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은 지혜와 노년의 시작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남북전쟁이 끝났을 때 율리시스 그랜트와 그의 친구이던 셔먼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또 중요한 인물이었다. 북부 연합군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던 이 두 사람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제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셔먼은 공직에 나서라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정치권에 염증을 느꼈고, 자신은 원하는 것을 이미 모두 가지고 있다며 정치에 대한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자신의 에고를 확실하게 다룰 줄 알았던 그는 은퇴한 이후 뉴욕으로 가서 남은 삶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보냈다.
한편 장군으로서 성공했던 그랜트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이끈 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싸움만 일삼았던 무능한 정부로 손꼽힌다.
그랜트는 선하고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지만 더러운 워싱턴 정가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었고, 그 바람에 그는 너무도 쉽고 빠르게 망가지고 말았다. 그랜트가 두 번에 걸친 임기를 힘겹게 마치고 퇴임할 때 그의 뒤에는 온갖 비방과 논란의 인물들이 남았다. (정부 각료들과 그의 비서들은 대규모 금융 부정을 저질렀고, 임기 중에 대규모 경제 위기도 발생했다.)
그랜트는 퇴임한 뒤에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을 퍼디낸드 위드라는 투자자와 함께 금융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드는 오늘날로 치면 미국 역대 최악의 금융 사기꾼인 매도프와 같은 인물이었고, 위드가 벌인 금융 사업은 다단계 사기였으며 그랜트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그랜트는 ‘매번 전투를 치를 때마다 이기기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거는 백만장자들을 경쟁자로 삼으려 했다.’ 이 욕심과 환상이 그를 파산으로 이끌었다. 그랜트는 큰 위업을 달성했지만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 중요한지, 실제로 무엇이 가장 문제가 되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까지 원하며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길 바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일단 그것을 얻고 나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잊어버린다.
에고는 그런 식으로 우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마침내는 우리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그랜트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관여한 회사가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몰렸고, 결국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의 전쟁 기념물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그는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나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으며 후두암까지 앓고 있었다. 그랜트는 인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암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회고록 집필에 몰두했다. 가족들이 자기가 진 빚에 매이지 않고 그나마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그랜트는 회고록을 완성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망했다.
율리시스 그랜트는 불과 예순세 살의 나이에 고뇌와 패배감 속에서 죽어갔다. 솔직담백하고 정직했지만 끝내 자기 자신조차 건사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떠돌다 삶을 마감한 이 시대적 영웅이 최후의 순간까지 비극적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사실 이런 어리석은 실패를 한 사람은 그랜트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별 생각 없이 혹은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탐욕이나 허영, 에고의 부추김에 ‘아니오’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그랜트가 걸었던 길을 선택한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 이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에고는 우리를 질투하게 만들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부패하게 만든다. 에고는 훌륭한 사람을 홀려서 그의 위대함을 허물어뜨린다. 당신의 에고가 속삭이는 부추김과 다른 이들의 성공 때문에 당신의 성과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똑 같이 벌어지고 이 과정은 끝도 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한층 더 빠르게 발을 놀리지만 사실은 제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달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똑같이 맞추려 애쓰기보다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것이 셔먼이 그랜트에 대해서 하고자 했던 말이다.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바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잠시라도 이 모든 것들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경쟁은 분명 인생의 중요한 요소다. 인류가 이룩한 인상적인 업적들 뒤에도 경쟁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누구를 상대로 경쟁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하는지, 또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아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네카에 따르면 ‘마음의 평정’을 뜻하는 ‘에우테미아’는 자주 생각해야 할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인식이며 그 길에 끼어드는 모든 방해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말한다.
돈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만약 당신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모르면 당신은 일단 많이 벌면 벌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모두 돈을 불리는 데에만 쓴다.
표절로 망신을 당했던 작가 조나 레러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되돌아보면서 "누구든 자기 내면에 있는 불안과 야망이 결합하는 순간 그 어떤 것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에고는 균형을 거부한다. 독식하길 원한다. 왜 협상을 해야 하는가? 에고는 당신이 배우자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성에 대해 호감을 느낄 때 그 마음을 부추기고 괜찮다고 말한다. 소설<백경>의 아합 선장과 같은 사람이 되어 거대한고래 ‘모비 딕’을 쫓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헛된 신화가 있다. 대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자기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몇 차례 경험하고 보면 그게 다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당신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왜 좇고 있는지 이유를 알아내라. 당신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마라. 그 사람들이 가진 것에 마음을 두고 부러워한다면 당신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프로이트는 비유를 들어서 에고를 설명하길 좋아했는데, 그는 인간의 에고를 밀을 타고 있는 사람과 같다고 했다. 여기에서 말은 인간의 무의식적인 충동을 뜻하고 이 충동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에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에고티스트egotist(자기중심주의자)’라는 단어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위험할 만큼 자기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을 이르는 용어로 사용한다.
<‘에고라는 적’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님 옮김, 흐름출판>
* 라이언 홀리데이 : 미디어 전략가이자 작가, <권력의 법칙>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제자가 되었으며, <믿어줘, 거짓말이야>의 베스트 샐러가 되었다. <크로스 해킹>, <이겨내는 용기> 등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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