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파우스트

[중산] 2023. 1. 8. 08:02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하느니라.“ -파우스트, 괴테

 

<요약>인간은 보통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들, 즉 지향하는 것들인 사랑(그래트헨과의 사랑), 행복(아름다운 헬레네와의 결혼과 가정), 승리(전쟁에서의 승리), 부(모든 것을 다 가짐)등의 것들은 모두 비극적인 요소들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지향하면 할수록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우스트의 희곡을 읽으면 한 눈에 와 닿지 않는다. 그 만큼 난해하다. 인간의 마음속 선악을 문학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일례로, 파우스트(1749~1832)와 지킬앤 하이드(1850~1894,1886년 발표)이다. 인간의 마음속 악마를 대신하여 메피스토펠레스와 하이드 라는 인물을 내세워 문학적으로 다뤘다. 괴테는 천상의 하느님까지 인용하여 선악을 말했다. 하이드 역시 악을 선에게서 분리해내어 시험해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선이 악을 품고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문학적으로 암시한다.

 

“지식에의 무한한 갈구, 끝없는 욕망과 탐욕, 자본과 권력과 전쟁이라는 지옥 불에 달구어진 근대 인간 파우스트의 운명, 그것은 또한 현대 문명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렛대일 것이다. (…)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 모든 물신주의의 한계를 돌파하며 인간정신의 ‘고양 가능성’을 확인해 나간 끈질기고 기니긴 여정. 이것이 <파우스트>가 오늘 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한계를 느끼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때 악마가 나타나 쾌락과 젊음을 약속하는 대신 영혼을 맡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제안한다. 이 계약을 받아들인 파우스트는 첫사랑인 그레트헨을 만나거나 헬레네와 결혼하면서 마음껏 자신만의 삶을 즐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악마와의 계약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근대 유렵 정신의 방황과 모험을 추적한 <파우스트>는 괴테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줄거리] 괴테가 평생에 걸쳐 쓴 장편 운문 희곡, 제1부는 창세기 욥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2부는 상징적인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매우 난해하다. 주제는 인간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인 메피스토는 생고생을 하면서도 주인공 파우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려 하고, 파우스트는 갖가지 혜택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에 목말라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명확한 지향점을 찾으면서 그 순간 “멈추어라! 너는 정말로 아름답구나”를 외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어쨌든 계약은 충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파우스트를 끌고 가려 했지만, 신은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을 향해 그 말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파우스트를 구원하여 데려갔다.

 

천상의 서곡

신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인간 파우스트를 두고 유혹 속에서 사람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

 

비극 제1부

파우스트는 검은 개로 변신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 거래를 하게 된다. 거래 조건은,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종노릇을 하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동안 현실에 만족하여 미래를 포기한다면 파우스트는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다!”라고 외치게 되고 그 순간 그의 영혼은 지옥으로 끌려가 이 세상에서와는 반대로 파우스트가 그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래를 하고나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다시 젊게 만들어주기 위해 미녀를 만나 비약을 마시고 회춘한 절세미인 헬레나를 만나 반하게 된다. 비약의 부작용으로 길거리에 만난 소녀 , 마르가레테(그레트헨)가 마치 헬레나처럼 보이게 되어 반하게 된다. 그녀는 시집도 안간 몸으로 파우스트의 사생아까지 갖게 된다. 그녀는 아이를 우물에 넣어 죽이고 죄인으로 감옥에 갇힌다.

 

이를 모르는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그레트헨)의 오빠를 죽인 죄를 피해서 산속으로 도망쳤는데 그날 여러 마녀를 만난다. 그곳에서 그녀가 사형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구출하러 간다. 하지만 자신의 죄에 형벌을 받으려는 그녀는 탈출을 포기하고 신에게 자신을 바치면서 사형을 당한다. 악마 메피스토는 “그녀는 심판받았소!”라고 파우스트에게 말하지만 하늘에서는 “구원받았노라!”라고 말하는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파우스트를 메피스토펠레스가 억지로 끌어내면서 함께 자리를 떠난다.

 

등장인물

파우스트 : 16세기의 전설적인 마술사, 학자, 끊임없는 인생 탐구자, 제 1부에서는 지식에 절망하고 사랑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다.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 전설의 악마, 파우스트의 길동무가 되어 그의 영혼을 뺏으려 한다.

마르가레테 : 순진하고 가엾은 소녀

그렌첸 : 또 다른 연인, 임신까지 시킨다.

발레텐 : 그렌첸의 오라버니

마르테 : 마르가레테의 이웃 여자, 뚜쟁이

 

천상의 서곡

주님 : 지금 그는 나를 혼돈 속에서 나를 섬기지만 머지않아 밝고 맑은 곳으로 인도하리라. 정원사도 어린 나무에 파란 싹이 트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는 것을 아는 법이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럼 내기를 하시겠습니까? 그 녀석을 나리의 손에서 빼앗아 보죠. 나리만 허락하신다면, 그 녀석을 제 길로 슬슬 끌어넣겠습니다.

