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영시 개론 시간에 톰슨의 <하늘의 사냥개 The Hound of Heaven>라는 시를 배운 적이 있다.
나는 그로부터 도망갔다. 낮과 밤 내내 그로부터 도망갔다. 시간의 복도를 지나 내 마음의 미로를 지나, 나는 그로부터 도망갔다. 그러나 그는 늘 내 곁에 있었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재미있는 비유로 묘사한 이 시를 가르치며 교수님은 사람마다 신과의 관계에서 풍기는 독특한 마음의 냄새를 갖고 있다고 하셨다. 심통난 사람은 심통 냄새를 풍기고, 행복한 사람에게서는 기쁜 냄새가 나고, 무관심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모두 다 주위에 마음이 체취처럼 풍긴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얼마 전 어떤 TV 프로에서 진행자가 병든 아버지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피자 배달을 하는 청년을 인터뷰했는데, 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진행자가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좋은 냄새가 나는 가정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고 피자 배달을 다니면 정말 지독하게 춥습니다. 그런데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현관문을 들어서면 언제나 그 집 특유의 독특한 냄새가 있습니다. 집이 크든 작든, 비싼 가구가 있든 없든, 아늑하고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딘지 냉랭하고 서먹한 냄새가 나는 집이 있습니다. 아늑한 냄새가 나는 집에서는 정말 추운 바깥으로 나오기가 싫지요. 저도 훗날 그런 가정을 꾸미고 싶습니다.”
오래된 책의 향기 속에 파묻혀 앉아 새삼 나는 생각한다. 내 집의 냄새는, 아니 나의 체취는, 내 마음의 냄새는 무얼까.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샘터, 장영희교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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