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조셉 앤드류스(Joseph Andrews)

[중산] 2011. 12. 16. 17:48

 

 

부비(미스터 B) 가의 하녀로 주인 도련님과 결혼해 귀부인이 된 파멜라의 오빠 조셉 앤드류스는 부비의 삼촌 토마스 부비 집안의 하인이다. 건장한 스물한 살의 청년으로 성장한 조셉에게 시련이 닥친다. 조셉을 보는 주인 마님 레이디 부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조셉은 레이디 부비를 따라 런던에 올라간다. 갑자기 토마스 부비가 죽고 과부가 된 레이디 부비는 노골적으로 조셉을 유혹하지만 조셉은 하인에게도 지킬 순결이 있다며 거절한다. 그 길로 레이디 부비에게 해고당한 조셉은 사랑하는 패니가 있는 고향으로 떠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셉은 강도를 만나는 등 온갖 고생을 겪는다. 런던으로 상경하던 애덤스 목사와 조셉을 찾아 역시 런던으로 향하던 패니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고향에 도착한다.

 

그런데 레이디 부비도 교구에 돌아온다. 그녀는 어떻게든 조셉과 패니의 결혼을 훼방놓으려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요약)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조셉 앤드류스 파멜라의 오빠. 레이디 부비의 하인. 잘 생긴 외모에 건장한 체

격, 거기다 노래까지 잘해서 주인 마님을 포함해 어떤 여자든 그

를 한 번 보면 반하고 마는 것이 그 의 본의 아닌 골칫거리다.

에이브러햄 애덤스 교구 목사. ‘자선을 기독교인의 최고의 덕목으로 믿는 그는 세 상물정에는 갓난 아기 만큼 어두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

다. 조셉과 고락을 같이 한다.

패니 굳윌 비 가의 하녀로 가난하지만 착하고 아름답고 건강한 아가씨. 조셉 을 사랑한다.

레이디 부비 교구민들은 돌보지 않고 일년 내내 런던에서 향락을 즐기는 귀부인. 남편이 죽자 젊은 하인 조셉을 노골적으로 유혹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슬립슬롭 레이디 부비의 시중을 드는 아줌마. 레이디 부비 못지않게 조셉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늘 조금씩 틀린다.

윌슨 신사 가문의 자제로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부인을 만나 시골에 정착해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다이대퍼 멋부리기에만 관심이 있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젊은 귀족. 패니에게 추근대다 조셉과 슬립슬롭에게 각각 봉변을 당한다.

 

 

 

 

조셉, 유혹을 뿌리치다

 

곤봉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상을 둔 앤드류스 부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조셉은, 오로지 순결의 미덕을 지켜 하녀의 신분이지만 주인 도련님과 결혼해 세간에 유명해진 파멜라의 오빠다. 열 살 때 토머스 부비 집안에 도제로 들어간 조셉은 새 쫓는 일과 사냥개 모는 일을 거쳐 마굿간에서 일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남달리 기운 세고 날렵해진 그는 하도 말을 잘 타서 경마 때가 되면 모두가 탐내는 기수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경기에 져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유혹도 받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 일로 조셉을 기특하게 여긴 주인 마님 레이디 부비는 그를 마부 겸 시종으로 삼는다.

 

 

한편, 부비 가의 식솔 중 교구 목사 에이브러햄 애덤스는 더없이 선량하고 학식도 풍부하지만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워 재주만큼 출세도 못하고 교구 목사의 박봉으로 부인과 여섯 명의 자식들을 겨우 먹여 살리는 무골선인이다. 때때로 레이디 부비의 가정부 격인 슬립슬롭 덕에 부엌에서 술 몇 잔 얻어먹는 게 낙이다. 슬립슬롭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비록 레이디 부비의 시중을 들 망정 원래 목사의 딸인 자신은 보통 하녀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자부심에 애덤스 목사와 신학적 문제를 놓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늘 길고 어려운 단어만 골라 쓰지만 항상 조금씩 틀려서 제아무리 애덤스 목사라도 그녀가 하는 말은 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중년 아줌마다운 연륜과 직감으로 레이디 부비가 조셉에게 딴 마음을 먹고 있음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건 슬립슬롭이다.

 

레이디 부비를 따라 생전 처음 런던에 올라간 순진한 조셉은 처음 보는 구경거리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런던의 사교계 부인들이 레이디 부비가 조셉을 너무 가까이하는 게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고 있을 무렵, 갑자기 토머스 부비가 죽고 레이디 부비는 과부가 된다. 남들 앞에선 슬픈 척하면서 실은 친구들과 카드놀이로 6일을 보낸 레이디 부비는 7일째 되는 날 조셉을 내실로 불러들인다. 일단 1차 시도는 무산되고, 레이디 부비의 방에서 간신히 빠져나오는 조셉을, 이번에는 슬립슬롭이 마치 커다란 암호랑이가 먹잇감을 덮치듯이 덮치려 든다. 이때 그녀를 찾는 레이디 부비의 벨소리에 슬립슬롭은 아쉽게도 조셉을 포기하고 마님의 방으로 간다. 조셉을 마음에 둔 두 여자들간에 속마음을 감춘 대화가 오가고, 사랑한다면 신분 따위가 대수냐는 슬립슬롭의 말에 레이디 부비는 다시 조셉을 불러들여 은근히 묻는다. 조셉아, 내가 키스를 허락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키스로 만족하겠느냐, 아니면 그 이상을 원하겠느냐? 마님,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행여 일어난다 해도 저는 제 순결을......

 

 

조셉의 입에서 순결이란 두 글자가 떨어지자마자 레이디 부비는 하도 기가 차서 동상처럼 굳어버린다. 2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뭐시라, 순결? 이 뻔뻔한 놈, 네 상전이 너 같은 놈 때문에 체면을 내던진 마당에 네 놈이 순결을 들먹인단 말이냐? 마님께 순결이 대단치 않다고 저도 그러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요? 제가 남자라서, 아니면 제가 가난한 종놈이라고 해서 제 순결을 마님 마음대로 하신단 말입니까? (이 부분은 리차드슨의 파멜라에서 파멜라가 주인 도련님에게 항변하는 대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레이디 부비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치를 떨며 그 길로 조셉을 내쫓는다. 그날 밤 조셉은 사랑하는 패니가 있는 고향으로 길을 떠난다. 그러나 곧 강도를 만나 죽도록 얻어맞고 돈과 옷가지까지 몽땅 뺏기고 만다. 알몸으로 길가에 의식을 잃고 버려져 있던 조셉을 지나가던 역마차 승객들이 발견한다. 그들은 강도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니 그냥 빨리 가자느니, 벌거벗은 남자와 한 마차를 타고 갈 수 없다느니 하면서 조셉을 그냥 버려두고 가려 한다. 이때 마부가 나서서 조셉을 태워주고, 마차는 어떤 여관에 닿는다.

