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신대륙의 권리를 두고 한창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영국군 대령의 딸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전쟁터를 가로질러 길을 떠난다. 문제는 그들의 길잡이 노릇을 자청한 인디언 마구아, 그가 영국군의 연락병 노릇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를 돕고 있는 첩자라는 사실이다. 그가 대령의 두 딸들과 영국군 소령 헤이워드를 프랑스 진영으로 유인하려는 계획이 내티와 칭가치국, 그리고 그의 아들 웅카스로 인해 좌절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 때부터 소설의 전반부는 마구아 측 인디언들이 내티 일행을 추적하여 결국 두 딸과 헤이워드를 인질로 잡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티와 인디언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나 요새는 곧 프랑스군에게 항복하여 본래의 출발지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마구아는 돌아가는 와중에 프랑스군의 묵인 아래 영국군에 대해 학살을 자행하고, 다시 일행을 납치한 뒤 큰 딸 코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내티 일행은 결국 갖가지 수단을 통해 마구아 일행을 추적하나 격투 끝에 칭가치국의 아들 웅카스와 마구아가 죽고, 코라도 마구아 측 인디언의 손에 죽는 비극으로 그 막을 내린다. 살아남은 헤이워드와 작은 딸 앨리스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내티와 칭가치국은 모히칸족의 마지막 후예 웅카스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요약)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내티 범포 일명 ‘호크아이’ 변경지역의 숲을 무대로 활동하는 거칠고 말수 많은
사냥꾼
영국의 하층계급 출신으로 문명생활을 버리고, 변경지역을 무대로 활약
한다.
칭가치국 몰락한 인디언 부족의 추장으로 아들 웅카스와 함께 내티 범포와 숲의
생활을 대변하는 인물. 숭고하고 용맹스런 인물로 그려지며, 적대적인 부
족인 휴런족에 의해 죽음의 사자로 불린다.
웅카스 모히칸족의 마지막 후예. 젊고 수려한 외양의 청년으로 코라 먼로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 마구아로부터 그녀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용감히 최후를 맞이한다.
마구아 일명 ‘사악한 무법자’. 프랑스 편에 가담한 휴런족의 추장으로 술수와
계략에 뛰어난 인물
던컨 헤이워드 젊은 영국군 장교로서 먼로 대령의 두 딸들을 인도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인물 용감하고 준수한 용모를 지닌 청년으로 앨리스 먼로와
사랑에 빠진다.
코라 먼로 먼로 대령의 큰딸. 독립적이고 자기주장이 분명하며 자신의 감정에 충
실하다.
앨리스 먼로 대령의 작은 딸.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이나 심약하고 의존적인 여성
‘사악한 무법자’의 간계
이야기의 배경은 프렌치-인디언 전쟁(1754∼63)이 한창이던 1757년 뉴욕주의 영국군 진지, 포트 에드워드. 포트 윌리엄 헨리에서 몬트캄이 이끄는 프랑스군에 맞서 고전 중인 먼로 대령의 두 딸이 아버지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하필이면 전쟁이 한창 치열한 와중이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이다. 포트 에드워드를 지키는 사령관 웹은 자신의 병력을 동원하여 이들을 호위하는 일이 탐탁치 않자 소령 던컨 헤이워드만을 딸려 보내기로 결정한다. 헤이워드는 자신이 평소에 신임하던 인디언 연락병 마구아에게 길 안내를 맡기는데 앨리스는 그의 차갑고 사악한 인상에 선뜻 따라나가길 꺼려한다. 더구나 상황의 위험성을 들어 그 연락병은 평소에 군대들이 이동하던 길이 아닌 숲길을 고집한다. 헤이워드가 안심을 시킨 데다 흑인(크레올) 피가 섞인 이복언니 코라로부터 “우리와 행동거지가 다르고 피부색이 검다고 사람을 못 믿어서야 되겠니.”라는 핀잔도 듣자 앨리스는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마구아의 안내를 따라 일찌감치 길을 나선 일행은 얼마 못 가 자칭 ‘음유시인’이라 부르는 코네티컷 출신의 떠돌이 데이비드 개멋을 만나 엘리스의 권유로 동행하게 된다.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는 폼이 제법인지라 일행은 제법 흥도 나는데, 그 바람에 오후가 한참 지났는데도 자신들이 길을 잃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한창 인디언 조상들의 내력과 숲 속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내티 범포와 칭가치국은 때마침 합류한 웅카스와 함께 개멋의 노래소리를 듣고 그들 일행을 멈추게 한다. 이들을 대면하고서야 개멋 일행은 자신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내티는 즉각 이들이 같은 길을 줄곧 반복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챈다.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헤이워드는 칭가치국과 웅카스를 제지하고 자신이 직접 마구아를 생포하려고 접근하나 위험을 감지한 마구아는 웅카스에게 입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내티의 예감과 숲 생활의 경험에 감탄한 헤이워드는 자신과 두 딸들의 안내를 그에게 부탁한다.