주님 : 그 사람이 지상에 살고 있는 한,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무라지 않으마.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느니라.

메피스토펠레스 : 그거 참 고맙습니다. 송장은 질색입니다. 살아 있는 쥐를 좋아하는 고양이 심보니까요.

 

주님 : 그럼 됐다. 그대에게 맡겨 보겠다. 그 영혼을 근원에서 떼어 내어, 만일 그대가 잡을 수만 있다면 너의 길로 끌고 들어가거라. 하지만 너는 결국 이렇게 인정하면서 부끄러워할 게다. 착한 인간은 아무리 암흑의 충동에 쫓기더라도 결코 올바른 길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뭐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번 내기를 조금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만일 내가 목적을 이루면 그놈에게 쓰레기를 처먹이겠습니다. 

 

주님 : 다음에라도 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오너라. 나는 너희들을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다. 무엇이나 부정하는 모든 영들 가운데서 내게 가장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은 장난꾼이니라. 이 생생하고 풍성한 아름다움을 즐겨라! 변화하며 떠도는 현상을 끊임없는 사상으로 잡아매어 두도록 하라.

 

‘천상의 서곡’은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줄거리의 발단을 설정하는 장면으로 파우스트를 악의 길로 끌어들여 그의 영혼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님의 허락을 받고 파우스트의 유혹을 시작한다. 천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파우스트의 독백이 시작된다. 파우스트는 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있고, 일체의 작용의 힘과 씨앗을 볼 수 있고, 그 모두를 알아내고 싶은 욕구에 불타는 거인적(巨人的)인 인간이다. 그래서 학문을 열심히 연구를 했지만 자기 능력의 한계를 깨닫지 않을 수 없어 드디어 “ 그 대신 나는 모든 기쁨을 빼앗겼다.”고 고백한다.

 

제1부

파우스트 : 아, 나는 이제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쓸데없이 신학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철저히 연구했다. 그 결과가 이 가련한 바보 꼴이구나. 그야 나도 박사니 석사니 법관이니 목사니 하는 따위의 온갖 바보들보다는 나을는지 모른다. 나는 회의나 의혹으로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지옥도 악마도 두렵지 않다 -

 

그 대신 나의 모든 기쁨을 빼앗기고 말았다. 심지어 재산이나 돈도 없으며 세상의 명성이나 영화도 갖지 못했다. 이런 꼴로 산다는 건 개라도 싫어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靈)의 힘과 말을 빌어, 여러 가지 비밀이 계시(啓示)되지나 않을까 해서 마술에 몸을 맡겨 보았다.

 

아, 지금이야말로 너의 상냥한 빛을 흠뻑 받으며, 산마루를 거닐고 싶구나. 산속 동굴 근처를 정령들과 돌아다니고 싶구나. 온갖 지식이 빚어내는 자옥한 연기 속에서 벗어나, 너의 이슬에 촉촉이 젖어 건전해지고 싶구나.

 

신은 살아 있는 자연 속에서 살라고, 인간을 만들어서 넣어 주셨건만 너는 그을음과 곰팡이에 묻혀 짐승과 사람의 해골에 싸여 있단 말이냐! (그 책을 펴고, 대우주의 부적을 본다) 오호! 이것을 보니, 어쩌면 이렇게 벅찬 환희가 갑자기 나의 오판에 넘치는구나! 나는 느낀다. 젊고 성스러운 삶의 행복감이 새로이 타올라 신경과 혈관 속에 흐르는 것을. 이 부적을 쓴 것은 신이 아닐까?

 

파우스트 : 여보게, 저 처녀를 내 손에 넣게 해주게!

메피스토펠레스 : 어느 처녀 말이야.

파우스트 : 지금 막 지나간 처녀 말이야.

메피스토펠레스 : 저애요? 저에는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이지요. 신부한테서, 아무런 죄도 없다는 말을 듣고 말입니다. 고해석 옆으로 슬쩍 지나가 보았는데, 참으로 순진한 처녀입니다. 죄도 없는데 참회하러 가거든요.

메피스토펠레스 : 우선 이리저리 주물럭거리고 오만가지 장난을 한 다음에 귀여운 인형을 반죽해서 요리하는 편이, 훨씬 더 기쁨이 클 것입니다.

파우스트 : 그런 짓 할 것 없이 당장 먹고 싶단 말이다.

메피스토펠레스 : 험구 농담은 젖혀 놓고, 딱 잘라 말씀드리지만, 저 어여쁜 아이는 그리 손쉽게 얼른 되지 않습니다. 계략을 꾸미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거요.

