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와 뱃사공
“나를 좀 건네주겠소?” 싯다르타가 물었다. 뱃사공은 신분이 높아 보이는 사람이 혼자 맨발로 걸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그를 나룻배에 태우고 노를 저었다. “아주 멋진 직업이오. 날마다 이렇게 물가에 살면서 강을 건너니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이오.” 배를 타고 가면서 싯다르타가 말했다.
“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밀을 강물한테 배웠나요?“ 싯다르타가 뱃사공 바수테바에게 물었다. 그러자 뱃사공은 말했다. ”맞습니다. 싯다르타.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지요. 강물의 원천이나 강의 어귀, 폭포, 나루터, 소용돌이, 바다, 산, 그 어디에서든 동시에 존재합니다. 강물에는 오직 현재만이 있고, 과거의 그림자도, 미래의 그림자도 없지요. 지금 그것을 말하려는 거지요?“ 뱃사공 바수테바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제 인생을 바라보니 제 인생도 한 줄기 강이었습니다. 어린 소년 싯다르타, 성인이 된 싯다르타, 노년의 싯다르타가 진짜 현실이 아닌 그림자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전생도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었고, 싯다르타의 죽음과 브라마로 돌아온 것도 미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은 현존하고, 모든 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니고 있습니다.“
싯다르타가 무아지경에 빠진 채 말했다. “아, 일체의 번뇌가 시간이 아니었던가? 모든 괴로움과 두려움이 시간 아니었나? 시간을 극복하면 그 즉시 힘겹고 적대적인 것들이 다 사라지고 극복되지 않던가?”
우기가 되어 강물이 넘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싯다르타가 말했다. “벗님(뱃사공), 강이 여러 개의 목소리, 아주 많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제 말이 맞지요? 왕의 목소리, 검객의 목소리, 황소 소리, 야생조류 소리, 임산부가 진통하며 내는 소리, 한숨 소리, 그 밖에 수천 개의 목소리를 갖고 있지요?” “맞아요,” 바수테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물의 소리에는 삼라만상의 소리가 다 들어 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싯다르타의 미소가 뱃사공의 미소를 점점 닮아갔다. 얼굴 전체가 환해지고, 행복에 눈이 부셨다. 수천 개의 잔주름이 빛을 발하고, 어린아이 같이 보이는 동시에 노인처럼 보였다. 두 사람을 본 여행객들은 그들을 형제로 생각했다.
그들은 종종 강가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말없이 강물 소리를 들었다. 현존하는 것의 소리요. 영원히 완성되어가는 것의 소리였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고달픈 고민을 털어놓고 많은 질문을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들은 마법사는 물론 현자도 만나지 못했다. 그들 앞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뭔가 특별하지만 바보처럼 보이는 늙고 친절한 두 노인네만 보일 뿐이었다. - 헤르만 헤세 소설<싯다르타>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세상의 흐름과 함께하지 않을 때 사람은 빨리 늙는다. / 늙어가는 사람들은 봄을 점점 두려워하는 반면 가을을 더 좋아한다./ "외로움에 몰두하는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된다"(괴테) 나이 든다는 것은 괴테가 외로움에 대해 말한 것과 같다. 사람이 늙는 것에 신경을 온통 집중하면 금방 늙는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도전을 더 하고, 몇 번의 불꽃을 더 피우겠다.
다시 어린이가 되어가기 시작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해학이 필요하다. 그것은 약간의 미소를 짓게 만들고, 심각하지 않고, 세상의 변화를 하나의 그림 속에 담게 한다. 또한 그런 해학은 흘러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물을 관찰하게 한다. -헤세
젊은 법학도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살인과 변명들~!!
“나는 그저 이(蝨)를 죽였을 뿐이야, 소냐, 아무 쓸모도 없고 더럽고 해롭기만 한 이(蝨)를.” “사람을 두고 이(蝨)라니!” 소냐가 말했다. “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아.” 여기에는 전혀 다른 원인이 있어∙∙∙∙∙∙,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오 맙소사!“소냐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소냐, 그건 아니야!” 이를 테면 내가 자존심도 강하고 질투심도 많고 못됐고 추잡하고 원한도 깊고 ∙∙∙∙∙∙ 게다가 미칠 조짐까지 보인다고 치자(주위에서는 전부 미친 것 같다고 수군댔고, 나도 알아차렸거든!) 아까 난 당신한테 학비를 조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어. 한데 그럭저럭 조달할 수도 있었으리라는 거, 알아?
