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자원배분 기구로서 시장보다는 정부가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하준은 시장의 한계는 협소하게 설정하고 정부의 한계는 무시하는 우를 범하여 효율적 소득분배와 혁신기반(innovation based)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장하준은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소득이 개인의 기능적인 능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따라서 국가가 결과의 균등을 보장하는 소득재분배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생산물 시장에서도 국가가 무역장벽으로 유망 기업을 보호하고 여러 가지 산업정책으로 지원해야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투자가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장하준은 모든 시장에 걸쳐 정부가 폭넓게 개입하는 계획경제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하준은 노동시장의 소득분배 기준은 개인의 기능적인 능력이 아니라 분업 체계와 자본재 투자의 결과인 개인의 부가가치 생산성이며, 발달된 자본주의하에서 성장은 투자 안의 선별 능력이 관건인 혁신기반 성장에 의존함을 무시한다. 장하준이 주장하는 정부개입은 노동 시장에서 취업 서비스의 성장을 억제하고, 금융시장에서 투자위험 심사기능의 성숙을 억제한다. 그 결과 장기실업자가 늘어나고 혁신기반 성장을 지체시킨다. 결국 장하준이 지지하는 계획경제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성장을 저해하고 분배의 효율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경제의 커다란 두 가지 흐름, 계획경제냐 시장경제냐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장하준의 편향된 입장을 극복함으로써 경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은 장하준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하나씩 분석하여 그 주장의 허와 실을 밝힌다. 장하준은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를 주장하였고 유려한 글솜씨로 성공사례들을 소개했다. 자유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달콤한 그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의 말이 듣기는 좋았지만 세계시장은 자유시장을 원칙으로 하며 자유시장의 장점을 잘 받아들인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장하준의 책의 구성에 맞춰 23가지 테마로 그의 주장이 너무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시장이 정부보다 우월함을 신봉하는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장하준이 주장하는 보호정책, 정부의 규제와 개입만으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자유 시장 경쟁을 통한 경제성장이야말로 진정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한다...(요약)
선진국 근로자가 후진국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다
장하준은 이렇게 주장한다
장하준은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에서 선진국 근로자들은 이민 제한 덕분에 후진국의 동일 직종 근로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가 인도의 버스 운전사보다 50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 실력은 수많은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인도의 버스 운전사가 더 좋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장하준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스웨덴이 이민을 제한하여 자국의 버스 운전사를 후진국 버스 운전사와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장하준은 이러한 경쟁 제한으로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최고 경영직, 연구직, 엔지니어와 같은 고임금 직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가난한 나라 근로자들의 소득이 낮은 것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보호가 부족해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하준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근로자가 다양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장하준의 입장에서는 후진국의 근로자가 선진국의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임금 격차가 큰 이유는 선진국 기업이 후진국 기업보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효과적인 분업 체계, 우수하고 풍부한 자본재, 그리고 고급 경영 기법을 통해서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의 근로자들은 후진국의 근로자보다 노동규율에 더 익숙해서 기업이 운영하는 생산 공정에 효과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실제로 이민을 많이 받는 프랑스나 미국에서도 이민 노동자들은 노동규율을 습득하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저임금 단순 서비스 직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장하준의 지적과는 달리 ‘잘사는 나라에서는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선진국 근로자들이 하는 일은 단순해 보여도 후진국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생산한다. 정리하자면 노동시장은 생산성이 반영된 소득을 지급한다. 즉, 선진국과 후진국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1인당 생산성과 노동규율의 강도를 반영한 결과이다. 결국 노동시장에서의 소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을 통해 구현되는 개인의 생산성이다.
선 후진국 소득의 격차 원인은 노동 생산성의 차이 때문이다: 왜 선진국 근로자는 후진국 근로자보다 같은 산업, 같은 직종에서 일하면서도 더 많은 소득을 버는가? 이는 근본적으로는 선진국 근로자가 후진국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산성이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 능력이다. 근데 자본주의에서 생산성은 효과적인 분업 체계의 설계, 자본재 투입 수준, 그리고 기업 경영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된다. 장하준이 강조하는 개인적 기량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근로자 개인에게는 분업 체계 내에서 정해진 직무를 생산계획에 맞게 수행할 수 있는 노동규율이 요구된다. 선진국 근로자들은 후진국 근로자들보다 이러한 노동규율에 익숙하며, 따라서 보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민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이민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규율을 습득해야 소득을 제고할 수 있다. 이민 제한이 약한 국가에서도 이민 노동자들이 저임금 직종에 주로 종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선진국 근로자들은 1인당 노동생산성이 후진국 근로자들보다 일반적으로 높다. 예를 들어 1950년 ~2009년간 스웨덴의 근로자 1인당 국민 총생산(노동생산성 지표)은 이집트의 근로자 1인당 국민총생산보다 5배~10배 정도 높았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 근로자들의 개인적 기량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선진국 근로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분업 체계에 편입되어 생산하고, 보다 양과 질이 뛰어난 자본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인 생산공정 관리기법을 적용해서 같은 노동력을 가진 근로자로부터 더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지금의 선진국이 된 이유는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술 및 조직 문화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수공업을 공장제 수공업으로 대체시키면서 분업 협업을 일반적인 생산방식으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서 근로자 1인당 자본재의 사용을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생산공정 관리와 같은 경영 기법의 혁신을 가져와 오늘날의 대량생산방식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두 차례의 역사적인 전환을 거치면서 선진국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개인 기량의 한계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으로 제고하였다. 선진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개별 생산자들의 기량이 뛰어나기보다는 평범한 생산자로부터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장하준이 강조하는 근로자의 개인적 기량 격차는 근로자의 생산성 격차가 아니다. 따라서 선 후진국간 근로자 소득 격차와는 관계가 없다.
장하준의 예로 돌아가 보자. 장하준은 인도의 버스 운전사가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보다 개인적 기량이 뛰어나지만 소득은 낮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버스 운전사가 운전 기술은 뛰어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는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운행 시간표에 맞추어 차량을 운행하며,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무엇보다도 승객 및 보행자를 보호하는 데 인도의 버스 운전사보다 뛰어나다. 스웨덴에서는 급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운전 능력보다는 규칙적이고 안전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높은 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도 버스 운전사가 스웨덴에 이민 온다고 해서 이러한 직무를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송원근박사, 강성원박사 지음, 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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