도망친 마구아가 필시 자신이 이끄는 이러쿼이족들과 반격할 것임을 아는 내티와 인디언 동료들은 헤이워드 일행이 타고 온 말들을 버려서 추적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마구아 무리의 추적을 따돌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지만 문제는 험한 산길을 걷는 데 익숙치 않은 두 딸들로 인해 진척은 훨씬 느려지는 결과였다. 그래서 숨겨놓은 카누를 이용해 강을 따라가는 길을 택한 끝에 도착한 곳이 글렌스 폭포. 이미 날이 저물어 일행은 폭포 물살 뒤의 동굴에서 밤을 새기로 한다. 마구아의 계략으로 인해 여행의 일정이 결국 하루를 넘기게 되었지만 포로가 되는 일은 피한 셈이다.
운명의 잦은 반전
내티 일행이 숨은 폭포 뒤의 동굴은 신이 만들어 준 천연의 요새와도 같아 내티의 말을 빌자면 ‘추적자들이 발딛고 들어오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양쪽의 바위가 푸석푸석해서’ 숨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그들은 곧 마구아가 이끄는 이러쿼이족(영국식으로 부르면 휴런족)이 근처까지 추적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자기 폭포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무슨 소리죠?” 잠시동안 얼어붙는 듯한 긴장에 잠겼던 앨리스가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지?” 헤이워드가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호크아이나 인디언들 어느 누구도 대꾸가 없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 스스로도 놀랐다는 표정으로 그 소리가 반복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이윽고 그들이 델라웨어족의 언어로 심각하게 말을 주고 받는가 싶더니 이내 웅카스가 안쪽의 가장 깊숙한 틈을 통해 조심스레 동굴을 나갔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내티 일행이 동굴을 빠져 나와 피신하기도 전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총솜씨에서 앞선 내티 일행은 성공적으로 막아내지만 하필 여분의 탄약을 카누에 놓고 오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된다. 이러쿼이족이 이 사실을 알고 카누를 가로챈 것이다. 가망이 없어진 일행은 내티와 인디언 동료들이 구원을 청하러 가기로 하고 헤이워드와 두 딸들은 남아서 기다리기로 한다. 내티와 인디언들은 만약 헤이워드 일행이 포로가 되어 잡힌다면 기회를 보아 반격을 할 생각이었다.
마구아의 손에 포로로 잡힌 헤이워드 일행은 이러쿼이족의 마을로 이동하는데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두 딸들을 말에 태우는 등 매우 정중하게 대하는 이들의 태도에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바로 헤이워드였다. 승리했을 때 인디언 부족들이 보여 주곤 하던 제멋대로의 태도와는 달리 그들은 두려움에 떠는 자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화려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야만스런 욕구에 찬 눈빛을 번득이며 부족의 여러 다른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군복의 중후한 장식품들을 만지작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이 본래의 포악함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라도 하듯 앞서 말한 출중한 용사의 명령이 무게 실린 목소리로 술렁거리는 무리를 잠재웠고, 헤이워드에게 그들이 별도의 계기를 위해 따로 남겨진 대상임을 확신시켜 주었다.
그들은 마구아에 의해 오히려 포트 헨리에 가까운 방향으로 끌려가는데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코라는 이러쿼이족들의 감시의 눈을 피해가면서 군데군데 나뭇가지를 꺾어 내티 일행에게 자신들이 끌려가는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의도를 눈치채고 동일한 흔적을 반대쪽에도 만들어 놓음으로써 이는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이들이 보상을 받고 자신들을 프랑스군에게 넘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 헤이워드는 마구아를 설득하여 탈출을 시도하지만 마구아가 그 대가로 독립적이고 용감한 ‘검은머리 딸’ 코라를 원함으로써 상황은 매우 난처한 지경이 된다. 코라와 엘리스가 이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자 분에 못이긴 마구아는 종전까지의 정중한 태도를 바꿔 일행을 묶는 등 포악함을 드러낸다. 마구아는 인디언의 아내가 됨으로써 일행을 위해서 희생할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던 코라보다도 처음부터 자신을 백안시했던 앨리스를 잡고서 인디언들의 도끼식 무기인 토마호크를 휘둘러댄다.