필요한 만큼 어머니가 부쳐 주셨을 테고 옷 값, 밥값 정도는 내 손으로 벌 수도 있었을 거야. 과외 자리도 들어왔는데, 하지만 난 악에 받쳤기 때문에 하기 싫었어. 난 그때 거미처럼 방구석에 틀어박혔어. 당신도 내 골방에 와서 직접 봤잖아∙∙∙∙∙∙,
한데 알겠지, 소냐, 낮은 천장과 비좁은 방이 영혼과 이성의 숨통을 조인다는 걸! 나는 이 골방을 정말 증오했어! 그럼에도 거기서 나가기는 싫었어. 일부러 나가기 싫었던 거야! 일도 하기 싫고 숫제 먹는 것도 싫어서 줄곧 누워만 있었어.
밤에도 불도 없이 어둠 속에 누워 있는데, 양초 값도 벌기도 싫은 거야. 공부를 해야 했지만 책도 다 팔아 버렸어. 나는 드러누워서 생각을 하는 편이 더 좋았어. 그래서 계속 생각을 했지∙∙∙∙∙∙, 계속 참 이상한 꿈을, 딱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 온갖 꿈을 꾸었어! 그때 비로소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했어∙∙∙∙∙∙.
아니야, 또다시 잘못된 얘기를 늘어놓고 있군! 그때 나는 줄곧 자문하곤 했어. 어쩌자고 나는 이토록 바보 같을까, 만약 다른 놈들도 바보 같고 그놈들이 바보 같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왜 나라도 더 현명해지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가 나는 알게 되었어, 소냐, 다들 현명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임을∙∙∙∙∙∙,
그러다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도 개조할 수 없으니 그러려고 애쓸 가치도 없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지! 이것이 그들의 법칙이야∙∙∙∙∙∙, 나는 이제는, 소냐, 이성과 정신이 튼튼하고 강한 자가 그들의 지배자라는 것을 알겠어!
많은 것을 감행할 수 있는 자, 그가 그들 사이에서는 옳은 거야. 보다 많은 것에 침을 뱉을 수 있는 자, 그가 그들 사이에서 입법자이며, 제일 많은 것을 감행할 수 있는 자, 그가 제일 옳은 거야!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거야! 오직 장님만 알아보지 못할 뿐이지!“ 소냐는 이 음울한 신조가 그의 신앙이자 법칙이 되었음을 이해했다.
“나는 그때 깨달았어, 소냐.” 그가 황홀해하며 말을 이어 갔다. “권력이란 오직 감행하는 자, 즉 그것에 마음을 두고 쟁취하려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여기에는 하나, 오직 하나만 있으면 돼. 오직 감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때 내 평생 처음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내 눈 앞에 태양처럼 선명하게 떠오른 생각이란, 어떻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이 모든 터무니없는 현상을 지나칠 때 그냥 그것의 꼬리라도 붙잡아 내동댕이치지 못했을까, 어떻게 지금도 그러지 못할까, 하는 거야! 나는∙∙∙∙∙∙나는 감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죽였어∙∙∙∙∙∙소냐, 바로 이게 이유의 전부야!“
“ 오, 아무 말 말아요! 당신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졌어요. 하느님의 저주를 받아 악마에게 넘겨진 사람이에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소냐, 내가 어둠 속에 드러누워 줄곧 뭔가에 골몰했을 때 그거야말로 악마가 나를 홀린 것은 아니었을까? 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까요! 신성모독이나 일삼고 아무것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 주님! 이 사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악마의 꾐에 빠졌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이 모든 것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계속 속삭였지, 그때 어둠 속에 드러누워서∙∙∙∙∙∙, 제일 사소한 점까지 나 자신과 논쟁을 거듭했으니까 전부 알아! 그래서 신물이 났어. 그때 모든 잡념에 신물이 났어!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 이 따위 잡념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설마 내가 바보처럼 무턱대고 나섰다고 생각해? 나는 영리한 놈으로 나섰고 바로 그 때문에 망하고 말았어!
인간이 이(蝨)인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고로 나에게는 인간이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무슨 질문을 던질 것도 없이 곧장 제 갈 길을 가는 자에게는 이라는 사실을∙∙∙∙∙∙.
이 모든 잡념이 주는 고통을 나는 모조리 어깨에서 떨쳐 버리고 싶었어. 나는 소냐, 궤변을 늘어놓을 것도 없이 그냥 죽이고 싶었어, 나를 위해, 나 하나만을 위해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을 나 자신에게까지 거짓말로 덮어 두고 싶지는 않았어!
어머니를 돕기 위해 죽인 것이 아니야, 허튼소리지! 비용과 권력을 위해,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인 것도 아니야. 나는 그냥 죽였어. 나 하나만을 위해 죽인거야. 무엇보다도, 살인을 했을 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이 필요했다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이∙∙∙∙∙∙.
