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성의 4가지 유형
“당신은 나를 보호해줘야 해.” - 희생형
어느 날 강한 남성이 다가와 아니무스 투영 과정을 작동시킨다. 그러면 약한 내면의 소녀가 활성화되고, 그림자가 강한 여성의 행동을 좌우한다. 이제부터 강한 여성이 (그리고 그녀를 강한 여성이라 알고 있었던 남자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갑자기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토록 좋아하던 취미생활도 무의미해지고 공허해진다. 그녀는 강한 남자에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집에 앉아 그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자기한테 신경을 안 쓴다고 남자를 비난한다. 독립적인 여자라고 생각하여 여자를 사랑했던 강한 남자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여자가 매달릴수록 남자는 도망가려고 애쓰게 되고, 또 그럴수록 여자는 더욱더 남자에게 매달린다. 악순환은 시작되었고, 문득 여자는 자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 보이면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머니처럼 살기 싫었어.” - 도피형
현대의 강한 여성은 사랑에 빠질 때 공포심을 느낀다. 이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행동은 무얼까? 바로 도망을 치는 것이다. 결국 어머니처럼 살려고, 아이 기저귀나 빨려고 이렇게 힘들여 노력했단 말인가? 아니, 그럴 수 없다. 그러니 어서 도망쳐야 한다! 도피 반응은 특히 게임의 상대편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다. 버림을 받는 쪽은 남성이다. 더욱이 강한 여성의 도피로 인해 버림을 받게 되는 남성들은, 마초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이 정말로 이상적인 남자들이다. 강하면서 솔직하고,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초는 아니다. 건강한 남성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약한 소녀의 습격을 받은 강한 여성에게는 정말 딱 어울리는 남자들이다. 이런 남자들이 불행을 겪는 이유는 그들이 진짜 남자이기 때문이다. 둥지를 틀고 가정을 이루기에 딱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빛나는 외모와 강한 감정과 지능, 그리고 뛰어난 창조력으로 한 남자를 침대로 데려가 그의 마음을 열어 놓았다면, 여러분에게도 그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 공포가 엄습하겠지만 반려자에게 여러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여러분을 찾고 발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여러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약한 소녀를 이제야말로 해방시켜라. 그래야 당신도, 당신 곁에 있는 남자도 진정한 사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 보여주겠어.” - 투쟁형
투쟁형의 반응을 보이는 강한 여성은 대부분 남자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으며, 그로 인해 갖가지 부작용을 겪어 보았다. 그래서 약한 소녀가 등장하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다시는 희생물이 되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한다. 투쟁을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진다면, 여러분은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당장 투쟁을 멈추고 악마가 여러분과 파트너의 편지를 바꿔치기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의 마음을, 노예가 되고 싶은 욕망을 인정하자. 둘째, 파트너가 아직 여러분의 곁에 있다면, 그리고 여러분이 이미 싸움에 이기기 시작했다면, 그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그를 버려서는 안 된다. 속수무책인 남자도 남자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남자란 강한 남성성만을 내세우는 가부장적인 남성이 아니다. 완전한 영혼을 가진 남자이다. 외부 세계에서 해결책을 찾지 말고 여러분의 아니무스를 해방시켜라. 여러분이 내면의 남성상을 해방시키지 않은 한, 절대 이런 멋진 남성들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혼합형
흥미롭게도 강한 여성이 혼합형의 반응을 선택했을 경우, 관계는 아주 장기간 지속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사랑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혼합형의 반응을 그만두고 싶다면 그런 자신의 욕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욕망의 대상인 남성을 폐기처분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선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언젠가는 파트너의 얼굴에 덮인 수건을 벗기고 그의 진면모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후에야 그를 택할 것인지, 그에게 등을 돌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성들은 내면의 남성상에 부합하는 남성을 찾곤 한다. 그에게 우리의 아니무스를 투영하는 것이다. 이 ‘아니무스 투영’의 결과,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고, 오로지 비난할 거리가 없나 찾게 된다. 심층심리학에서는 이 단계를 ‘아니무스 투영의 철회’라고 부른다. 수많은 남녀 관계는 아니무스 투영이 철회되는 바로 이 단계에서 끝이 나고 만다.
사랑의 단계가 지나고 아니무스 철회의 단계가 그 뒤를 따르는 현상은 지극히 평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망의 대상에게 당장 절교를 선언한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내면의 남성상과 외부 세계의 실제 남성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에 빠진 단계에 머물지 않고 더욱 성숙한 애정 관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니무스의 투영이 철회된 후 남성에게 투영했던 남성적 특성들을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 안에서 특성들을 직접 발견할 때 비로소 그 특성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를 대신하여 이런 측면들을 떠맡아줄 파트너가 필요 없어진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에서 일부 요약 발췌, 마야 스토르히 지음/장혜경옮김>
<곧 피려고 하는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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