 

여관 주인 타우와우즈 부부의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조셉은 하녀 베티의 친절한 대접을 받는다(사실 베티는 그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것이 나중에 엉뚱한 문제를 일으킨다). 한편, 조셉을 진찰하러 온 동네 의사보다도 의학 상식이 풍부한 한 낯선 손님이 의사와 논쟁을 벌이고 있던 차에 강도들 중 한 명이 붙잡혀 오고 그로부터 조셉은 잃었던 돈과 옷가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아까의 그 낯선 손님은 다름아닌 애덤스 목사가 아닌가? 애덤스 목사는 자신이 쓴 아홉 권의 설교집을 출판하러 런던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사실을 안 동네 목사 바나바스는 애덤스 목사에게 한 출판업자를 소개하고, 세 사람 사이에 종교적 논쟁이 벌어진다. 여기서 애덤스 목사는 기독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심 자체보다 신앙의 실천, 즉 자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쟁은 밖에서 갑작스런 소란이 벌어져 중단되는데, 소란의 원인은 타우와우즈 부인이 남편과 하녀 베티가 한 침대에 있는 현장을 잡은 것. 조셉에게 거절당한 베티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그만 타우와우즈 씨와 일을 벌인 것이다. 조셉을 보는 여자들마다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그에게 반하니 앞으로 그는 어떻게 그 많은 유혹을 다 이겨낼 수 있을까?

 

 

 

패니를 만나다

조셉과 애덤스 목사가 각각 고향과 런던으로 다시 길을 떠나려는 찰나 애덤스 목사는 출판하려는 설교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한다. 그렇게 됐으니 애덤스 목사도 할 수 없이 조셉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사람은 둘인데 말은 한 마리밖에 없어서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먼저 걸어서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이 나중에 말을 타고 따라가기를 번갈아 하는 식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마음 착한 애덤스 목사는 조셉이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다며 극구 말을 타고 오라고 이르고 먼저 출발한다. 그러나 아차, 애덤스 목사가 깜박 잊고 말 여물값을 치르지 않아서 타우와우즈 부부는 조셉을 붙잡아두고 보내지 않는다. 애덤스 목사는 조셉이 뒤따라오기를 기다리러 어느 선술집에 들렀다가 나중에 온 손님들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그때 선술집에 역마차 한 대가 들어오는데 그 손님들 중에 뜻밖에도 슬립슬롭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녀는 우연히 첫번째 여관에서 조셉을 만나 밀린 셈을 치러주고 오는 길이다. (아직도 조셉을 좋아하는) 슬립슬롭 덕에 풀려난 조셉이 뒤늦게 당도하고, 이제 세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난다. 조셉은 말을 타고, 애덤스 목사는 슬립슬롭과 함께 마차를 타고서. 마차가 어느 저택 앞을 지날 때 한 승객이 저 곳에 불행한 레오노라가 살고 있답니다라며 애덤스와 슬립슬롭에게 레오노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사 집안의 규수인 레오노라는 호레이쇼와 악혼한 사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는 여섯 마리 말이 끄는 화려한 마차가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런 마차를 가진 사람과 사랑해봤으면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 마차의 주인을 무도회장에서 만난다. 최신유행의 화려한 프랑스제 옷으로 맵시를 낸 벨라마인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를 보는 순간, 레오노라의 마음은 더욱 더 흔들린다. 그가 다른 여자들을 다 제쳐두고 레오노라에게만 청해왔을 때 레오노라의 허영심은 극에 달한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함께 춤을 추고, 다음날 벨라마인은 사랑을 고백한다. 화려한 마차와 프랑스제 옷, 능숙한 언변과 매너에 완전히 넘어간 레오노라는 호레이쇼와 다투게 되고, 호레이쇼는 벨라마인에게 결투를 청한다. 그리고 결코 결투 체질은 아닌 맵시꾼 벨라마인은 호레이쇼에게 부상을 당한다. 이 소식을 들은 레오노라, 오 벨라마인, 이 모든 게 나 때문이에요. 호레이쇼 따윈 이제 상관없어. 난 당신 곁에 가겠어요라며 그에게 달려간다. 약혼자가 있는 몸으로서의 평판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고 두 사람은, 잠깐만, 레오노라의 이야기가 한창일 때 마차는 두 번째 여관에 도착한다. 조셉은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여관 주인의 아내가 조셉의 다친 다리에 약을 발라주었는데, 이를 안 여관 주인이 아내를 마구 욕한다.

 

아니, 어서 손님들 시중들어서 돈벌 생각은 안하고, 저런 놈 다리가 잘라져나가든 말든 뭐하는 짓이야? 듣다 못한 애덤스 목사가 끼여들어 옥신각신 끝에 남편에게 한방을 날린다. 이를 본 부인, 그런 무지막지한 남편도 남편이라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거나 집어들어 냅다 애덤스 목사에게 집어던진다. 오, 불행히도 그녀 손에 잡힌 것은 돼지 피가 가득 든 솥이었으니, 애덤스 목사가 그걸 뒤집어쓰고 머리에서부터 시뻘건 돼지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 그 자체. 이때 슬립슬롭이 등장한다. 피범벅이 된 애덤스 목사의 몰골을 본 그녀는, 웬만한 장정도 부럽지 않은 괴력으로 안주인을 마구 두들겨 팬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슬립슬롭 손에 온전하지 못했으리라. 이리하여 이 엄청난 남녀 이인일조 태그매치 대전은 애덤스와 슬립슬롭 조의 완승으로 끝나고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선다.

 

 

마차 안에서는 다시 레오노라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결국 그녀는 벨라마인의 정부로 함께 살게 된다. 벨라마인은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찾아가 지참금을 얼마나 주겠냐고 묻지만 레오노라의 아버지는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길로 그는 프랑스로 떠나버린다. 사실 그는 겉만 번지르르했지 가진 것 하나도 없이 여자의 지참금을 노린 건달이었던 것이다. 벨라마인에게 버림받고 망가진 평판 때문에 누구와도 결혼할 수 없게 된 레오노라는 그 이후 아까 지나온 바로 그 집에서 평생 혼자 쓸쓸히 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마차에 타지 않고 앞서서 걸어가던 애덤스 목사는 새사냥을 하는 어떤 남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있던 교구에서, 조카한테 압력을 가해 선거에 유리하도록 표를 던지게 하라는 영주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그만 교구 부목사직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이 시절에는 교구 내 성직자 임명권은 영주에게 있었다). 그 후 부비 영주의 교구에서 겨우 부목사가 됐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레이디 부비의 눈밖에 나서 평생 승진도 못하고 살고 있다. 사냥꾼은 애덤스 목사를 자기 집에서 묵고 가라고 초대하고, 그에게 애국심과 용기에 대해서 계속 열변을 토한다.

 

 

바로 그때, 살려달라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여태 용기에 대해 기염을 토하던 용감한 사나이는 재빨리 도망쳐버리지만, 애덤스 목사는 즉시 소리나는 곳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치한이 한 아가씨를 겁탈하려는 참이다. 애덤스 목사는 치한을 때려눕히고 아가씨를 구한다. 아가씨의 사연을 듣고 있는 사이 한떼의 젊은이들이 다가오고, 이때 마침 애덤스에게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치한이 깨어난다. 그는 오히려 그들에게 애덤스와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살인미수범을 신고해 보상금을 타겠다면서 애덤스와 아가씨를 끌고 간다.

