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대화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문제는 자기만이 다 아는 양 혼자 떠벌여 다른 사람들의 입을 꽉 다물게 해서는 안 되며,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단 대화를 나눌 때에는 각기 자기 차례가 오면 대화를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중요한 대화라면 진지하게 말해야 될 것이고, 유머라면 위트가 있어야 한다. 특히 대화를 나눌 때 어떤 성격상의 결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즉 대화할 때는 분노나 어떤 탐욕이 표출되지 않도록 하고 무례나 나태한 태도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대화할 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아끼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책망할 필요도 생기는데, 책망할 때에는 목소리를 높여 따끔한 말을 해야 하며, 평상시보다 더 화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유의 책망은 가끔 그리고 불가피할 경우에만 해야 하는 것이며, 다른 치유책이 발견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급적 격분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그 이유는 분을 못 이기게 되면 어떤 것도 올바르고 신중하게 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무론 -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부 요약 발췌,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저자 키케로 (B.C. 106~43)
키케로가 카이사르 암살 이후에 쓴 『의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유일하게 헬레니즘 시대, 특히 스토아 학파의 윤리 사상을 상세히 전해주는 책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서양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로서 서양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