나는 이제야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 나를 이해해 줘. 만약 똑 같은 길을 간다해도, 절대 두 번 다시 살인은 하지 않을 거야. 그때는 다른 것을 알아야만 했어, 다른 것이 내 겨드랑이를 콕콕 찔렀거든. 나는 그때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이에 불과한지, 아니면 인간인지를 알아야만 했어.
그것도 어서 빨리 알아야만 했지. 즉, 내가 넘어설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럴 수 없는지를! 감히 몸을 숙여 취할 수 있을까, 아닐까? 벌벌 떨기만 하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갖고 있는가∙∙∙∙∙∙.“ ”죽일 권리? 죽일 권리를 갖는단 말이에요?“ 소냐가 손뼉을 탁 쳤다.
“내 말 끊지 마 소냐!”내가 당신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닥 하나야. 그때 악마는 나를 꾀었지만 나중에 설명해 주더군. 나는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이 이에 불과하니까 그리로 갈 권리를 갖지 못했노라고! 그 녀석은 나를 우롱했고, 그 때문에 나는 지금 당신을 찾아온 거야! 손님을 맞아 주시라! 만약 내가 이가 아니라면 당신을 찾아왔겠어? 들어봐, 내가 그때 노파에게 간 것은 그저 시험하기 위해 들렀던 것일 뿐이야 ∙∙∙∙∙∙, 그렇게 알아 둬!“
“그러고는 죽였군요! 죽였어요!” “죽였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나 자신을 죽인 거야. 노파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작살낸 가야. 단번에 영원토록∙∙∙∙∙∙!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지, 내가 아니야∙∙∙∙∙∙. 됐어, 소냐 됐다고! 나를 내버려 둬.”
“ 일어나! 지금 당장 나가서는 교차로에 서서 우선 당신이 더럽힌 저 땅에 절을 하고 입을 맞춘 다음 온 세상을, 사방을 향해 절을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말해.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다시 생명을 보내 주실 거야. 갈 거야 갈 거지?”
“혹시 유형살이를 말하는 건가, 어, 소냐? 자수해야 한다, 그런 소리? 그가 음울하게 물었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속죄하는 것, 바로 그렇게 해야 해.“”아니!, 나는 놈들한테는 가지 않겠어, 소냐.“
“그럼 사는 건, 아니 어떻게 살아가려고? 대체 뭘 믿고 살려고?” 소냐가 절규했다. “어린애처럼 굴지 마, 소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놈들에게 무슨 죄를 지었지? 대체 왜 가야 되냐고? 놈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 이 모든 것이 그저 환영일 뿐이야∙∙∙∙∙∙.
그놈들이야 말로 사람을 수백만 진을 빼놓고서는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사기꾼에 비열한 놈들이야, 소냐∙∙∙∙∙∙! “ ”죽도록, 죽도록 괴로워할 텐데.“ ”아직은 나 자신을 너무 비하했는지도 모르겠어. 아직 난 이가 아니라 인간인지도 몰라. 나 자신의 운명을 너무 서둘러 결정했는지도 ∙∙∙∙∙∙, 아직은 싸워 볼 거야.“”그런 고통을 짊어지겠다니! 평생 동안∙∙∙∙∙∙ !“ ”익숙해질 테지∙∙∙∙∙∙.“
”이제 그만 울어. 당신을 찾아 온 것은 지금 놈들이 나를 찿고 잡으려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야∙∙∙∙∙∙.“”아!“ 소냐가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오 그럼! 가고말고!“”혹시 십자가 갖고 있어?“ 그녀가 느닷없이 물었다. ”없지, 그렇지? 자 이 삼나무 십자가를 가져가. 함께 고통 받으러 가는 거야. 십자가도 함께 지고∙∙∙∙∙∙! “그럼 줘!” 라스콜니코프가 말했다.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십자가를 받으려고 내밀었던 손을 얼른 움찔 빼버렸다. “지금 말고, 소냐. 나중에 좋겠어.”“그래, 그게 더 좋겠다. 그럼 그렇게 해.” “고통 받으러 갈 때, 그때 걸면 되니까. 나를 찾아오면 내가 걸어 줄 테니까 함께 기도하고 함께 가자.”~~ - 도스토예프스키소설 <죄와 벌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요약>스물 세 살의 청년이 육십 대의 전당포 노파와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을 살인하고 금품을 빼앗은 흉악 범죄에 이른바 메시아 콤플렉스가 개입돼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휴학 중인 법학도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절대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막연한 동질감을 느끼는 18세의 소냐는 자기희생적인 삶과 광신에 가까운 신심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하여 라스콜니코프의 심리적 갈등을 종결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들의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냐가 최후의 심판의 주체이자 용서의 주체가 되고 이로써 거의 신의 사도 역할을 맡는 듯하다~!
<‘죄와 벌2’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님 옮김, 민음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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