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이륙 실패!

[중산] 2025. 3. 12. 10:41

춘분이 다 되어서 진눈깨비를 뿌렸다!(지난 해 사진)

 

 

이륙 실패, 나이 들었다고 어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비교적 부유한 현대 사회에서는 청소년기가 연장되어 20대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제프리 아넷은 이 시기를 ‘성인 모색기’라고 일컬었다.

 

이 시기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부모에게 많이 의존하면서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헤매고 있다. 일부 젊은이는 부모의 보호권에서 멀리 벗어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 성장이 정체되는 것처럼 보인다.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는 길은 매우 복잡해졌고 그 길을 탐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스페인에는 부모 집에 거주하는 니니NiNi(ni estudia, ni trabaj, 공부도 안 하고 일도 안 하는)세대라는 젊은 성인 집단이 있다.

 

영국과 다른 국가에서는 니트족NEET(교육, 고용, 훈련을 받지 않는 상태)이라는 인구 집단을 위해 공공 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는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 있다. 이 말은 ‘안으로 끌어당기는’ 또는 ‘갇혀 있는’정도로 번역된다. 니니와 니트의 비활동성과 심리적 ∙ 사회적 발달 지체, 강렬한 사회 혐오, 게임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인터넷 중독 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널리 퍼지지 않아서 대중적인 명칭이 없다. 2015년 현재 18~34세 사이의 미국 성인 중 3분의 1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중 약4분의 1인 220만 명은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보고서’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로버터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님 옮김, 비즈니스북스출판> * 로버터 월딩거 :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 그리고 수명연구재단의 공동 설립자다. 현재 정신과 의사 겸 정신 분석가로 활동 중 /마크 슐츠 :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부책임자, 브린 모어 대학 심리학과 석좌 교수다.

 

 

 

스라벨!

 

흔히 아이들은 행복으로 비유된다. 이 말이 맞다면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회는 행복도 자취를 감추는 곳이 된다. 자녀를 갖기로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동물적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우리 삶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자녀를 기르면서 배우게 되는 삶의 의미와 성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인생의 중요한 점을 간과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가 내린 모든 결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아들을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다. 아이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시간을 빼앗는다. 하지만 그 이상을 돌려준다. 아이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하면 어린 나에게 숨어 있던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는 느낌이 든다.

 

아이는 나의 스승이 되어 그 비밀이 어떤 모양을 띠고 어떤 빛을 띠고 있었는지 가르쳐 주었다. 아이를 통해 열린 새로운 세상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꼽으라면 부모님을 먼저 떠올린다.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할 이야기라도 부모님과는 나눌 수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인 베르타 헬레네 디너는 “시간을 소유하는have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갖는take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마음껏 누리고 싶다. 물론 아이들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헌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아이다움’을 흩뿌리며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공부로 경쟁하는 ‘지옥’이 자리 잡은 것이다.

 

“노는 아이의 영혼만큼 고귀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렵고 낯선 존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없다.” 세계적인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가 남긴 말이다.

 

노는 아이의 영혼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없는데, 그것이 너무 빨리 사라져 버려서 어른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놀이 그 자체에 흠뻑 빠져들어 마음껏 놀 수 있는 순수한 시절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은, 부모들은 그 시절마저 기다려 주지 못한다. 아이의 시간을 빼앗는다. 자녀 때문에 자신들의 시간이 빼앗기는 것을 불편하고 억울해하면서도, 아이들의 놀이 시간은 너무 쉽게 빼앗는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물과 햇빛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원의 형광등 불빛이 아니라 하늘에 뜬 해에서 내려오는 자연적인 빛에 피부를 그을리며 옷을 더럽히면서 놀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인생 전체가 놀이는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기본적인 교육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아이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여야 한다. 그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통해 부모는 아이가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내가 종종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넌 아빠한테 절대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네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엄마와 아빠의 행복을 위해 널 이 세상에 불러왔으니 네 마음속의 빚은 전혀 없다고 말해준다.

 

다만 아빠로서 널 사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으니 그 역할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자녀에게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인생과 세상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 있다면 아이는 한국의 과열된 교육열과 그 시스템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할 줄 아는 능력에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앞서게 될 것이다. 성인들이 ‘워라밸’의 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이다.

 

요즘 아이들은 웬만한 직장인이 일하는 시간만큼 공부한다. 최근 차량으로 도로가 막히는 러시아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밤늦게 길이 막히는 곳은 사실 학원가 앞뿐이다.

 

나는 노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보다 더 많아지는 불균형이 벌어지길 바란다. 유년 시절에는 절대적으로 그럴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야 잘못된 환경과 제도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힘이라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없다.

 

세상이 좀 더 밝아지려면 행복할 줄 아는 시민들이 하나둘 생겨나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행복을 아이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놀면서 행복을 만끽한 아이야말로 훗날 어른이 되어 ‘지옥 속의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아이’를 상상하고 염원하지 않을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나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안톤 숄츠 지음, 문학수첩출판> * 안톤 숄츠 :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청소년시절부터 격렬한 운동을 좋아했고, 동양의 철학 종교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독일을 방문한 한 스님의 강연을 듣고 그 스님의 조언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수행을 시작했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20년 넘게 살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스, 비즈니스 컨설턴트, 교수, 다큐멘터리 제작자 등 다양한 직업으로 한국 사회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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