파우스트 : 그렇다면 그 천사 같은 애가 지닌 물건이라도 구해다오! 그 애 가슴에 맸던 스카프라도 좋고.

 

파우스트 : 그녀 품에 안긴 천국의 기쁨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의 품안에서 이 몸을 녹이는 동안에도 나는 줄곧 그녀의 괴로움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나는 도망자가 아닌가? 집도 절도 없는 놈이 아닌가? 목적도 인식도 잃어버린 비인간이며,

그런데 신의 미움을 산 인간은, 바위를 움켜잡고 산산조각으로 부수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아 그 애를, 아니 그 애의 평화를 파괴하고 말았다! 오! 지옥아, 너에게는 이 희생이 꼭 필요했단 말이냐!

 

메피스토펠레스 : 어서 가서 그 애를 위로 해 주시구료. 천치 같은 양반아! 편협한 머리를 가져 빠져 나갈 길을 찾지 못하면, 당장에 죽을 것을 생각하는 법이니까. 대담하게 밀고나가는 자가 승리한단 말이오!

마르가레테 : 그런 분하고는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그분은 문간에 들어설 때마다. 늘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심술궂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표정이에요. 어떤 인간하고도 사랑할 수 없다고 그분의 이마에 씌어 있어요.

당신 품에 안겨 있으면 전 기분이 좋아서 모든 것을 내맡긴 포근한 기분이 드는데, 그분이 오면, 가슴이 꽉 죄는 것 같아요.

 

마르가레테 : 아, 저 혼자만 잔다면! 오늘밤 빗장을 열어놓고 싶지만, 하지만 어머니는 잠귀가 밝으세요. 어머니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전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거에요!

파우스트 : 그런 일이라면 문제없소. 여기 병이 있소! 이것을 세 방울만 어머니가 마시는 것에 떨어뜨리면 기분 좋게 푹 주무시게 될 거요.

마르가레테 : 당신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지만, 그만 당신 뜻대로 되어버려요. 전 벌써 당신을 위해 많은 것을 해서, 이젠 할 일이 별로 안 남은 것 같아요.

그레첸 : 마음의 평화가 사라지고 내 가슴은 무겁구나. 그 편안함은 끝내 돌아오지 않네.

 

님 안 계시면

어디나 다 무덤 터.

세상이 온통

내게는 쓰디쓸 뿐.

아, 가엾은 내 머리는

미쳐버리고

아, 가엾은 내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네.

 

파우스트 : 내 귀여운 아가씨를 단장할 보석이나 반지는 없더냐?

메피스토펠레스 : 그 속에 진주를 꿰놓은, 목걸이 같은 것이 보이던데요. 공짜로 재미 보는 따위의 비참한 꼴은 당하지 않게 해드리겠소.

 

발렌턴 : 이놈아, 누구를 꾀어내려고 그래? 저주받을 오입쟁이들아! 얘 그레첸, 넌 아직 어려서 도무지 철이 없다. 그래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게 말해 두지만 넌 창녀가 되어 버렸다.

그레첸 : 아니 오라버니! 아, 하느님 어째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발렌틴 : 이미 일어난 일이니 딱하지만 할 수 없다. 너는 한 남자와 남몰래 사랑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점점 늘어날 거다. 그것이 열이 되고, 열다섯이 되어, 너는 온 장안의 노리갯감이 될 것이다. 아무도 몰래 그 애를 낳아서 어둠의 너울을 머리에 푹 덮어씌워 주겠지.

마르테 : 그런 말 그만하고 당신 영혼이나 구원을 받도록 해요.

발레텐 : 이 철면피 같은 뚜쟁이 계집년아! 말라빠진 몸뚱이를 실컷 두들겨 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정조를 버렸을 때 내 가슴은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자는 듯이 죽어서 군인으로서 용감하게 하느님에게로 가련다.(죽는다)

 

☞ 젊어지는 비약을 마신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를 만나자마자 청춘 가련한 매력의 포로가 된다. 악마의 의도는 사랑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데 있었으며, 결국 파우스트는 그레첸을 유혹하여 임신케 한 나머지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를 죽게까지 한다. 그레첸은 아기를 물속에 던져버리고 감옥에 갇히어 처형을 기다리고 있다. 파우스트는 인간으로서의 분노를 메피스토펠레스에게 거세게 터뜨려 감옥으로 가 거기서 미쳐버린 연인을 본다. 그녀는 파우스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만 신의 재판에 몸을 내맡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심판받았다”고 말하지만 이때 천상에서는 “구원을 받았느니라”라고 외친다. 그레첸 구원의 모티브는 제2부 마지막 파우스트의 구제와 관련이 있다.

 

제2부

네레우스 : 내 귀에 들리는 것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벌써 속이 메스꺼워진다! 신이 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제 자신밖에는 닮을 수 없는 저주받은 것들이지.

