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산골짜기에서도 독서는 해야한다!

[중산] 2010. 9. 20. 15:37

독서

나는 여름내 책상 위에 호머의 일리아스를 놓아두었지만 이따금씩 읽곤 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집도 마저 지어야 했고 콩밭에서 잡초도 뽑아야 하는 등 두 손을 끊임없이 놀려야만 했기에 그 이상 책을 읽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앞으로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일하는 사이사이에 가벼운 여행기를 한두 권 읽었지만 곧 그 일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내가 사는 곳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 때마다 보물함 속에 일리아스를 넣어 지니고 다녔던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글로 적인 말은 유물의 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예술품보다도 우리와 친근하며 그만큼 보편적이다. 책의 세계의 소중한 재산이며 세대와 민족의 온당한 유산이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그곳 선반에는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서적들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게 마련이다. 책은 스스로를 위해 아무런 변호도 하지 않지만, 그것이 독자를 계발시키고 고무시키는 한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은 아직 인류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위대한 시인만이 그것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 작품들을 마치 별을 보듯이, 요컨대 천문학적으로가 아니라 점성술적으로 읽었을 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마치 장부를 적고 장사에서 속지 않기 위해 계산법을 배운 것처럼 하찮은 편의를 위해 읽는 법을 배웠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책 읽기에 대해서는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치품처럼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보다 고귀한 기능을 잠들게 만드는 독서가 아니라, 발끝으로 서서 읽는 일, 우리의 가장 기민하고 주의 깊은 순간을 바쳐서 읽는 행위야말로 고결한 의미에서의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책이 독자처럼 우둔하지는 않다. 어쩌면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꼭 들어맞는 말을 해주는 책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귀를 기울여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날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유익하고 문제의 새로운 양상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삶에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지금까지의 기적을 설명하고 새로운 기적을 보여줄 책이 우리를 위해 어딘가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어딘가에 표현돼 있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를 혼란케 하고 어리둥절하고 난처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과거의 모든 현자들도 직면한 적이 있었다. 어느 한 문제도 빠지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각각의 현자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삶으로 그 문제들에 해답을 주었다. 나아가서 우리는 책에서 지혜와 더불어 관대함도 배우게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에 걸쳐 월든 호반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 그는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검소하고 소박한 삶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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