 

이들에게 끌려가는 도중에 애덤스는 혼잣말로 한탄하다가 무심코 조셉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을 들은 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이 목소리는, 혹시 애덤스 목사님이셔요?라고 묻고 애덤스도 같이 놀란다. 눈앞에 있는 사람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숲길에서 애덤스가 구해준 아가씨는 바로 조셉의 사랑하는 패니였던 것이다. 조셉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 길로 조셉을 만나러 런던으로 올라오는 중이던 바로 그 패니였다.

애덤스 목사와 패니는 판사 앞에 끌려온다. 그런데 이 판사라는 양반, 대뜸 두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해버리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네 이놈,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목사 옷을 훔쳐 입고 강도질이냐? 서기, 어서 기소장을 써라. 이보시오, 판사 양반, 내 얘긴 들어보지도 않고 이러는 법이 어딨소? (서기 왈) 판사님, 이 자 소지품 중에 매우 수상한 게 있습니다. 무슨 책 같은데요, 암호로 씌어 있습니다. 암호라고? 그렇다면 이 자는 보통 강도가 아니로구나. 분명 역적모의에 가담한 놈이렷다. 어디, 그 책을 가져오너라. (의심스럽게 책을 이리저리 살핀다.) 암호라니, 그건 아에스퀼로스요. 아에스퀼로스? 해괴한 이름이로고. 이 자의 암호명이 틀림없다. 당장 이놈을 잡아 가둬라.

 

 

이 판사는 그리스 비극작가 아에스퀼로스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무식한 판사인지라 황당하게도 애덤스가 늘 갖고 다니며 애독하는 아에스퀼로스 희곡집을 역적모의가 적힌 암호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희한한 재판을 구경하던 사람들 중에 우연히 애덤스 목사를 알아본 사람이 증언해주지 않았던들, 애덤스 목사는 꼼짝없이 암호명 아에스퀼로스의 스파이로 몰려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애덤스 목사와 패니는 무식한 판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나 곧 갑작스런 돌풍을 만나 길가 여관으로 피한다. 두 사람이 난롯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귀에 익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패니는 노래를 듣자마자 기절해버린다. 놀란 애덤스 목사의 법석에 이쪽으로 건너온 노래 소리의 주인공은 기절한 패니를 보자마자 더욱 기절할 듯이 놀라며 달려든다. 그는 슬립슬롭과 함께 도착해 있던 조셉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정다운 모습에 질투가 난 슬립슬롭은 마차를 타고 혼자 떠나버리고, 오랜만에 만난 두 연인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눈다. 둘은 옆에서 잠들어버린 애덤스 목사를 흔들어 깨운다. 그 자리에서 당장 결혼식을 시켜달라고. 그러나 지킬 것은 지키는 애덤스 목사는 고향에 돌아가 교회 의식에 따라 정식으로 결혼할 것을 주장한다. 어느덧 날이 새고 길을 떠나려는 순간, 또다시 조셉 일행은 여관비 치를 돈이 부족하다. 애덤스 목사는 그 동네 목사에게 가서 부탁하면 같은 목사끼리니까 쉬이 돈을 빌려줄 거라며 목사를 찾아간다.

 

트럴리버라는 이 동네 목사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인물로서, 그는 일요일에만 목사요 나머지 6일은 돼지를 치는 농부다. 애덤스 목사는 트럴리버에게 나중에 갚겠다면서 자선을 부탁하지만, (생김새도, 욕심 많은 것도, 그가 기르는 동물과 꼭 닮은) 트럴리버에겐 어림도 없는 얘기다. 결국 애덤스 목사는 트럴리버 같은 사람이 목사라는 게 유감이라며 그 자리를 떠난다. 그가 빈손으로 돌아왔는데도 여관 주인은 순순히 그의 일행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애덤스 목사가 같은 목사인 트럴리버를 가리켜 우리는 한 형제라고 한 말을 진짜 형제라는 줄로 안 것이다. 어쨌든 무사히 이 곳에서 벗어나는가 했더니, 아까 애덤스 목사가 흥분해서 트럴리버 집에 두고 온 외투를 여관 주인이 가지러 갔다가 사실을 알게 돼서 또다시 떠날 수 없게 된다. 애덤스가 다시 한번 돈을 빌리러 온 동네를 돌아다녀보지만 단 한 사람도 그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와 여관 주인이 실랑이하는 소리를 듣고 도대체 얼마길래 그러느냐고 물어본 가난한 등짐장수 한 사람이 돈을 빌려줘서 세 사람은 겨우 이 인심 사나운 동네를 벗어난다.

 

 

 

험난한 귀향길

별도 없는 캄캄한 밤길을 가던 세 사람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발견한다. 겁 많은 애덤스가 귀신인가 보다며 안그래도 떨고 있는데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걸리는 놈은 죄다 죽여버려라는 소리에 세 사람은 혼비백산 가파른 언덕길을 구르다시피 도망친다. 도망치던 그들은 과수원이 딸린 한 조그만 농가의 문을 두드려 피신하고 저녁 대접까지 받는다. 애덤스 목사가 귀신인 줄 알았던 그 소리의 주인공은 양도둑들로 판명된다. 애덤스 일행을 들인 이 집의 주인은 지금까지 만났던 여관 주인들과는 달리 친절하고 점잖은 사람이다. 조셉이 잠든 사이 애덤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윌슨이라는 이 사람은 본래 훌륭한 신사 집안의 아들로 좋은 교육도 받았다.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죽고 갑자기 많은 재산을 마음대로 하게 된 윌슨은 얼마 안 가서 학교도 그만두고 런던으로 상경했다. 런던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신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윌슨은 상류사회의 호사스런 취미들을 모두 따라하며 점점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었다. 급기야 주색과 도박으로 재산을 모두 탕진한 그는, 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깨나 배웠으니 궁여지책으로 그걸 이용해 작가 노릇이라도 해서 연명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도 여의치 않고 빚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현금 몇 푼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 복권이 거액에 당첨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그러나 후회와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감옥으로 어떤 여자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선생님께 복권을 산 사람은 저의 아버지신데 당첨 발표가 있던 바로 그날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의 딱한 처지를 전해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얼마 안되는 금액이나마 동봉했으니 받아주십시오. 게다가 이 구원의 편지의 주인공은 윌슨이 흠모해오던 여인 해리엣이었다. 분수에 넘치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감히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결혼과 함께 타락한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금의 이곳에 정착했고 그 후로 죽 조용한 전원 생활을 누려왔다. 그러나 행복한 그들의 결혼 생활에도 한 가지 큰 불행이 있었다. 그들의 첫아들을 갓난아기 때 집시들에게 도둑맞은 것이다. 윌슨은 아들을 되찾진 못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아들을 만나게 되면 왼쪽 가슴의 딸기 모양의 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윌슨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며 밤을 지샌 애덤스 목사는 다음 날 아침, 손수 부지런히 일하고 그들이 가진 얼마 안 되는 것이나마 이웃과 함께 나누는 윌슨 가족의 모습에 새삼 감동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의 평화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망나니 같은 이웃의 지주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윌슨의 개를 쏘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윌슨의 집에서 모처럼 따뜻한 대접을 받고 휴식을 취한 일행은 윌슨 가족에게 고마워하며 다시 길을 떠난다. 애덤스 목사는 윌슨 가족이 보여준 자선을 칭찬하며 다음주에 윌슨 씨가 애덤스 목사를 만나러 오기로 했으니 그때 보답을 하겠다고 말한다. 밤을 새운 애덤스 목사는 어느새 잠이 들고 패니와 조셉은 자선의 미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목사님 말씀이 맞아. 부자 나리들은 좋은 집을 짓고 또 비싼 그림들을 사서 집안에 걸어두는 걸 자랑으로 알지. 하지만 그 집을 짓고 그 그림들을 그린 건 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것들을 돈주고 샀다고 정말 주인이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예를 들어 그 돈으로 가난한 화가를 도와준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이겠어? 그거야말로 정말 보람된 일일 텐데. 조셉, 그럼 네 말은 돈 많은 귀족들은 다 나쁘단 거야? 아니, 꼭 그렇진 않아. 우리 하인들끼린 주인 나리가 좋은 일 한 얘기도 하는데 말야, 불쌍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도와주시는 분도 있다더라. 저번에 잔치 때 마님 식사 시중들면서 얼핏 들었는데, 거 뭐더라, 뭐더라, 에이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패니. 하여튼 그런 분도 계시대.