폭포를 낀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 탈출했던 내티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마구아가 앨리스를 놓고 위협하는 순간에 극적으로 기습을 한다. 뜻밖의 공격에 이러쿼이족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타격을 입어 후퇴하고 만다. 헤이워드 일행, 특히 두 딸과 개멋은 이를 신의 섭리의 결과로 기뻐하면서 찬송을 부르며 목적지인 포트 헨리로 향한다.
다가오는 운명의 얄궂은 손
일행은 포트 헨리로 이동하는 도중에 칭가치국이 추장으로 있던 모히칸족들과 그들과 원수지간이었던 모호크족들의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참호용 외딴 오두막에 이르게 된다. 칭가치국은 그때의 전투의 상흔이 깊게 배인 둔덕들 앞에서 회한에 잠기는데 이것은 마치 이들에게 앞으로 닥칠 위험을 암시하는 복선처럼 부각된다. 상념에 젖은 내티와 칭가치국이 영국인들의 인디언 정책에 대해 비판하자 헤이워드는 분란을 우려해 황급히 논의를 가로막는다.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선 일행은 이번에는 포트 헨리 근처에서 몬트캄 휘하의 프랑스군 파수병들로부터 제지를 당한다. 그들은 마침 포트 헨리를 함락시키려는 계획 아래 포위 중인 상태였다. 궁여지책으로 헤이워드가 그들에게 프랑스어로 말하자 그들은 일행을 통과시켜 준다. 일행은 포트 헨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마음 한편에 임박한 프랑스군의 총공세에 대한 우려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포위망을 뚫고 요새로 가는데 우연하게도 요새를 둘러싼 조지 호수에서 자욱한 안개가 솟아오른 덕분에 일행은 내티의 인도로 무사히 포트 헨리에 도착한다. 포트 에드워드를 떠난 지 꼬박 이틀 만이었다.
도망친 마구아를 대신하여 이번에는 내티가 연락병의 임무를 맡게 되는데 먼로 대령이 포트 에드워드의 웹 장군에게 보내는 긴박한 구원 요청을 담은 서신에 이곳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다. 프랑스군의 포위망은 며칠째 계속 지속되고 있으나 당분간은 이렇다할 변화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포트 에드워드에서 웹 장군의 답신을 받아오던 길에 내티는 그만 그 편지를 프랑스군에 빼앗기고 만다. 몬트캄이 뜯어 본 그 편지에는 구원 병력을 보내지 못한다는 웹 사령관의 답변이 들어 있었다. 몬트캄은 먼로 대령을 협상의 자리로 불러 정중하게 자신들이 노획한 웹 사령관의 친필 서신을 보여주며 명예로운 항복을 권한다.
“요새를 지키는 일이 이제는 불가능합니다.” 점잖은 적수가 지적했다. “요새를 파괴하는 것이 우리 사령관님의 목표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허나 당신들이나 당신들의 용맹스런 동지들은 항복한다고 해서 잃어버릴 아무런 특권도 없지 않소.” “우리의 군기가 있잖소?” 헤이워드가 응수했다. “영국에 가져가서 당신네 왕께나 보여드리시오.” “우리 무기는!” “보유하시오. 당신들이 제일 잘 다룰 테니!” “행군은? 점령지 항복인가?” “귀측에 가장 명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지요.” 먼로 대령은 헤이워드의 협상 결과를 듣고는 결국 무조건 항복에 동의하고, 자신들이 점령한 포트 헨리를 프랑스군에 넘겨주기로 약속한다. 신사협정이니 만큼 적지 않은 희생을 줄일 수 있고, 영국군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프랑스군과 연합하여 영국군과 대치하고 있는 이러쿼이족들이 어떤 행동을, 혹은 어떤 보상을 요구하느냐 하는 것이다.