탈레스 : 모두들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지요.

당신은 현자입니다. 우리를 여기서 쫓지 마십시오.

 

네레우스 : 한번이라도 권고가 인간에게 통했더냐?

현명한 말도 쇠귀에 경 읽기지.

여러 번 실패하여 내 스스로 화내어 보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제 고집만 부리거든.

파우스트 : 나는 한결같이 세상을 줄달음쳐 왔다.

온갖 향락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흡족하지 않는 것은 놓아 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가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나는 오로지 갈망하고, 그것을 이루었다.

또다시 소망을 품고, 그렇게 기운차게

일생을 치달아 왔다. 처음에는 위풍당당했지만

지금은 현명하고 신중히 나아가고 있다.

이 지상의 일은 알고도 남는다.

허나 천상의 일은 아무것도 모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구름 위에 저 같은

놈이 없나 하고 꿈꾸는 놈은 천지로다!

무엇 때문에 영원의 천국으로 헤매어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자기가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법.

이렇게 해서 이 땅 위의 날을 보내면 된다.

유령이 나오건 말건 내 갈 길만 갈 것이다.

나아가는 동안 괴로움도 행복도 만날테지.

인간은 어떤 순간에도 만족할 수 없으니까!

 

근심 : 누구나 나한테 붙잡히면 온 세계가 소용없어지지요.

영원한 암흑이 덮쳐오고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습니다.

눈과 귀는 멀쩡하지만

마음속에는 어둠이 깃들지요.

또한 온갖 보화 중 어느 하나도

제 것으로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행도 불행도 다 같이 화근이 되어

풍요 속에서 굶주립니다.

기쁜 일이건 괴로운 일이건

모조리 내일로 밀어붙이고

오로지 앞날만을 기다릴 뿐

완성이라고는 없을 것입니다.

파우스트 : 닥쳐라! 썩 물러가라! 그 시시한 장광설에

가장 똑똑한 인간이라도 홀리겠다.

 

근심 : 가야할지, 와 야할지,

그런 사람은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절망은 없지만 사는 보람은 없지요.

줄곧 이리저리 동요하며

그만두자니 괴롭고, 고통당하자니 불쾌하고,

해방되었는가 하면 속박되어 있으며,

결국 지옥으로 갈 차비나 차리게 되지요.

 

파우스트 : 저주받은 악령들아! 네놈들은

그런 식으로 인간을 무수히 희롱해왔다.

악령들에게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은 안다.

영들과 맺은 엄격한 인연은 여간해서는 풀 수가 없다.

그러나 근심이여, 숨어드는 너의 크나큰 힘을

나는 인정하지 않으련다.

 

근심 : 내가 당신을 저주하고 나서

떠나고 나면 그 힘을 알 것이오!

인간은 평생 장님이란 말이오!

자, 파우스트 선생, 당신도 장님이 되세요!

 

죽음의 영들 : 나도 젊고 원기 있게 사랑을 했을 때는

생각하면 참으로 달콤하고 근사했다.

즐거운 음악 소리, 신나는 춤,

내 발은 가볍게 움직였었지.

그런데 심술궂은 늙음이 찾아와서

고무래 지팡이로 나를 후려쳤단다.

무덤의 문 앞으로 비틀거리며 넘어졌는데

공교롭게도 그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유토피아를 만들 땅을 팔기를 거부한 노부부와 나그네까지 사람을 보내 살해를 한다. 그리고 파우스트에게는 합의를 보았다고 거짓보고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유토피아도 헛된 것임을 알고 눈까지 멀어버리고 그곳에서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달은 말을 한다. “매일매일 정복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메피스토펠레스 드디어 목적을 이뤘다고 믿으며 영혼을 데려가려는 찰나, 천사들이 내려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을 수 있다”라고 하면서 악마를 무찌르고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한다.

 

<‘폰 괴테를 읽다, 파우스트 비극1,2부’ P636 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폰 괴테지음, 류시건님 옮김, 오늘의책 출판> * 폰 괴테 : 60년의 세월을 거쳐 이루어진 <파우스트>는 필생(筆生)의 대작이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단지 저작상 긴 세월이 걸렸다는 것뿐만 아니라 시인의 인간적 성장과 걸음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괴테의 생애가 투영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괴테는 1816년에 아내 불피우스를 잃고, 외아들 아우구스트도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객사하여 만년의 고독과 정적은 더욱 깊어 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곧 단념한 17세 소녀 레베초브의 사랑과 고뇌에서 <마리엔바드의 애가(1823)>가 나왔다. 1832년 가벼운 감기로 자리에 누운 괴테는 여든두 해 남짓한 생애를 마감했다.

 

진하 해수욕장, 명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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