 

진지한 대화도 좋지만 애덤스 목사가 잠이 든 것을 본 두 연인은 둘만의 다정한 시간을 즐긴다. 이때 난데없이 한 무리의 사냥개들이 나타나 불쌍한 애덤스 목사를 사냥감인 양 물고 뜯는다. 놀라서 후다닥 잠에서 깬 애덤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도 사냥꾼들은 개들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며 즐긴다. 화가 난 조셉이 애덤스 목사를 도와 사냥개들을 때려눕히고, 사냥개들과 개보다 나을 것도 없는 주인(사실 이웃의 지주인 이 사람이 하필 이런 식으로 조셉과 패니의 대화 뒤에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패니 말처럼 돈 많은 귀족들은 다 나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지주의 작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기대하시라)에 맞서 두 사람은 또 한차례 일대 격전을 벌인다. 여관에서 벌어졌던 남녀 이인일조 혈전에 이은 두 번째 전투이다. 이 싸움은 패니가 달려오자 끝난다. 패니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냥개 주인이 무슨 맘을 먹었는지 화해를 청하며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사냥개 주인, 즉 그 지방 지주의 집에 도착해서 조셉과 패니가 부엌에서 저녁을 얻어먹는 사이 애덤스 목사는 지주와 그의 식객 일당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이 지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려서부터 뭐든지 제멋대로 하며 버릇없이 자란 독불장군인데다 특히 여럿이 작당해서 한 사람을 골탕먹이고 봉변주는 것을 낙으로 삼는 인물이다. 그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하는 부하들과 작당해 애덤스 목사를 온갖 방법으로 골리며 즐거워하고 급기야는 그를 물통 속에 빠뜨린다. 화가 난 애덤스와 조셉은 패니를 붙잡아두려는 하인들을 따돌리고 겨우 지주의 집을 벗어난다. 일행은 한 여관에서 그날 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지주가 보낸 부하와 하인들이 여관을 덮친다. 조셉과 애덤스는 패니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지만 역부족으로 패해 침대 기둥에 묶이고 패니를 뺏기고 만다. 이럴 수가! 정신을 차린 조셉은 패니가 놈들에게 끌려간 것을 알고 울부짖으며 절망한다. 애덤스 목사는 기독교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망해서는 안된다고 타이르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리 애덤스 목사의 말씀이라도 조셉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한편, 지주의 집으로 끌려가며 패니는 부하에게 만약 고분고분 지주의 수청'을 들지 않으면 강제로 겁탈당할 거라는 협박을 받는다. 위기의 순간, (암행어사 출도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말을 탄 한 남자가 나타난다. 패니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하지만 지주의 부하는 간통한 마누라를 잡아서 끌고 가는 거라고 둘러댄다. 말탄 남자는 이 말을 믿고 그냥 돌아선다. 이때 말을 탄 또 다른 두 남자가 나타난다. 패니의 마지막 희망이 막 사라지려는 순간, 그 중 한 남자가 패니를 알아본다. 그는 부비 가의 하인 중 한 명이었다. 거짓말도 탄로났고, 두 사람은 총을 가진 데다 일행이 탄 마차까지 도착하는 것을 본 납치범은 도망치려다가 그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패니는 마차에 탄 사람이 레이디 부비의 집사 피터 파운스란 걸 알고 그와 함께 조셉이 있는 여관으로 돌아간다.

 

여관에서 무사히 다시 만난 두 연인의 기쁨이란! 눈물을 철철 흘리며 감동의 상봉을 마친 두 연인과 일행은 이제 정말 부비 영지로 향한다. 피터 파운스는 패니에게 마차에 같이 타고 가자고 하지만 패니는 조셉과 함께 말을 타고 가겠다고 고집한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몇 번이나 겁탈을 당할 뻔한 패니로서는 이제 남은 길만이라도 조셉과 같은 말을 타고 그 든든한 등에 기대고만 싶었으리라.

 

 

 

레이디 부비의 최후의 음모

일행이 부비 영지에 막 들어서려는 참에 레이디 부비가 탄 마차가 당도한다. 조셉을 다시 본 레이디 부비는 또다시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조셉은 패니와 함께 애덤스 목사의 집으로 간다. 일요일인 이튿날 아침 교회에서는 애덤스 목사가 조셉과 패니의 결혼예고를 한다. (결혼에 앞서 세 번에 걸쳐 교구에 알리고 결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그 당시의 관례였다.) 그날 따라 레이디 부비는 여신도석의 한 곳만 사납게 노려보다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레이디 부비는 당장 애덤스 목사를 불러들인다. 애덤스 목사, 내가 조셉을 해고시킨 걸 알면서 어떻게 그런 놈과 어울려 다니고 또 결혼까지 시킨단 말이요? 부비 마님, 송구스런 말씀이지만 조셉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들은 바 없는 뎁쇼. 그리고 패니로 말씀드리자면, 그 아이가 꼭 이 마을에서 제일 예쁜 처녀여서가 아니라.... 집어쳐요, 예쁘긴 뭐가 예쁘다구. 그리고 목사 양반이 그 나이에 예쁜 여자가 어쩌구, 참 훌륭도 하구만. 아무튼 그런 거지 년놈에다가 그 자식새끼들까지 내 교구에서 거둬먹일 수는 없으니 더 이상 결혼예고는 없도록 하시오. 거지라니요, 마님, 제가 알기론 한 교구에서 일 년 이상 하인으로 일하면 그 교구에 정착해 살 권리가 있다고 하던데.... 말이 많구먼, 누가 하인이고 누가 주인인지 한번 본때를 보여줘야 알아듣겠는가? 목사 당신도 주인 뜻을 거슬렀다간 목사가 좋아하는 고 예쁜 계집이랑 같이 구걸을 다니는 신세가 될걸. 제 주인이라면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대도 하느님께서 보살펴주시겠지요.