배반과 죽음의 그림자
후퇴를 결의한 영국군은 프랑스군과의 합의 아래 포트 에드워드로 향한다. 내티와 에드워드 일행도 여기에 동행하게 된다. 본대의 대열이 들판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을 즈음 적막 속에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 휩싸인다. 아니나다를까, 영국군의 퇴각을 지켜보던 프랑스군 진영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생기더니 이내 마구아를 선두로 한 이러쿼이족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때 이러쿼이족 인디언이 다짜고짜로 아이를 강보에 싼 여인네를 덮쳐 강제로 아이를 빼앗아서는 땅바닥에 팽개친다. 먼로의 두 딸들을 비롯한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귀를 찌르고, 이를 신호로 이러쿼이 족들이 기습을 감행한다. 순식간에 대열은 흐트러지고 아수라장이 된다. 이러쿼이족들은 마구아의 인도아래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하는데, 인디언의 토마호크와 소총 소리가 적군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간다. 명예로운 퇴각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은 이들의 살육행위를 먼 발치에서 방관하고 있다.
마구아는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내티와 헤이워드 등이 싸우고 있는 틈을 이용해 개멋과 같이 있던 앨리스를 낚아채서 포로로 잡는 데 성공한다. 코라는 끌려가는 앨리스를 구하러 따라 나서고, 개멋도 코라의 뒤를 쫓아간다. 엘리스를 따라 가던 이들은 언덕 위에서 이 잔인한 살육이 자행되고 있는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는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들의 운명은 다시 한번 마구아의 손에 달리게 된 것이다.
잔인한 살육과 죽음만을 남기고 영국군은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망가진다. 먼로 대령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자신 휘하의 부대를 거의 잃어버린 상태인데다 두 딸들의 생사도 모르는 딱한 지경이다. 그는 헤이워드와 내티 일행에 합류하여 잡혀간 딸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도중에 딸들이 잡혀간 발자국 흔적을 발견하는데 그것을 따라 추적한 결과 코라가 쓰고 있던 베일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찾아낸다. 헤이워드는 줄곧 앨리스의 신변에 유독 신경을 쓰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항복이 있기 전날, 그는 먼로 대령으로부터 앨리스에게 구애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둔 터였기 때문이다. 먼로 대령은 헤이워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코라가 아니라 엘리스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적잖이 실망을 하지만 헤이워드가 코라에 끌리지 않는 이유가 단지 그녀에게 검은 피가 흐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결국은 허락을 한 것이다.
포로로 잡힌 이들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마구아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딘 숲길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호수를 통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득하여 내티는 일행을 숨겨둔 카누에 싣고 조지 호수의 북쪽 상류로 방향을 잡는다. 십중팔구 마구아는 자신들의 부족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데려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노를 저어 가던 일행은 호숫가에 숨어 자신들을 기습한 이러쿼이족들에 의해 하마터면 꼼짝없이 잡히는 신세를 당할 뻔하기도 한다. 노출된 이상 이제부터는 다시 숲길을 이용해서 추적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천신만고 끝에 앞서가던 웅카스가 마구아 일행이 지나간 자취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 가까운 거리까지 따라왔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러쿼이족들의 본거지를 향해 나아가던 내티 일행은 뜻밖에 데이비드 개멋을 만나는데 그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뜻 모를 이야기와 노래를 부르며 숲을 지나던 참이었다. 이러한 괴상한 행동거지로 인해 그는 이러쿼이족들의 관심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가 전한 소식에 따르자면 앨리스는 그들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 확실했고, 반면 코라는 이러쿼이족들과 이웃한 델라웨어족들에게 맡겨져 있는 듯했다. 사악한 인디언들의 손에 놓인 앨리스와 자신의 운명이 델라웨어족 추장의 결정에 달린 코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비극을 넘어서
헤이워드에게는 우선 이러쿼이족들의 손에 잡혀 있는 앨리스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는 주위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도 구하겠다는 심정으로 용감히 앨리스를 찾아나선다. 포트 헨리로 행하던 중에 만난 프랑스군들을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으로 무사히 지나쳤던 경험이 있는 헤이워드는 이번에는 프랑스 의사로 행세하여 이러쿼이족의 영내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공교롭게도 그 때 웅카스가 포로로 잡혀 들어오자 잠시 난감해하지만 부족의 여성을 돌보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헤이워드는 이 일을 이용해 앨리스가 다른 환자들과 함께 갇혀있는 동굴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앨리스를 여기서 성공적으로 탈출시킬 궁리를 하던 끝에 헤이워드는 엘리스를 환자로 위장시켜 담요에 싼 채 숲으로 치료차 나가는 것처럼 속여서 무사히 빠져나오는데 성공한다.
