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중에는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아침에 몇 시간이라도 여유를 누리려 노력한다. 하필이면 이런 게으른 기간에 주로 흥미진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온종일 빈둥댈 때 뇌는 휴식을 얻는다.
영국 노벨의학상 수상자 폴 너스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압박이 없어야 새로운 생각이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우수한 연구자가 되고 싶다면 너무 열심히 일해선 안 됩니다.”
몰디브 리조트 슬로건은 “no news, no shoes(뉴스 없이, 신발 없이)”이다. 나는 이 슬로건이 좋다. 삶과 과도한 자극과 대립각을 단 네 단어로 요약한다.
팬데믹이 활동 반경을 좁힌 것은 맞다. 지역건강보험조합(AOK) 과학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자주한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정신 건강 면에서 더 빈번하게 아팠다.
피로감을 호소한 비율을 보면 재택근무자는 67퍼센트, 회사에 출근한 직원은 45퍼센트였다. 신경쇠약과 예민함에서는 53퍼센트와 43퍼센트였고 우울감에서는 38퍼센트와 28퍼센트였다.
디지털 작업의 결과가 몸으로 느껴진다면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볼 때처럼 한발 뒤로 물러날’ 때가 된 것이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별도의 운동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생활이 디지털에 치우친 사람은 의도적으로 감각에 집중하고 여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뉴스 없이, 신발 없이’, 스마트폰 없이, 자료연구 없이, 보고 없이, 우리가 루틴 모드로 일하는 한 뇌도 루틴 모드로 일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중간 중간 루틴 업무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정신력도 궤도에서 벗어난다.
빛나는 아이디어는 주로 휴식 단계에서 등장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멈춰야 한다. 강가에 앉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은 휴식도 아이디어도 얻지 못한다. 그것은 휴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로와 내적 불안을 유발한다. ~
<‘엑설런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님 옮김, 다산초당출판>
* 도리스 메르틴 :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언어와 문학을 전공했고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어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담긴 코드를 분석하여, 인간의 언어 ․ 비언어적 태도와 개성을 잠재력, 성공과 연결시켰다. 집필한 20권의 책은 전 세계 1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2020년 국내에 출간 된 베스트셀러<아비투스>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를 속이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의 오랜 선입견과 새로운 선입견의 균형을 맞춰보자!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완전히 확실하지 않은 견해에 관해서는 판단을 보류해야 하며, 의심스럽지 않은 견해를 믿거나 명확히 거짓인 견해를 믿지 않는 일 못지않게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각각의 견해에서 뭔가 의심할 근거를 발견한다면, 당연히 그 견해 전체를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이걸 하나씩 다 검토하다가는 영영 끝이 안 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확실한 진실로 받아들인 모든 것은 전반적으로 감각을 통해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감각이 때로 우리를 속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우리를 속인 것은 의심을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난롯가에 앉아 있다. 겨울 실내복을 입고 있다. 사람들은 땡전 한 푼 없는 신세이면서도 자기가 왕이라는 둥 혹은 헐벗은 신세이면서도 자기가 황금색과 보라색으로 된 옷을 입고 있다는 둥 주장을 해댄다. 내가 이런 사람들처럼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면, 나 역시 정신 나간 인간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아니 그렇다 해도 나는 인간이니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 이 모든 것을 겪을지도, 아니 가끔은 저 광인들이 깨어 있을 때 겪는 일보다 더 얼토당토않은 일을 꿈으로 꿀 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보기로 했다.
나는 깨어 있는 상태와 꿈꾸는 상태를 명확히 분간할 수 있는 뚜렷한 표시나 특징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할 뻔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믿을 때 오류를 범한다고 나는 생각하다. 2와3을 더하거나 사각형의 변을 셀 때나 혹은 단순한 판단을 내릴 때 내가 믿는 것이 완벽한 진리라고 속고 있지는 않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은 아마 내가 그렇게 속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는 지극히 선하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항상 속아 넘어가는 나를 만들어낸 점이 그의 선함과 모순된다면, 같은 논리로 내가 가끔 속아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는 일 역시 그의 선함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속아 넘어가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는 걸 믿느니, 차라리 그렇게 강력한 능력을 지닌 신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꺼이 부정해버릴 사람들도 아마 없지 않을 것이다. 신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꾸며낸 것이라는 말을 인정해보자.
그게 운명이건, 우연이건, 여러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결과이건 아니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건 이 중 하나의 방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거짓에 속거나 오류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결함이니, 이런 결함이 있는 내가 불완전해질 확률은 이런 나를 만든 존재의 능력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나를 만들어낸 존재의 능력이 부족할수록, 내가 오류를 범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추론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이렇게 공언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내가 참되다 믿었던 것들 가운데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앞으로는 명백히 틀려 보이는 논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신중해서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오래된 생각은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다시 떠올라 내 의지에 반해서 마음을 잠식해 들어온다.
그 오래된 생각이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럴듯하다고 여겨서 전적으로 부인하기보다 믿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는 한, 생각을 의지하고 믿는 습관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정교한 설계 이론을 뒤집어서, 나를 속이는 것은 나 자신이며, 내가 한 모든 생각과 내 견해는 완전히 거짓이자 내가 한 상상이라는 식으로 나의 오랜 선입견과 내 새로운 선입견의 균형을 맞춰보자.
이렇게 하면 당분간 어떠한 위험이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불신에 빠질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은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인식의 문제이니까.
그렇다면 나를 속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자가 진리의 원천이 지극히 선한 신이 아니라 사악한 악마, 대단히 유능하고 교활한 자라고 가정할 것이다.
하늘, 공기, 땅 모양, 소리 및 모든 외적인 것들은 고지식한 내 마음을 속이기 위해 악마가 준비한 수단인 꿈이라는 속임수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단호하게 이런 믿음을 고수할 것이고, 이렇게 하면 참된 지식에 이르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일지 몰라도,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과, 틀린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일은 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강력하고 교활한 사기꾼이라도 내게 그런 일은 강요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란 몹시 힘들어서 평소 사고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포로와 같은 나는 아마 꿈속에서 상상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가, 이것이 꿈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깨어나기가 두려워 이 속임수가 길어질지도 모를 거란 희망에 그 매력적인 환상과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
이 조용한 휴식에 뒤이어 고통스러운 각성의 시간이 찾아오지 않도록, 이제 내가 깨달은 고통에서 솟아날 어둠을 쫓아버리기엔 곧 찾아올 아침 햇살이 너무 희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 르네 데카르트(1596-1650)
프랑스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근대 철학의 토대를 세웠으며, 17세기 과학혁명의 기본 구조를 만들었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이성적이고 냉정한 철학은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데카르트는 스스로 지각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로 잘 알려져 있다. 첫 철학서인<방법서설>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제1철학에 관한 성찰>의 첫 성찰인 <의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해서 여기에 옮겨 실었다. 데카르트는 오직 고독 속에서만 인간만이 존재할 수 있는 진실과 인간이 그걸 알게 된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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