 

 

애덤스 목사가 사람좋고 세상물정 모르긴 해도 협박에 넘어갈 사람은 아닌지라 그에게 압력을 가해 조셉과 패니의 결혼을 막으려는 레이디 부비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꼴을 두고 볼 수도 없는 그녀, 이번에는 고문 변호사 스카웃을 스카웃한다. 레이디 부비의 명이라면 어떤 법이라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스카웃은 프롤릭 판사에게 말해서 조셉과 패니에게 적절한 죄를 뒤집어씌워 런던에 있는 감옥으로 보내버리겠다고 약속한다. 며칠 후 레이디 부비는 슬립슬롭에게 조셉과 패니가 프롤릭 판사에게 붙들려갔으며 조셉은 교수형을 당할 거라는 소식을 듣는다. (이게 아닌데!) 패니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조셉에게는 아직도 미련이 남은 레이디 부비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이때 그녀의 조카인 미스터 부비가 파멜라와 함께 방문한다.

 

조셉의 소식을 들은 미스터 부비는 처남을 구하려고 판사에게 달려간다. 두 사람은 막 런던의 감옥으로 이송되려는 찰나이고, 그들의 죄목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은 중절도죄란다. 미스터 부비는 그들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부탁해서 감옥에 가는 것을 막는다. 조셉과 레이디 부비에게 자신이 파멜라와 결혼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미스터 부비는 레이디 부비에게 이제 그의 처남이 된 조셉을 신사로 대접해달라고 청한다. 그에게 미련이 남은 레이디 부비는 기꺼이 그를 자기 집에서 대접하겠다고 하지만 패니는 애덤스 목사의 집으로 돌려보낸다. 뜻하지 않은 그럴 듯한 구실이 생긴 레이디 부비는 미스터 부비의 처가, 즉 조셉의 가족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조셉과 결혼을 못하란 법도 없지 않은가?)

 

 

그녀는 이제 더욱 더 패니와의 결혼을 극구 반대한다. 미스터 부비는 조셉에게 단념할 것을 권하지만 조셉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 누이가 부비 도련님과 결혼했다고 해서 갑자기 패니를 멸시한다는 것은 못된 교만입니다. 이때 끼여드는 파멜라. 오빠, 우리 가족이 누구 덕에 천한 신세를 면했는데 오빠가 꼭 그런 애랑 결혼을 해서 망신을 당해야겠어요? 파멜라,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패니나 너나 다를 게 뭐냐? 옛날에야 그랬겠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난 이제 파멜라 앤드류스가 아니라 여기 계신 이분의 부인이고 따라서 패니하곤 신분이 다르답니다.

 

 

한편, 애덤스 목사 집으로 돌아가던 패니는 또 한 차례 봉변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말을 타고 지나가던 한 남자가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그녀를 겁탈하려 덤빈 것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 체질은 전혀 아닌 이 남자는 패니의 거센 저항에 금방 기가 꺾인다. 그는 하인을 시켜 패니를 구슬러 데려오도록 시키고 떠난다. 뒤에 남은 하인은 열심히 패니를 구슬러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패니를 욕보이려 한다. 이때 조셉이 나타나 가볍게 하인을 때려눕히고 패니와 함께 애덤스의 집으로 간다. 애덤스에게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을 알린 조셉은 패니 때문에 한시도 안심할 수 없으니 당장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한다. 애덤스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조셉을 나무라며 인내심을 갖고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설득한다. 이때 마을 사람이 뛰어와 애덤스의 막내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애덤스는 정신없이 울부짖으며 애통해한다. 조금 전까지 조셉에게 감정을 자제하고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설교하던 애덤스는 온데간데없다. 다행히 죽은 줄 알았던 애덤스의 아들은 지나던 등짐장수가 구해 데려온다.

 

이때 애덤스의 집에 또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레이디 부비가 젊은 신사를 데리고 찾아온 것이다. 이 신사로 말할 것 같으면, 키는 어린아이 만하고, 차라리 가발이라도 쓸 것이지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어깨는 좁고, 부러질 것 같은 다리로 걷기보다는 폴짝폴짝 뛰어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래도 옷차림만은 최신 유행의 프랑스 풍에다, 말끝마다 불어를 섞어 쓴다. 그의 이름은 맵시꾼 다이대퍼. (앙드레 X라는 이름도 어울렸을 듯하다.) 아까 길에서 패니한테 덤벼들었다가 맥없이 물러난 바로 그 위인이다. 레이디 부비는 다이대퍼를 이용해 패니를 조셉에게서 떼어놓으려는 계획으로 그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곳에 행차할 레이디 부비가 아니지 않은가.

 

 

애덤스는 자랑스레 어린 아들 딕이 라틴어 책 읽는 것을 손님들에게 보여준다. 딕이 레너드와 폴이라는 두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이, 다이대퍼가 패니에게 추근대며 접근한다. 이를 본 조셉은 다이대퍼의 신분도 잊고 그의 얼굴을 정통으로 후려친다. 미스터 부비는 조셉을 나무라고 애덤스는 그를 변호한다. 레이디 부비 일행은 곧 떠나고, 떠나기 전 또다시 패니 탓을 하는 파멜라, 이게 다 너 따위가 분수에 안 맞는 상대를 넘보기 때문이야. (가만, 결혼 전 파멜라의 직업이 뭐였더라?)

 

한편, 딕을 구해준 등짐장수는 아까부터 패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더니 고아인 그녀의 부모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전 부인이 죽으면서 그에게 털어놓기를, 한때 집시들 무리와 함께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그녀가 딱 한번 그들과 어울려 갓난아기를 훔친 적이 있었는데(이 당시엔 집시들이 아기들을 훔쳐간다는 소문이 많았다), 그 아이를 나중에 토머스 부비에게 3기니에 팔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기의 부모 이름은 앤드류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니가 바로 조셉의 또다른 여동생이다? 패니는 기절해버리고, 이 와중에도 애덤스 목사는 이 사실이 결혼 전에 밝혀진 것을 하느님께 감사한다.

 

슬립슬롭에게 패니에 관한 놀라운 소식을 들은 레이디 부비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등짐장수를 불러들이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모두가 부비 저택에 모인다. 이야기를 다 들은 미스터 부비는 다음 날 아침 앤드류스 부부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기로 하고, 그날 밤은 모두가 부비 저택에서 잔다. 밤이 이슥해졌을 때, 다이대퍼는 조셉인 척하고 패니가 자는 방으로 잠입하기로 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실수로 그가 들어간 곳은 무시무시한 호랑이굴, 아니 슬립슬롭의 방. 아닌 밤중 남자의 손길에 슬립슬롭은 히스테리컬한 비명을 지르고, 그 소리에 옆방에서 잠자던 애덤스 목사가 달려온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애덤스 목사의 손에 닿은 것은 슬립슬롭 턱에 난 뻣뻣한 수염과 다이대퍼의 보들보들한 피부였으니, 그는 수염난 쪽이 나쁜 짓을 하러 들어온 남자인 줄로만 알고 그(녀)에게 덤벼든다. 이미 슬립슬롭의 손에 옷도 다 찢기고 혼쭐이 날 대로 난 허약한 다이대퍼는 그나마 평소의 꼼꼼한 피부관리(?) 덕분에 그 틈을 타 도망친다.

