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거리 두기가 필요한 이유
사랑하는 사람과 적절한 거리 두기에 실패할 때 받게 되는 상처는 어마어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연장선에 있다고 여기면 그를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요. 사랑한다면서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욕심을 부리고 강요하고 몰아붙입니다.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흔히 오해하는 3가지
하나는, 희생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희생할수록 더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어느 날 성년이 된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생활비와 용돈을 모두 대 주는 한 아버지가 찾아 왔습니다.
그는 은퇴할 나이에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지원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독립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자녀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끊어도 된다는 제 말에 그는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나 몰라라 해요?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그럴 순 없지요. 부모의 희생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 희생의 이면에는 이기적인 심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좋은 아버지’, ‘훌륭한 가장’이라는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의존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00 없이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저는 그를 무척 사랑해요.” 하지만 이것은 의존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상대에게 기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즐겁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기만을 기대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사랑이 식었다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섭니다. 이별 앞에서 극히 슬퍼하다가 다음 날 다른 사람과 웃으며 데이트를 하는 식이지요.
세 번째는 느낌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강렬한 느낌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는 경우에 이런 오해를 하기가 쉽습니다. 느낌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만남 초기의 강렬한 느낌이 사라지면 사랑이 식어 버렸다고 생각해서 섣부른 이별을 선택하게 되지요. 하지만 느낌은 사랑의 일부일 뿐, 사랑의 요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느낌만이 사랑이라면 부부가 오랜 세월 해로할 일은 없겠지요. 처음에 서로를 사로잡았던 매력과 감정이 사라져도 의지를 바탕으로 관계에 헌신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는 태도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그 사람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
사랑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괜찮은 상대를 만났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일은 아니지요. 후회 없는 사랑을 하려면 나를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옳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도 사랑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면 하나만 기억해도 좋습니다. 나와 상대방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서로 적절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면, 사랑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분별없이 주는 것은 아닌지, 자기 고집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를 늘 깊이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 갑니다. 사랑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유입니다. 결국 사랑을 하는 사람이 끝내 관심을 두고 점검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잡고 휘두르는 것은 아닌지, 내 생각을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건 아닌지,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하는 건 아닌지…. 마음속 욕망과 의도를 왜곡 없이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만이 소중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막막하기만 한 당신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방법 세 가지!
첫째,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세요.
상대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상대가 할 수 없는 일을 기대하고 실망하고 싸우느라 힘을 낭비하지 말고, 그 힘을 자기 개발에 써 보세요. 내가 나를 잘 돌볼수록 괜찮은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사랑에 있어서는 이런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조차 나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상대를 다 알 수 있을까요. 평생을 함께해도 그 속을 전부 알 수 없는 게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속속들이 안다고 착각해서 ‘너는 이래야 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하면서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합니다.
심리학자이자 명상가인 타라 브랙은 이를 두고 ‘만들어진 타인과의 연극을 그만 두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라기보다 내 시선에 의해 판단되고 분석된 ‘만들어진 타인’입니다. 나는 매 순간 그를 판단합니다. ‘저 사람은 예의가 없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같은 도덕적인 판단의 밑바닥에는 나의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나쁘고 못된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보는가는 결국 내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를 나쁜사람, 고마운 줄도 모르는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거기엔 어떤 이득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내 두려움과 불안을 들여다봐야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덧씌운 시선을 조금이나마 거두어들일수 있습니다. 우리는 끝내 상대의 진면목을 전부 보지 못할 겁니다. 그를 다 알지 못한다는 그 사실만 알아도, 상대에게 함부로 잔소리를 하거나 충고를 던지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셋째, 사랑할수록 예의를 갖추세요.
누군가가 내 일에 대해 선을 넘어 이런저런 충고를 늘어놓는다고 해 봅시다. 당신은 어떤 반응할까요? “말씀은 고마운데, 제 일이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답하겠지요. 사랑하는 사이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고 싶은 사랑이 어떤 것인가요?
내 부족함을 일일이 지적하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곁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 봐 주는 것, 내 감정과 생각이 살아온 세월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고 그대로 끌어안아 주는 것, 그럼으로써 내가 자발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받고 싶은 사랑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상대에게 그런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함부로 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며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당신도 이번 생에서 그 기쁨을 한없이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홀로서기 심리학‘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라라 E. 필딩 지음, 이지민님 옮김, 메이븐출판>
* 라라 E. 필딩 :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 하버드 대학교 교육학 석사,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페퍼다인 대학교 객원교수. 홀로 서기 못하는 사람들을 15년간 상담 및 연구, 인지행동 치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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