돌아온 헤이워드로부터 웅카스가 이러쿼이족들에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안 내티는 칭가치국과 데이비드 개멋을 데리고 그를 구출하러 나선다. 내티 역시 정면으로 그들을 상대하기는 벅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통 인디언 약제사가 입는 곰가죽을 뒤집어쓰고, 개멋과 함께 웅카스가 잡혀 있는 곳에 들어간다. 내티는 여기서 웅카스에게 곰가죽을 입히고 자신은 개멋의 차림으로 위장한 뒤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개멋을 웅카스 대신 남겨두고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만약에 이러쿼이족들이 웅카스가 아닌 개멋을 발견하더라도 그들이 개멋을 정신이상자로 생각하는 한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웅카스와 내티는 탈출하여 델라웨어족의 거주지로 향하는데 델라웨어족은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 및 이러쿼이족과 모히칸족 간의 분쟁에서 대체로 중립을 지켜왔던 인디언들이었다.
포로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마구아 일행은 그들이 분명히 코라가 억류되어 있는 델라웨어족의 영지에 있으리라 믿고 그 다음 날 방문한다. 델라웨어족의 노추장 타메눈드와 하드하트 앞에서 마구아는 코라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결국은 그들로부터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판단을 받게 된다. 내티 일행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코라가 마구아의 전리품에 해당하는 관계로 정당한 소유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마구아는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인디언의 관습에 따라 코라를 자신의 아내로 삼은 채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오직 코라에게 본능적으로 끌렸던 웅카스만이 마구아에게 대결할 생각을 표명한다. 그런 와중에 마구아에게 끌려가던 코라는 단호하게 그의 아내가 될 수 없음을 밝힌다.
“죽이려면 맘대로 해라, 이 혐오스런 휴런족아. 나는 더 이상 가지 않으련다.” “여인아, 택하라. 휘그웜(인디언 여자)이 되든지 르 써틸(마구아의 호칭)의 칼을 받든지!” 추적한 웅카스와 마구아가 코라를 놓고 벌이는 처절한 싸움에서 코라와 함께 벼랑 끝으로 몰렸던 마구아는 칼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 웅카스를 죽이는데, 마구아 역시 내티가 쏜 총에 맞아 죽고 만다. 그 와중에서 코라는 저항하던 이러쿼이족 인디언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살아남은 일행과 델라웨어족 인디언들이 애도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웅카스와 코라는 숲 속에 마련된 무덤에 나란히 안치되어 영혼을 통한 불멸의 결합을 하게 된다. 한편 헤이워드와 앨리스는 먼로 대령의 인도하에 무사히 영국군 진영으로 돌아가 장래를 약속받는다. 이제 유일한 혈육마저 잃은 칭가치국을 위로하며 내티는 또다시 더욱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이들이 벌인 비극을 지켜본 정통성과 위엄을 간직한 추장 타메눈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창백한 얼굴들(백인들)이 세상의 주인이니 붉은 인디언의 시간은 아직 다시 오지 않았다. 내 삶은 너무 길었나니. 아침에 우나미스(칭가치국)의 아들들이 행복하고 강건함을 보았는데, 밤이 채 오기도 전에 지혜로운 모히칸족의 마지막 용사가 죽는 것까지 보게 될 줄이야!”