 

 

이 소란을 듣고 레이디 부비가 불을 들고 슬립슬롭의 방에 들어섰을 때 발견한 것은, 잠결에 달려오느라 알몸인 애덤스와 슬립슬롭이 뒤엉켜 씨름하고 있는 광경이다. 레이디 부비는 바닥에 떨어진 다이대퍼의 프랑스제 레이스를 보고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고, 애덤스 목사는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는 게 그만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패니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엄처시하에서 한평생 침대 끄트머리에 쪼그리고 자버릇한 애덤스 목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패니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패니의 방문을 두드렸다가 이 모양을 본 조셉은 조셉대로 또 애덤스는 애덤스대로 기가 막힌 노릇이지만, 평소 애덤스 목사의 엉뚱함을 익히 알고 있는 조셉이 뭔가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 이해함으로써, 다이대퍼의 실수로 일어난 밤 사이의 소란은 모두 끝이 난다.

 

앤드류스 부부가 부비 저택에 도착한다. 조셉의 어머니는, 원래 딸을 낳았는데 집시들이 그 아기를 남자 아기와 바꿔갔고, 그 남겨진 아기를 기른 것이 지금의 조셉이라고 밝힌다. 이를 듣고 있던 등짐장수는 그 아기의 가슴에 혹시 딸기 모양의 점이 있었느냐고 묻고 조셉은 그 점을 보여준다. 딸기라는 말을 들은 애덤스의 머리속에 그가 만났던 윌슨 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윌슨 씨도 집시들에게 아들을 도둑맞았고 그 아기의 가슴에도 딸기 모양 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때마침, 애덤스와 헤어지며 그를 한번 찾아오마고 했던 윌슨 씨가 이들을 찾아온다. 결국 조셉은 윌슨 씨의 잃었던 아들로 판명된다. 천한 하인이 아니라 어엿한 신사 집안의 자손임이 밝혀진 것이다. 조셉은 생부로 밝혀진 윌슨 씨의 허락을 얻어 패니와 결혼하고, 미스터 부비가 패니에게 선물한 2천 파운드로 땅을 사서 정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윌슨 부부를 본받아 평화롭고 조용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조셉 앤드류스(Joseph Andrew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헨리 필딩 지음, 글쓴이 이시연님>

 

 

저 자 헨리 필딩(17071752)

 

영국 최초의 소설가 중 한 명이면서 영문학 최고의 패러디 작품샤멜라의 작가.

 

 

파멜라? 샤멜라?

필딩의 육촌이자 당대의 귀족 레이디 메리는 젊은 시절 필딩이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한다. 나는 삯마차꾼이 되느냐 삯글쟁이가 되느냐 중에서 후자를 택했다. 그 당시는 귀족적인 취미로서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을 천시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필딩은 귀족 가문 출신이면서도 방탕한 아버지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 먹고살기 위해서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해야 했다. 그런 자신의 신세를 씁쓸하게 표현한 유명한 일화이다. 삯마차꾼이란 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택시 기사쯤에 해당하니 아마 이렇게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운전대를 잡느냐 펜대를 잡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문학사에서 다니엘 디포, 사무엘 리차드슨 등과 함께 헨리 필딩은 최초의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영문학에서는 이들이 활동한 18세기 전반을 소설이라는 장르가 생겨난 시기, 즉 소설의 발생기로 본다. 그 중에서도 필딩과 리차드슨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묘한 인연을 가졌다. 리차드슨이 없었다면 어쩌면 필딩이라는 소설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리차드슨의 소설 『파멜라 Pamela』는 파멜라라는 어린 하녀가 주인 도련님의 집요한 유혹, 협박, 납치 등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순결을 잘 지켜서 결국은 그를 감동시켜 부인이 된다는 일종의 신데렐라 이야기로, 전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여자들 사이에 파멜라 패션이 유행하고, 『파멜라의 유명한 장면들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또 교회에서는 목사들이 『파멜라를 인용해서 설교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필딩만은 다른 생각을 한 것 같다. 그가 보기에는 파멜라는 순결함을 가장해 어리숙한 주인 도련님을 감쪽같이 가지고 논 당돌하고 앙큼한 계집애였다. 그래서 그는 『파멜라를 완전히 뒤집어 패러디한 샤멜라 Shamela』를 썼다. 영어로 sham'은 가짜, 거짓이라는 뜻이니까 샤멜라라는 이름은 파멜라가 거짓말쟁이라는 걸 뜻한다. 어쨌든 필딩은 『샤멜라를 쓰면서 처음으로 소설 또는 그 비슷한 장르에 손을 대게 된 것이다.

 

필딩과 리차드슨의 끈질긴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 다 총 세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발표시기가 늘 비슷했고 또 스타일은 정반대여서 자의반 타의반 라이벌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가수들 중 70년대의 나훈아 대 남진, 90년대의 김건모대신승훈의인기경쟁에비할수있을까?) 더욱 재미있는 것은, 리차드슨의 첫 두 소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필딩의 것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성공했는데, 세 번째 소설에서는 반대로 리차드슨이 남자, 필딩이 여자 주인공에 관한 소설을 썼다가 둘 다 망했다. 아무래도 리차드슨은 여자 이야기에, 필딩은 남자 이야기에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두 소설가의 대표작도 각각 두 번째 작품인 『클라리사 Clarissa』톰 존스 Tom Jones』.

 

 

 

삯마차꾼이 되느냐 삯글쟁이가 되느냐

이제 필딩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필딩은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1707년 4월 22일 영국 서머셋 주 글래스튼베리 근처에서 태어났다. 귀족 집안의 자제답게 필딩은 유명한 이튼 학교(현재 영국 여왕의 손자 윌리엄과 해리가 다니고 있다)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군인 가문이었고 아버지는 에드먼드 필딩 대령이었다. 에드먼드는 그 당시의 귀족 출신 장교들이 다 그랬듯이 평생 동안을 방탕하게 살았다. 필딩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어머니가 죽자마자부터 아버지는 세 번이나 더 결혼했다. 이래저래 아버지가 많은 부인들과 더불어 가산을 탕진한 덕에 필딩에게는 필딩 가의 장남으로서 누릴 수 있는 부유하고 귀족적인 삶의 기회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필딩은 20세 되던 1728년 『여러 가면의 사랑 Love in Several Masques』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극작가로 데뷔하지만 이 작품은 별로 성공하진 못했다. 그가 극작가로 성공해서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린 것은 1735년에서 1737년까지의 짧은 기간이었다. 이 당시에는 수상 월폴을 비판하는 정치풍자극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 중에서도 필딩의 풍자극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그 덕분에 한때는 돈도 꽤 벌었다. 그러나 보다못한 월폴 정부에서 1737년에 검열법을 시행하면서 그의 인기와 명성도 끝났다. 그는 더 이상 극작가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필딩은 극장을 떠나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의 친가가 대대로 군인 가문이었다면 외가는 저명한 법조 가문이었다. 필딩은 외가의 도움으로 런던의 법학원에 입학해 변호사 수업을 받는다. 그렇다고 글쟁이 노릇을 그만둔 건 아니다. 법학원에 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1739년부터 약 2년간 『챔피언 The Champion』이라는 신문의 편집자로 일했다. 『챔피언에서 일하던 1740년에 필딩은 고향 서머셋 주를 포함한 서부지방 순회재판부 변호사로 임명된다. 변호사가 되었으니 이제 형편이 나아졌군,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이 당시 순회 변호사의 수입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어서 이후로도 그는 계속 글을 써서 생계에 보탰다.

