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주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여학교 시절, 종종 강당에서 연극부 사람들의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후에 스타가 된 선배도 있으나, 어쩐지 노인 역을 한 사람의 메이크업이 이상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백발의 가발은 제쳐 두고 이마에 가로줄, 그리고 코 옆에서 입가에 걸친 선이 좌우로 ‘팔(八)’자 모양으로 두껍게 그려졌습니다.
아직 10대 소녀들의 맨얼굴에 주름만 그려놓았기 때문에, 왠지 반영구 화장을 한 듯, 현실이랑 동떨어졌다고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주름은 몇 십 년이고 인생을 산, 즉 ‘성숙한’ 얼굴에만 어울립니다. 나는 지금까지 몇 사람의 프랑스 여배우를 인터뷰했습니다. 연령대도 가지가지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20대의 여배우도 있었지만 누가 매력적이었냐고 하면, 누가 뭐래도 강렬한 개성 그대로 삶을 살아온 60, 70대였습니다. 그녀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나이를 플러스의 매력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나에게도 앞으로의 ‘모델’이 되어야 할 여성들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여성들 대부분이 ‘안티 인공미’였습니다. 자연히 늙는 것, 즉 ‘주름’과 함께 살아가려는 자세가 말속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들의 간판인 실제의 얼굴에서 속속들이 드러났습니다. <“멋지게 나이 든 여자의 시크릿”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이토 히사코 지음, 이진주님 번역, 지상사>
진정한 미인은 ‘안티 인공미’
인터뷰를 통해 우정이 싹터 지금도 이르고 있는 50대의 마리아 슈나이더는 딱 잘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리프팅은 절대 안 할 거야. 요전에도 어떤 여배우랑 작품을 같이 했는데, 마치 로봇이랑 연기하고 있는 것 같더라니까.” 더욱이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여배우 안나 마냐니가 이렇게 말했어. ‘내 인생에서 몇 년에 걸쳐 이 얼굴에 주름을 새겨왔어요. 그것을 단 한순간에 없애버리다니 아까워서 못해요.’하고. 멋지지 않아?”
‘주름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오늘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젊음이 최고라는 풍조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닥쳐오는 노화에 단지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보다 부드러운 태도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름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것
꽃잎이 만개한 상태는 물론이고, 점차 쇠해져, 잎도 한 잎 두 잎 시들어가고…. 이러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 사실을 알면, 인공적인 기술이 개입하는 것의 좋고 나쁨이 저절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나는 20년 즈음 전 종종 프랑스의 여성잡지 ‘엘르(ELLE)"의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당시에는 미용 성형이 조금씩 소개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 뉴스를 채택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아직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몇 번이고 거부당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마담 피가로’도 ‘마리 끌레르’도 그리고 요전에는 ‘렉스 프레스’에서도 ‘세계의 성형미용 투어’ 특집을 했던 것엔 놀랐습니다. 현대인은 여러 가능성을 정보로 받아들이며 최종적으로 얼굴이나 육체는 스스로 판단하며 관리해야 합니다. 인공미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주름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런 모양으로 관리합니다.
<“멋지게 나이 든 여자의 시크릿”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이토 히사코 지음, 이진주님 번역, 지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