프론티어와 미국 소설의 태동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는 뉴저지 주의 벌링턴에서 출생했다. 이듬해 판사인 아버지 윌리엄을 따라 나중에 그의 소설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뉴욕 주 오세고 지역으로 이주한다. 지방 토호이자 연방의회 의원을 지낸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 아래 어린 시절을 보낸 쿠퍼는 13세에 예일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그의 자유분방한 기질과 맞지 않아 중퇴한 후 선원 생활과 해군복무를 거쳐 20세 때 고향에 돌아와 결혼과 함께 아버지의 대를 이어 토착지주로 정착한다. 그가 소설가로 입문한 것은 그의 나이 31살 때인 1820년이다. 유명한 일화에 따르면 아내가 당대에 유행하던 영국의 소위 사회소설들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평소에 글재주를 뽐내던 쿠퍼에게 써 보라고 권한 것이 제인 오스틴을 모방한 첫 소설 『신중』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첫 소설에서 실패를 맛본 후 미국 혁명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문화적 차이를 극화한 『첩자』가 대단한 주목을 끌면서 쿠퍼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그가 ‘미국의 월터 스콧’이라는 칭호를 얻는 결정적인 계기는 1823년에 나온 역사 로망스『개척자들』을 시작으로 18년에 걸쳐 모두 다섯 권으로 된 이른바 『가죽각반 이야기들』의 성공이었다. 이 연작에서 쿠퍼는 프론티어로 불리던 건국 초기 미국의 변방지역을 배경으로 인디언들과 백인문명이 만나 벌어지는 문화적·인종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영국 하층계급 출신으로 식민지에 건너와 백인문명을 거부한 채 인디언들과 교류하면서 변방의 사냥꾼이 된 주인공 내티 범포(Natty Bumppo)와 몰락한 인디언 부족의 후예 칭가치국(Chingachgook)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백인문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문명의 전진이 변방의 삶에 초래하는 파괴의 징후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히칸족의 최후』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북아메리카의 식민지를 두고 영국과 프랑스 세력이 충돌했던 프렌치-인디언 전쟁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1827년에 『대평원』이 나온 후 약 7년에 걸친 작가의 유럽 체류와 소설 이외의 문필활동으로 일시 중단되었던 이 연작은 1840년과 1841년에 각각 『길잡이』와 『사슴 사냥꾼』이 나옴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이 연작에서 특히 흥미를 끄는 점은 『모히칸족의 최후』를 제외하면 나중에 나온 작품일수록 주인공은 더 젊은 시절의 청년으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평원』에서 장렬하고 숭엄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젊은 청년으로 환생하는 듯한 효과를 줌으로써 주인공의 이야기는 일종의 신화적인 의미를 얻게 된다(내티 범포의 일생에 따르자면 연작은 『사슴 사냥꾼』, 『모히칸족의 최후』, 『길잡이』, 『개척자』, 『대평원』의 순서이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7년간의 유럽 체류에서 돌아온 소설가 쿠퍼의 관심은 인디언들과 백인문명 간의 갈등에서 나아가 미국의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와 비판으로 넓어진다. 미국 사회에 대한 쿠퍼의 관심은 그가 유럽에 있는 동안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문화 일반 - 봉건주의 문화의 폐해 - 에 대해 스콧식의 역사 로망스와 기행문 등을 통해 비판했던 것과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그가 고답적이고 보수적인 유럽 문화에 대한 미국의 문화적 우월성만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동시대의 소설가인 나사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나 헨리 제임스(Henry James) 등이 관심을 가지고 다루게 될 소위 대서양 양편의 ‘문화적 차이’에 더욱 비중이 두어졌다. 다시 말해 유럽, 특히 영국과 미국 문화의 장단점들을 해당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비교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미국에 돌아온 후에 씌어진 소설들은 이전의 역사 로망스라는 장르의 틀을 벗어나 ‘사회소설’의 경향을 보여주며, 미국 민주주의의 상대적 우월성보다는 오히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교묘하게 결합된 미국 민주주의의 이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비판적 입장으로 인해 그는 유럽에서와는 달리 미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반대자로 인식되어 이전의 명성을 한순간에 상실하고 만다.
1834년에 출판된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과 1838년에 나온 2부작 『고향을 향하여』와 『다시 찾은 고향』에서 쿠퍼는 미국 문화의 평등주의에 내포된 획일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고, 『미국의 민주주의자』라는 글에서는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집권기의 소위 잭슨식 민주주의가 저버린 미국 혁명기 이상들을 옹호하는 한편, 이러한 획일적 민주주의에 맞서 귀족적 가치 - 제퍼슨이 주장했던 농본주의를 연상시키는 - 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쿠퍼의 관점은 당대에 미국의 민주주의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한 『미국의 민주주의』를 펴낸 프랑스의 역사가 토크빌의 지적들과 상통하는 바가 많다.
