지 요소는 성인 프란체스코와 교황 인노첸시오 3세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개인적인 신앙은 가톨릭교회와 점점 멀어지는 데 비해 가톨릭교에 속해 있는 신앙은 제도와 정치, 역사적 연속성의 문제에 점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분열은 종교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활동을 개략적으로 볼 때 세 가지 원천으로부터 비롯한다. 그것은 바로 본능과 지성과 영혼이다. 이중에서 신앙을 만드는 것은 영적인 생활이다. 본능적인 생활은 인간과, 인간보다 저급한 동물들이 공유하는 것으로 종족 보존과 종족 번식,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욕구 및 충동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소유욕, 허영심, 가족애, 그리고 애국심까지 포함된다. 지적인 생활은 어린아이 같은 단순한 호기심부터 지극히 위대한 사고에 이르기까지 지식을 추구하는 생활이다. 호기심은 과학적 지식이라는 완전한 사고 체계를 낳는 주요한 충동이다. 지식의 유용성이 널리 인정되면서 지식의 실제적인 습득 가운데 상당 부분은 호기심에 의해서 유발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수많은 다른 동기들이 지적인 생활을 조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인 생활이 비개인적인 사고를 겨냥하는 것이라면 영적인 생활은 비개인적인 감정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예술은 영적인 생활에 속한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은 본능적인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술은 본능에서 비롯하여 영적인 영역으로 올라간다. 종교는 영혼에서 비롯해서 본능적인 생활을 형성하고 지배한다. 이 모든 것보다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불가사의에 대한 직감, 숨겨진 지혜와 영광에 대한 직감, 평범한 것들이 실질적인 의미를 상실하고 속세의 궁극적인 진리를 희미하게 드러내 보이는 얇은 베일로 변모시키는 통찰력에 대한 직감이다. 이런 감정들이 사라진다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버틀란트 러셀 지음, 역자 이순희 님, 비아북 >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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