 

 

리차드슨 vs 필딩

1741년 필딩이 익명 출판한 샤멜라는 단연 영문학 최고의 패러디 작품이다. 그러나 이걸로도 흡족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샤멜라를 쓰면서 소설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지, 그는 『파멜라를 또다시 패러디한 조셉 앤드류스를 그 이듬해 발표한다. 그는 리차드슨의 주인공 파멜라 앤드류스의 오빠 조셉 앤드류스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파멜라의 플롯을 교묘하게 뒤집은 새로운 소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서 필딩 특유의 스타일을 창조한 첫 소설이 되었다.

 

그런데 필딩의 생애에서는 공교롭게도 그 자신이 패러디했던 파멜라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아버지를 닮았는지 젊은 시절 필딩은 정열적인 터프 가이였던 것 같다. 그는 27세 때 샬럿 크래독이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 집안의 반대로 둘이 사랑의 도피를 감행해서 결혼한다. 그의 부인은 10년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3년 후 필딩은 재혼했다. 누구와? 상대는 하필이면 죽은 부인의 하녀였던 메리 다니엘이라는 여자였다.

 

리차드슨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쨌든 『파멜라는 소설이고, 주인과 하녀의 결혼이란 현실에선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 생각할 수 없었다기보다는, 주인 남자가 하녀를 희롱하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하녀와 관계를 맺었다고 부인으로 맞아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필딩이 하녀였던 여자와 재혼한 것은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양심적인 행동이 아닐까? 물론 더 이상의 내막이야 알 길 없지만 말이다.

 

필딩은 1748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구 치안판사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1749년에는 대표작 『톰 존스를 발표했다. 법관으로서나 작가로서 최고의 전성기였다. 건강상으로는 지병인 통풍 때문에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판사로서의 직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법정 캐리커처를 보면 아픈 한쪽 다리를 발걸이에 올려놓고 재판하고 있는 판사의 그림이 있는데 이 판사가 바로 필딩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치안판사로서의 생생한 경험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암울하고 비관적인 분위기의 마지막 소설 『아멜리아 Amelia』를 낳았다.

 

그는 통풍이 극도로 악화돼 판사직을 사퇴하고 1752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요양을 떠났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이 마지막 여행의 일기가 출판되었는데, 그 기록을 보면 그는 걸을 수도 없어서 들것에 실려다녔고 이삼 일에 한 번씩 물을 빼내야 할 만큼 통풍이 극심했다. 그러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이 일기를 썼다는 것이 놀랍다. 삯마차꾼이 될 수는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였지만 결국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작가였던가 보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조셉 앤드류스소설의 발생기를 대표하는 필딩의 첫 소설인 만큼,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다듬어진 소설이라고 보기에 어색한 부분도 많다. 바꾸어 말하자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탄생하는데 영향을 끼친 여러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다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선 필딩의 생애에서 보았듯이 그는 애당초 풍자가로 시작한 작가이고, 그가 살았던 18세기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풍자 문학이다. 『조셉 앤드류스에 전통적인 풍자 문학의 특징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패러디 자체가 풍자 문학의 한 양식이고, 몇몇 싸움 장면에서 하찮은 싸움을 마치 영웅호걸들간의 대전투라도 되는 듯 과장되게 묘사한 것도 영웅서사시 양식을 희화화하는 풍자 문학의 한 기법이다.

 

또한 이 작품은 소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피카레스크 소설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피카레스크 소설이란 악한 소설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악한이 주인공으로, 그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인물과 상황에 부딪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다. 물론 주인공 조셉이나 애덤스 목사는 악한이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반적으로 그가 런던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각각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 별개의 에피소드들의 연결이라는 점이 피카레스크 소설과 닮아 있다.

 

 

또한 피카레스크 소설의 주인공 악한은 보통 하인과 함께 등장해서, 영화로 치자면 버디 무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 작품에서 조셉과 애덤스 목사가 죽 함께 여행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 사실 애덤스 목사와 조셉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의 두 주인공 돈 키호테와 그의 하인 산초 판자를 연상시킨다. 『돈 키호테 자체가 피카레스크 소설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필딩이 『조셉 앤드류스를 쓸 때 돈 키호테를 다분히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셉 앤드류스의 부제에 필딩은 돈 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스타일에 따라서라고 덧붙였다. 세상물정 전혀 모르고 그저 위험에 처한 사람들만 있으면 앞뒤 분간 없이 달려가는 애덤스 목사는 그가 일종의 영국판 돈 키호테로 창조한 인물이다.

 

 

풍자와 해학의 묘미

조셉 앤드류스서문으로도 유명하다. 「서문에서 필딩은 이 작품이 산문으로 된 희극적 서사시라고 정의했다. 첫째, 원래의 서사시란 , 즉 운문이지만 이 작품은 산문으로 씌어졌고, 둘째, 희극적이란 말은 낮은 계급의 인물들, 즉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뜻이다. 둘 다 서사시와 다른 점을 지적한 셈이다. 필딩은 소설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으면서 산문으로 된 희극적 서사시라는 말로 나름대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이다. 또한 그는 같은 「서문에서 이 장르는 가장위선을 폭로함으로써 진정한 우스꽝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 작품의 풍자적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딩이 리차드슨의 파멜라를 패러디한 것은 주인공 파멜라를 순결의 화신이 아니라 순결과 미덕을 가장해 주인을 속이고 귀부인 자리까지 차지한 철저한 위선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샤멜라에서 주인공에게 거짓말쟁이 파멜라를 뜻하는 샤멜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조셉 앤드류스도 원래는 파멜라에 대한 패러디로 시작되었다. 조셉을 파멜라의 오빠로 설정했고, 주인이 하인을 유혹하는 상황은 그대로 두고 성별만 뒤바꿨다. 그 밖에도, 1권에서 레이디 부비에게 조셉이 하인에게도 순결이 있다고 항변하는 장면처럼 『파멜라의 유명한 여러 장면들을 재미나게 패러디한 장면도 곳곳에 많다. 4권에서 파멜라를 직접 등장시켜 패니더러 분수에 안 맞는 결혼을 꿈꾼다고 빈정거리게 한 것은 정말 압권이다. 그러나 『조셉 앤드류스는 단순히 파멜라의 위선을 폭로하지만은 않는다. 레이디 부비를 필두로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가장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요조숙녀인 척하는 여자들, 용감한 척 하는 남자들, 유식한 척하는 의사와 판사 등 모두가 풍자의 대상이다.