터의 정신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쿠퍼의 소설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땅의 소유권(right of possession)’ 문제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자신이 토착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부친이 남긴 방대한 토지를 둘러싼 소송에 연루된 개인적인 사연도 있거니와, 쿠퍼가 보기에는 미국의 광대한 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실은 미국 문명의 정당성 여부를 사유하는 척도가 된다. 『가죽각반 이야기』에서 인디언과 백인문명의 충돌을 그리는 경우에나 『고향을 향하여』와 『다시 찾은 고향』에서 에핑엄(Effingham) 일가를 둘러싼 영국과 미국의 - 백인문명 내부의 - 신대륙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다루는 데서 이 점이 특히 부각된다. 이는 쿠퍼가 자신의 소설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인디언을 비롯해 자연에 몸담고 사는 인물들을 긍정적으로 그려내거나, 문명의 전진으로 인해 훼손되고 파괴되어 가는 미국의 땅과 자연환경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데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 소설에 나타난 쿠퍼의 미국 문명에 대한 입장은 그것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되 그 문명의 근원적인 파괴성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쪽에 가까운데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물들이 ‘소유권’의 논리 앞에 굴복하는 현상과 ‘소유권’ 자체의 근원적 문제성 - 도덕적이고 법적인 정당성 - 이 신대륙 백인문명의 탄생과정에 얽힌 태생적 한계임이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인디언들에 대한 쿠퍼의 묘사가 백인문명의 우월성을 전제하고 그들의 비극적인 몰락을 증언하는 입장과 다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문명 대 야만, 혹은 자연이라는 백인문명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문명 대 문명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인디언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소위 양키(Yankee)로 일컬어지는 뉴잉글랜드의 청교도적 가치를 구현하는 중산계급적 인물들에 대해 그가 매우 비판적일 뿐만 아니라 인디언들 중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이 주로 그러한 백인들의 가치에 오염되어 악화된 결과로 형상화되는 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미국의 터의 정신을 구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쿠퍼는 이에 대해 선뜻 인디언이라고 못박기를 주저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쿠퍼는 그것이 두 문명의 충돌인 이상 ‘소유권’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퍼가 생각하는 새로운 관계의 단초가 어느 문명에도 속하지 않은, 두 문명의 변방을 떠도는 주변인들 - 내티 범포와 칭가치국 - 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이렇게 ‘터의 정신’에 투철한 인물들이 만들어 낼 쿠퍼의 새로운 문명에 대한 이상이야말로 아름답게만 그려낸 한갓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모히칸족의 최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 지음, 글쓴이강우성님 >
▣ 저 자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1789∼1851)
▣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모히칸족의 최후』는 줄거리의 내용만 보면 상당한 모험과 사건들이 얽혀서 진행되는 자못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독서체험은 매우 지루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것이지만 쿠퍼의 문체는 구어의 생동감이 전혀 없고, 인물 간의 대화도 매우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을 준다. 더구나 현대 독자라면 작가가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 나서서 장광설을 해대는 것이 영 흥미를 반감시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전형적인 이야기꾼 마크 트웨인은 유명한 「페니모어 쿠퍼의 문학적 오류들」이라는 글에서 쿠퍼 소설에 ‘문학적’ 흥미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히칸족의 최후』는 이러한 결함들을 상쇄하는 중요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고 있으며, 이는 종종 현대 독자들이 “감상적이다.”라거나 혹은 “개연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쉽사리 무시해 버리는 문제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인디언과 백인의 관계만 하더라도 쿠퍼는 미국의 초기 역사에 대해 일정한 판단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야 어찌되었건 이를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의 초기 역사를 문명 대 야만으로 보는 것과, 두 문명 간의 충돌로 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백인문명이 자연과 그 자연에 몸담고 사는 인간들에게 어떻게 폐해를 끼치는지가 분명해지며, 그것이 인디언들만의 종말이 아니라 자연 자체의 심각한 훼손임을 쿠퍼는 남달리 강조한다. 오늘날의 환경론적 관점에서 보아도 시사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둘째로 백인들이 신대륙에 가지고 온 유럽의 문명이 인디언들의 문명에 비해 강력한 힘을 지닌 동시에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면서도 인디언들의 비극이 백인이 이룩한 문명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식의 낯익은 이분법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 관점을 넓혀 보면 문명의 충돌이라는 문제는 현대의 미국을 비롯한 유럽 문명이 가져온 ‘인종’적 편견의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가령 내티 범포와 칭가치국이 서로의 인종적·문화적 차이를 가슴 깊이 존중하면서 숲에서 맺는 관계는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단순한 인종적 편견이나 문화적 상대주의의 태도와도 달리 평가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독법은 『모히칸족의 최후』를 이 작품이 포함된 전체 연작 『가죽각반 이야기들』과 관련해서 읽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로운데 하나는 내티와 칭가치국의 젊은 시절부터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일련의 모험과 관계의 발전과정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를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둘의 편력을 둘러싼 배경이 되는 초기 미국 성립기의 역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책을 읽는 데에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이 연작의 작품들이 출판된 순서대로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과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다. 특히 전자의 방식을 따를 때 우리는 작가 쿠퍼가 왜 뒤의 작품으로 갈수록 주인공 내티를 더욱 젊고 순수한 인물로 일종의 ‘신화화’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취지에서 『가죽각반 이야기들』 다섯 작품을 출판 순서와 시간적 배경의 순서로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순서 내티의 나이와 시간 배경
『개척자들』(1823) 『사슴사냥꾼』 20대 초반 / 1740-45년
『모히칸족의 최후』(1826) 『모히칸족의 최후』 30대 초반 / 1757년
『대평원』(1827) 『길잡이』 40대 / 1760년
『길잡이』(1840) 『개척자들』 70대 / 1793년
『사슴사냥꾼』(1841) 『대평원』 80대(죽음) / 1804년
▣ 생애와작품
1786 아버지 윌리엄 쿠퍼가 뉴욕 주 오쎄고 부근에 이주하여 이후 가문의 근거가 될 쿠퍼스타운을 세우다.