 

어쩌면 필딩이 이 작품에서 가장 진지하게 풍자하고 비판하는 대상은 파멜라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진짜 악당은 레이디 부비다. 그리고 그녀가 악당인 이유도 단순히 순진한 조셉을 유혹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지주로서 교구민들을 돌보아야 할 사회적 책임은 저버리고 일 년 중 대부분을 런던에서 상류사회의 쾌락을 좇으며 사는 전형적인 악덕 부재지주의 대표자다. (오늘날로 치자면, 엄청난 세비를 받으면서도 국회 활동은 등한히하고 낮에는 골프, 밤에는 폭탄주, 틈만 나면 출장이란 이름의 해외 여행을 즐긴다는 저기 어느 나라의 국회의원들과 꼭 같은 인물이다.) 더구나 그녀는 지주로서 가진 모든 권한을 젊은 남자 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총동원하고, 무고한 패니를 감옥에 보내 일생을 망쳐놓을 궁리를 하면서도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 악랄함을 보인다. 4권에 등장하는 다이대퍼라는 인물도 흥미롭다. 그는 귀족이면서 레이디 부비와 마찬가지로 제 쾌락만 좇는다. 그나마 그것도 제대로 못한다. 필딩은 레이디 부비와 다이대퍼를 통해 그 당시 지배계급의 타락과 무능을 폭로하고 있다.

 

 

필딩만의 필딩식 이야기

그렇다면 조셉 앤드류스에서 필딩이 진정한 미덕으로 제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보통 이 작품을 논할 때 조셉은 순결, 애덤스는 자선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둘 중에서 필딩이 더욱 강조하는 것은 애덤스 목사가 늘 주장하는 자선이다. 애덤스 목사는 기독교인의 최고의 덕목은 자선의 실천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것은 필딩의 종교적, 윤리적 신념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정말로 자선을 실천하는 인물을 만나기 어렵다. 여관주인들은 하나같이 악착 같은 돈벌레들이고, 목사인 트럴리버조차 자선이란 모르고 돼지를 쳐서 제 배 채울 궁리만 한다. 마음만 먹으면 가장 많은 자선을 베풀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또 그래야 하는 레이디 부비부터가 자선은커녕 도리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억압하고 괴롭힌다. 어쩌다 자선을 베푸는 것은 (조셉을 구해주는) 마부, (애덤스 목사에게 여관비를 빌려주는) 행상 등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애덤스 목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갈 곳 없는 조셉과 패니를 끝까지 보호해주고 거두어주지만, 알고 보면 그도 박봉에 부인에 자식 여섯을 건사해야하는 힘겨운 가장이고 그나마 레이디 부비에게 밉보여 언제 목사직마저 밀려날지 모르는 처지가 아닌가? 만약 조셉과 애덤스 목사가 여행한 곳이 18세기 영국이 아니라 바로 지금 21세기 한국이라면, 애덤스 목사는 (기독교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선을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을 더 만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조셉 앤드류스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작품의 독특한 화자와 그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술 방식이다. 사실 『조셉 앤드류스의 줄거리를 요약할 때는 각 권의 서문 격인 첫장을 뺄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 장들은 본 줄거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 장들에서 화자는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에도 때때로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고 구성진 농담을 섞는다. 그래서 『조셉 앤드류스를 비롯해 필딩의 소설을 읽을 때는 마치 누군가가 바로 우리 옆에서 그때 그때 적절한 해석을 덧붙여가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어 양도둑들을 귀신인 줄 알고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이런 식이다.

 

우리의 조셉이 한손으로 번쩍 패니를 안고 언덕길을 한달음에 내려오는 것을 보고 어여쁜 아가씨들은 필히 이에 교훈을 얻어, 정강이가 비쩍 마른 부실한 것들이 아니라 꼭 조셉처럼 튼튼한 남자 친구를 고를지어다.

 

옛날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와도 비슷할 것 같은 이 능청스럽고 재치 넘치는 화자의 매력이 없다면 조셉 앤드류스를 읽는 재미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화자야말로 필딩이 만들어낸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물, 애덤스 목사보다도 더 독자의 흥미를 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래서 필딩적이라는 표현까지 낳은 이 필딩만의 화자와 서술 방식,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절묘한 유머는 여전히 필딩의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필딩의생애와작품

1707 4 22일 서머셋 주 글래스튼베리 부근 샤펌 파크에서 에드먼드 필딩 대령과 사라

필딩의 장남으로 태어나다.

1718 어머니 사라 필딩 사망

1719 아버지 에드먼드 필딩 재혼. 필딩 이튼 학교 입학에서 1724년까지 수학한다.

1728 1 30일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이름을 따 레무엘 걸리버라는 필명으로 풍자적인 처녀시 가장무도회를 출판한다.

2월 16일 첫 희곡 『여러 가면의 사랑이 드루리 레인의 왕립 극장에서 상연되다.

3월 네덜란드의 라이든 대학의 고전학부에 등록하다.

1729 라이든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1730-37 극작가로 활동하며 주로 희극과 정치 풍자극을 공연.

주요작은 작가의 광대놀음(1730), 엄지동자 톰(1730), 신식 남편(1732), 영국의 돈키호테(1734), 파스퀸(1736), 1736년도 공식 사록(1737) 등이

있다.

1734 샬럿 크래독과 도망쳐 결혼하다.

1737 정부에서 극장 공연물에 대한 검열법을 통과시키다. 사실상 극작 활동 중단한다.

11월 런던의 4대 법학원 중 하나인 미들 템플에 입학한다.

1739 11월에서 1741년 6월까지, 『챔피언지 편집

1740 6월 법정변호사로 발령받다.

1741 4월 익명으로 샤멜라 출판

1742 2조셉 앤드류스 출판

1743 4월 그간의 미출판물들을 모아 3권으로 된 『문집을 출판한다.

1744 7월 여동생 사라 필딩의 데이빗 심플 2판 출판 (필딩이 일부 기고).

11월 부인 샬럿 사망하다.

1745 11월에서 1746년 6월까지, 『진짜 애국자지 편집

1747 11월 전부인의 하녀였던 메리 다니엘과 재혼한다.

12월에서 1748년 11월까지, 『자코바이트 저널 편집

1748 10월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구 치안판사로 임명되다.

1749 1월 미들섹스 주 치안판사로 임명되다.

2월 톰 존스 출판

1751 1최근 강도 급증의 원인 분석 출판

11월 마지막 소설 아멜리아 출판

1752 1월에서 11월까지 『코벤트 가든 저널 편집

1753 1효과적인 빈민 구제 방안 출판

1754 4월 지병으로 판사직 사퇴

6월에서 8월까지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요양차 여행하며 『리스본 여행기를 집 필하다. 10월 리스본 부근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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