1789 9월 15일 뉴저지 주의 벌링턴에서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 출생하다.
1790 가족이 모두 쿠퍼스타운으로 이주하다.
1803 어린 나이에 예일대학에 입학하다.
1805 품행불량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하다.
1806-7 스털링호에 승선하여 선원으로 2년간 영국과 스페인 등지를 항해하다.
1808 미국 해군학교의 사관생도 자격을 얻어 온타리오 호수의 포트 오쎄고와 뉴욕 시에서 복무하다가 곧 제대한다. 이 3년간의 경험들이 해양소설들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1809 아버지 윌리엄 쿠퍼 사망
1811 드랜시 가문의 수잔과 결혼하여 쿠퍼스타운에 정착하다. 이후 약 9년간 이곳에 머물 며 토착지주 겸 농부의 생활을 하며 습작을 하다.
1820 웨체스터 카운티의 서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활동도 왕성해진다.
첫 소설 『신중』을 출판하다.
1820 미국독립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 『첩자』 출판
1822 뉴욕 시로 이주하여 전업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다.
1823 미국 개척기의 변방지역을 무대로 한『개척자들』을 출간하다.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는 중요한 계기가 되다.
1824 첫 항해소설『항해사』출간
1825 소설 『라이오넬 링컨』 출간
1826 『개척자들』의 속편 격인『모히칸족의 최후』출간
이 소설의 출간 이후 유럽으로 이주하여 그 후 7년간 체류한다. 이 기간 동안에 주로 파리에 거주하면서 영국,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당대 유럽의 문호들과 교류하다.
1827 소설 『대평원』과 『붉은 유랑자』출간
1828 수상록 『미국인의 생각』간행
1831 소설 『브라보』간행
1833 미국에 돌아와 뉴욕 시에 정착하나 이 때부터 미국의 대중문화와 저널리즘, 독서 대중, 그리고 휘그식 정치 체제에 대한 환멸이 깊어진다. 소설 쓰기를 중단한다.
1834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출간
1836 쿠퍼스타운으로 귀향하여 5권 분량의 유럽 여행기를 3년에 걸쳐 집필한다.
1838 토지 소유권 분쟁을 소재로 한 2부작『고향을 향하여』와 『다시 찾은 고향』을
간행하다.
중산계급을 기반으로 한 휘그식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논설 『미국의 민주주주의자』를 출간하고 고향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 『쿠퍼스타운 연대기』도 발간한다.
1839 『미합중국 해군사』출간
1840 소설 집필을 재개하다. 『가죽각반 이야기들』의 4번째 소설 『길잡이』출간
1841 『사슴사냥꾼』을 출간하여 미국 역사 성립기의 백인과 인디언의 관계를 다룬 『가죽각반 이야기들』을 완성하다.
1844 ‘반소작세’ 논쟁에서 지주 측을 옹호하고, 멕시코와의 전쟁에 나선 포크 대통령을 지지하여 당대의 지식인들로부터 보수주의자로 비판을 받는다. 소설 『항해하며 정박하며』출간
1845-6 ‘리틀페이지 삼부작’ 『사탄스토우』,『멍에진 자』, 『붉은 피부』를 출간하다.
1850 노예제를 존속시킨 ‘미주리 타협’을 지지하다. 마지막 소설 『시간의 길』을 출간하다.
1851 9월 14일 쿠퍼스타운에서 사망하다. 미완성작으로 『맨해턴의 마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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